30년 현장 누빈 변상욱 대기자 “언론의 기득권화, 시스템과 메커니즘 잘 살펴야”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제주의소리, 시민강좌 ‘민주주의와 저널리즘’

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와 [제주의소리]가 마련한 시민강좌에서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을 주제로 강연 중인 변상욱 대기자. ⓒ제주의소리
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와 [제주의소리]가 마련한 시민강좌에서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을 주제로 강연 중인 변상욱 대기자. ⓒ제주의소리

가짜 뉴스의 범람으로 신뢰도가 추락하고 정권 입맛에 따라 방향이 좌우되면서 언론자유가 위협받는 현재의 저널리즘을 진단하고 고민하는 강좌가 제주에서 열렸다. 

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와 [제주의소리]는 14일 오후 7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을 주제로 변상욱 대기자 초청 시민강좌를 개최했다. 

30년 넘게 현장을 누비고 다닌 변상욱 대기자는 ‘뉴스 리터러시’를 위해 기득권 지배체제에 편입된 언론을 잘 가려내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도를 통해 어떤 여론을 만들고 있는지를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 암흑기였던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시대 정권의 억압과 탄압에 굴종했던 언론들이 민주화를 맞이하며 성장하기 시작해 기득권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론의 편향성을 걸러내는 ‘뉴스 리터러시’를 위해서는 해당 언론사의 시스템과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사장단과 국장단이 누구와 친한지에 따라 뉴스 제작 방향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자본금이 많은 건설회사가 언론사를 인수한 곳의 경우 건설사를 위해 보도하거나 다른 언론사로부터 일부 보호하는 기능을 맡는다고 했다. 수익을 내기 힘든 언론사를 사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부연이다. 

또 언론사 주인이 되더라도 소속 기자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본사 측근 인물을 사장이나 부사장, 기획실장으로 보내는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언론은 공론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며 따끔하게 지적한 뒤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지고 보도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일갈했다. 

변 대기자는 “언론사의 대주주가 누구인지, 소속 간부들이 누구와 연결돼 있는지를 동시에 봐야한다”며 “언론계에 있으면 눈치껏 이라도 알 수 있는데 일반 독자들은 바로 알기 어렵다. 그래서 뉴스 리터러시는 언론사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가짜 뉴스를 구분하는 공부를 통해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이 각종 사안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의도대로 방향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곧 선거철이 다가오는데 정치적 편향이나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기 위해 한국기자협회보나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피디저널 등을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몇 달만 읽다 보면 언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어 리터러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와 [제주의소리]는 14일 오후 7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을 주제로 변상욱 대기자 초청 시민강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와 [제주의소리]는 14일 오후 7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을 주제로 변상욱 대기자 초청 시민강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또 권력과 언론의 작동 방식을 검찰공화국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설명했다. 

변 대기자는 역사적인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독재 정권이 일궈온 각종 부정과 비리를 청산하는 일을 검찰이 맡으면서 엄청난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고, 이는 검찰공화국의 기반이 됐다고 했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각종 부정부패 자료가 몰려들면서 검찰은 언제든 활용할 ‘패’를 보유하게 됐고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사용하며 국면을 전환해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변 대기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패를 꺼낼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오른 검찰은 가까운 언론에 패를 흘려 여론의 간을 본 뒤, 본격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수법을 활용해왔다고 했다.

또 정권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언론 대응 태도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진보 정권의 경우 언론계 전체의 시스템을 바꾸려 하는 반면 보수 정권은 우군과 적군으로 나눠 갈라치기 작업을 한다는 것. 

역대 정부 중 김영삼 정부는 언론사 간부들의 재산공개를 추진했으며, 김대중 정부는 언론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는 기득권 체제로 편입된 언론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언론선진화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으며, 문재인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꺼내는 등 시스템을 손보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 정권은 확실한 ‘내편’을 만들어놓고 아닌 언론사를 상대로 작업을 벌인다고 했다. 지금 공영 방송사들을 상대로 이사를 교체하고 이사장을 바꾸는 방식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이어 변 대기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관련, 현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건국이 언제인지 주장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 즉, 일제 식민지배 아래서 숱한 탄압과 억압을 이겨내 광복하기까지의 과정도 대한민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를 비롯한 보수 세력들은 민주 우방 국가들과 함께 공산주의 세력을 밀어낸 자리에 세운 ‘건국절’을 대한민국 정부의 시작으로 본다고 했다. 다시 말해 좌파를 밀어내고 북한과 맞서 나라를 튼튼히 만들어 온 흐름이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주장이다.

변 대기자는 “그래서 보수 정권들은 지나간 역사는 지나가게 해야 한다는 등 과거사를 쉽게 정리하려 한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도 괜찮다, 홍범도 장군이 공산당에 가입했으니 흉상을 육사에서 치워야 한다는 등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진보 세력이 정권을 창출하면 거기다 좌파들에게 ‘나라를 빼앗겼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오는 발언들”이라고 꼬집었다. 

변상욱 대기자는 30년 넘게 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자로 정치와 사회평론, 미디어 비평에 정통하다. 한국방송대상 라디오 보도 진행상 및 공로상, 송건호 언론상, 한국민주언론상, 안종필 언론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은 이를 뒷받침한다.

1983년 CBS에 입사한 뒤 미디어본부장을 역임했고, 퇴임한 뒤에는 YTN ‘뉴스가 있는 저녁’, TBS ‘변상욱쇼’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언론가면 벗기기’, ‘굿바이 MB’, ‘대한민국은 왜 헛발질만 하는가’ 등 저서도 펴냈다.

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와 [제주의소리]가 마련한 시민강좌에서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변상욱 대기자는 30년 넘게 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자로 정치와 사회평론, 미디어 비평에 정통하다. ⓒ제주의소리
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와 [제주의소리]가 마련한 시민강좌에서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변상욱 대기자는 30년 넘게 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자로 정치와 사회평론, 미디어 비평에 정통하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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