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미래 정책토론회] 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그 방향은?
제주와미래연구원·제주의소리·한라일보·KCTV·TBN제주 공동기획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의소리, 한라일보,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이 제주 미래 100년에 대한 도민 주체, 지속 가능,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과 과제를 모색하는 ‘제주와 미래 정책토론’을 진행한다. 매월 한 차례 공동기획을 통해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의 제주미래 비전과 대전환 정책 수립을 유도하고, ‘도민 손으로’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방향을 제시해나가고자 한다. [편집자 주]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10여년 째 공전하고 있는 논란를 이번 기회에 종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제주의소리]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한라일보,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이 공동으로 기획한 '제주와 미래 정책' 다섯번째 토론회가 지난 5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그 방향은?'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송종훈 제주한라대학교 겸임교수의 사회로, 이정엽 제주도의회 의원(국민의힘, 서귀포시 대륜동),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강민철 제주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제주사회에 있어 행정체제 개편은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래 반복적으로 논의되며 매듭짓지 못한 숙제다. 특히 폐지된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필요성은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 선거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해 논의의 불을 지폈다.

공전하던 논의는 민선8기 도정이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지난 8월 도민참여단 숙의 토론을 거친 끝에 새로운 행정체제의 적합대안으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모형과 '행정시장 직선제' 모형을 최종 후보로 올렸다.

[제주의소리]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한라일보,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제주와 미래 정책' 다섯번째 토론회가 지난 5일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그 방향은?'을 주제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br>
[제주의소리]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 한라일보, KCTV제주방송, TBN제주교통방송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제주와 미래 정책' 다섯번째 토론회가 지난 5일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그 방향은?'을 주제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 "전임 도정 행정체제개편 관심 덜 해...정부-국회도 미온적"

토론자들은 2006년 특별자치도의 탄생과 함께 출범한 단일 행정체제의 문제점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에 적극 동의했다.

이정엽 의원은 "정부는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제시됐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행정의 효율성을 확보하는데도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그 예로 "당시 공무원 인원을 1500명에서 2000명 정도 줄이겠다고 했지만, 그 후 뒷받침이 없었고 정책적으로 실패했다"고 봤다.

실제 2021년 기준 제주도는 공무원 인건비가 전체 예산의 10.26%에 달해 전국 평균 6.89%보다 많은 지출을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모든 일이 제주도청 본청에 집중돼 있다보니 도지사의 권한이 제왕적인 힘을 발휘할 정도로 집중돼 있다. 지역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정책 추진도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강호진 센터장은 현 행정체제에 대해 "사실상 도지사나 도청에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그동안 우근민 도정이나 원희룡 도정에서 행개위를 구성해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한을 놓지 않으려 하다보니 행정체제 개편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이 제도를 바꾸려면 도민의 힘만이 아니라 국회라든가 정치권의 힘이 상당히 중요하고 정부의 입장도 중요한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정부라든가 국회에서 상당히 미온적이기 때문에 계속 똑같은 얘기들이 반복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강민철 단장은 행정체제가 개편되더라도 일각에서 우려하는 특별자치도의 지위와 특혜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단장은 "제주특별법의 취지와 목적이 여전히 유효하기 떄문에 제주가 국가로부터 받은 특례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다만 단층제와 관련, 일부 특례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 과정에 있을 수 있겠지만 법 개정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이정엽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국민의힘 이정엽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 "기초자치단체 도입, 과거로의 회귀 아냐...새로운 제도 창출"

2026년 실시되는 지방선거 도입을 목표로 행정체제 개편 작업이 한창 추진중인 가운데,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행정시장 직선제'보다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도입'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를 두고 강 센터장은 "오영훈 도정의 공약은 구체적으로는 법인격이 있는 자치단체의 도입이었지만, 행정시장 직선제는 공약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15억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 용역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해 지금까지 나온 모델은 일부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보니 도민들을 잘못 이해시키면서 강압적으로 통과시킨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제주시, 서귀포시, 남제주군, 북제주군 등 기초단체를 없애는 것을 '혁신안'으로 포장했음은 물론, 서귀포시나 남제주군의 경우 주민들의 반대 의지가 높았음에도 그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구조였다는 주장이다.

강 센터장은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4500여건에 이르는 특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민적 논의를 제대로 모으면 회귀가 아닌 새로운 제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의원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는 제주의 40대 중반 이상 도민들은 접해봤거나 들었던 기억이 있겠지만, 그 외의 연령층은 생소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특별자치도를 없애고 기초자치단체를 설립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는 표현보다는 '시군구 주민자치단체 도입·설치'라는 표현이 더 합리적인 명칭이라고 생각한다"며 "종합광역화 된 이후에 도의원조차 도지사를 보기가 녹록치 않다. 기초단체 도입 시 현행 단일체제와는 주민들이 받는 행정서비스가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정의 의지와는 달리 정부 차원에서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부활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지니고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강 단장은 "17년 전의 제주와 지금의 제주는 완전히 다르다. 인구도 늘었고 행정환경도 변했다"며 "변화된 환경 속에서 예전의 행정체제로 그냥 남아있어야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당초 특별자치도가 출범되면서 도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시를 뒀지만, 그 행정시의 한계가 계속 누적돼 선거 때마다 행정체게 개편 공약이 나오고, 도민들의 역량이 결집되지 못한 채 분산된 측면이 있다"면서 "차제에 이런 논의를 종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도민의 자기결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제주의소리<br>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제주의소리

◇ "비용 수반, 중장기적으로 감수해야...구역설정 애매한 원칙-기준 안돼"

차후의 문제지만, 벌써부터 개편된 행정체제의 구역을 비롯해 청사건립 문제, 인건비 증가에 대한 재정부담 우려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 타 지자체의 경우 청사 건립 위치는 물론 개편되는 지역의 명칭을 두고도 갈등이 불거진 전례가 남아있다.

이와 관련 강 센터장은 "제도 도입 초기에는 당연히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비용은 행정이나 도민들이 감수할 몫이 될 것"이라며 "그 비용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도민들에게는 당연히 큰 이득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내다봤다.

다만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어려운 것은 행정체제 개편보다는 읍면경계나 동경계 조정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문제는 모형을 잘 만들어서 도민들에게 공론화하는 과정, 또 세부적인 내용을 따져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 의원 역시 새롭게 개편되는 행정체제 구역안에 대해 "다시 한번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하면서 "구역안 설정은 원칙과 기준이 분명하고,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과 기준을 애매하게 설정해 인구수 등으로만 나눠서는 안된다"며 "지역의 정체성, 균형발전 측면은 물론이고, 농촌지역은 세수가 약하기 때문에 도농복합형으로 가든가 농촌지역 예산을 추가 배정해주는 장치 등이 골고루 배려돼야 원만한 수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만큼 높지 않는 현실 속에서, 현행 체제를 보완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하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강 단장은 "관련된 논의가 10여년 간 쭉 이어져 왔기 때문에 앞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없어야 한다는 차원"이라며 "도민의견 수렴 과정 속에 도민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당부했다.

강민철 제주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 ⓒ제주의소리

◇ "제왕적 도지사 권한 분배, 행정체제 개편의 마지막 기회"

행정체제 개편 시 도민들의 입장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를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이 의원은 "행정체제 개편은 2006년 7월 1일 특별자치 실시 이후의 시행착오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하고 행정을 혁신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를 위한 확실한 대안은 기초자치단체 설치라고 생각한다.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 설계의 디딤돌이고 특별자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도민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강 센터장은 "요즘 초등학교 선거도 상당히 치열한데, 현 체제를 요약하자면 전교 어린이 회장이 각 학급의 반장을 임명하는 체제와 다름이 없다"고 예시를 들었다.

강 센터장은 "공무원으로 치면 공무원 17년 차 이상은 기초자치단체 체제를 경험했지만, 그 이하는 경험한 바가 없다. 지금 체제가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에 사실 행정체제 개편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시 4년이 지나면 고정화될 수 밖에 없다. 행정과 도민, 시민이 함께 나서 도민의 뜻과 의지대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그동안 제왕적 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되면서 행정의 민주성과 주민참여가 약화됐다. 이로 인해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행정서비스의 질이 저하됐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쉽게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한 단계 더 도약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관련된 논의를 종식시키고 밝은 미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도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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