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 강정항 탑승교 총체적 관리 부실
애초 미인증 시설-설비 관리도 ‘엉망진창’

[제주의소리]가 2월21일 보도한 [“써보지도 못하고” 제주 강정민군복합항 26억짜리 항만시설 고철 폐기] 기사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총체적 관리 부실이 감사결과 드러났다.

2일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종합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담당부서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 경고’할 것을 주문했다.

논란이 된 항만시설은 제주도가 2017년 7월 국제크루즈선 기항에 대비해 서귀포시 강정동 민군복합형관광미항 내 크루즈부두에 설치한 승강시설(탑승교)이다.

탑승교는 크루즈선 승객들이 손쉽게 승하선이 가능하도록 특수 제작됐다. 폭 5m, 높이 20m 규모의 탑승교 4동 설치에만 26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문제는 해당 시설이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른 승강기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라 승강기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처럼 건축물에 고정돼야 한다.

반면 제주도는 이 사실도 모른 채 2017년 8월 준공검사를 완료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에 불거졌다. 1대당 7억원에 달하는 장비가 제대로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생산된지 2년이 훌쩍 넘은 타이어가 장착돼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설비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타이어 펑크는 물론 전도 위험까지 불거졌다.

이에 설비 운전사가 시운전 과정에서 운행을 거부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2018년 8월까지 제작업체에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었지만 제주도는 이마저 이행하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귀포 강정 크루즈터미널 수탁자로 선정된 해운조합에서 2018년 5월부터 11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시설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 배치를 요구했지만 이 역시 무시했다.

더욱이 2019년 3월과 5월 강정항을 찾은 퀸메리 2호(14만8천t)와 마제스틱 프린스호(14만2714t)가 미인증 승강기를 이용할 수 없다며 사용을 거부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선사측은 승강기 사고시 배상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크루즈선에 설치된 자체 승강시설을 사용하면서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그 사이 승강기는 엔진 고장과 체인 파손, 실린더 고장, 비상 발전 누유, 발전기 불량, 내외부 판넬 파손, 가림막 파손 등 각종 고장이 잇따랐다.

수리도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짧게는 72일에서 많게는 285일 동안 설비가 방치됐다. 급기야 설비 전체의 부식으로 작동이 어려워지면서 2022년 11월 철거 결정 내려졌다.

결국 26억 원짜리 승강기는 써보지도 못하고 고철 신세가 됐다. 제주도는 올해 5월 철거를 끝내고 현장에서 수거한 고철 204톤을 고철수거 업체에 매각했다.

감사위원회는 “설치후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못한 상태에 철거까지 이르게 됐다”며 “법령 검토와 관리를 소홀히 한 해당 부서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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