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업자, 마을과 접촉해 풍력발전 부추겨 “협동조합 설립 권유”
풍력발전 지구지정 이전 물밑작업…주민 간-마을 간 갈등 비화 우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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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도정의 ‘공공주도 2.0 풍력조례’와 관련해 일부 사업자가 주민들을 부추기는 ‘물밑작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면서 예견된 갈등이 싹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환경, 시민사회단체가 우려한 대로 벌써 일부 사업자가 마을과 접촉, 풍력발전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주민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등 갈등이 싹틀 수 있는 물밑작업 시도가 포착된 것이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최근 제주시 A마을에서는 풍력발전 프로젝트 투자자와 임대인 격인 마을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은 모 플랫폼 기업이 주민 대상 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설명회 주요 내용은 풍력개발지구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입지조건과 주민 수용성이 가장 중요한데, 입지조건은 좋으니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라는 이야기였다.

A마을의 경우 인근 마을에 해상풍력이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에 입지조건은 확보된 것과 다름없으니 마을에서 풍력발전사업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A마을의 경우 지난 2월 제주도에 제출한 ‘해상풍력 발전사업 지구지정 계획(안) 및 추진 협조 의뢰’가 이미 반려됐다는 점이다. 

당시 제주도는 “해상교통영향, 어업활동 등 해양공간 특성을 고려해 해양공간관리계획에 반영해야 하며, 또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이라는 등 이유로 사업 시행이 불가하다고 사료된다”고 반려했다.

하지만 기업 설명회가 진행된 이후 A마을은 반려 내용은 뒤로한 채 개발위원회를 통해 임시총회를 소집, 해상풍력 협동조합 설립의 건을 안건으로 올리는 등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A마을 주민은 “마을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분과 사업자가 와서 설명회를 열고 주민 수용성을 위해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어르신들은 지난 3월에 해상풍력이 반려된 사실도 모르는 데다 설명회는 젊은 사람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벌써부터 마을 어르신들은 화를 내고 있고 싸움이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라면서 “사업자도 사업자지만, 정책적으로 마을마다 분탕질을 내도록 한 게 문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은 풍력발전 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 제주에너지공사의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변경, ‘풍력자원 공공적 관리기관’ 임무를 새롭게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도가 풍력 자원 개발 입지를 발굴하고 에너지공사가 사업개발계획을 수립한 이후 사업자를 공모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주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은 지난 9월 22일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었다.

기존에는 에너지공사가 개발지역 선정, 지구지정, 인허가 권한을 갖고 환경영향평가 절차까지 모두 마무리한 뒤 사업자를 공모했다. 즉,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사업자가 들어오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지금은 입지가 발굴되고 사업개발계획이 수립되면 사업자는 공모를 통해 곧바로 ‘풍력개발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사업개발계획을 수립하기도 전부터 입지, 즉 시장을 만들어 내기 위한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사업개발계획 수립 단계에서 중요한 ‘주민 수용성’을 확보, 포석을 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환경단체는 주민 간, 마을 간 갈등이 빚어지거나 금품이 오갈 수 있다고 꾸준히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 9월 22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우려를 그대로 나타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현재의 계획이 추진되면 사업자가 후보 신청 이전 단계에서 주민 수용성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공공성을 훼손하고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활동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수정안에서는 풍력개발후보는 주민갈등과 환경 훼손 최소화 등을 위한 피해 대책 마련 등 공공주도 풍력개발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만 돼 있을 뿐 이를 어기는 행위를 했을 시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전해 듣고 설명회를 개최한 업체에 연락해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사업계획도 세워지기 전부터 설명회를 열면 지역주민들이 세부내용도 모르고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식으로만 생각하는 등 오해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된 조례는 공모 단계에서 해당 사업자를 제외시킬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며 “제4조의3 제5항에 따르면 공공성 사전검토를 할 때 금품이나 향응 제공, 지역갈등 유발 및 공공성 저해 행위를 할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풍력발전사업 관련 사업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향을 파악하고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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