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사노동조합 “교감, 여교사에게 카메라 설치 학생 가정방문 지시” 비판

지난 10월, 제주 모 고등학교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가 발견돼 ‘불법 촬영’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해당 학교에서 ‘2차 피해’ 문제가 제기됐다. 

학교 교감이 여자 교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설치한 학생의 가정을 방문하라고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피해자일 수도 있는 교사들은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면서 “학교 교장과 교감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22일 제주교사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최근 제주 모 공립고교는 여성 교사 2명에게 학생 가정 방문을 지시했다. 문제는 가정방문 대상 학생 A군이 체육관 여자화장실에 휴대전화를 설치한 인물이라는 것. 

A군은 10월 18일 오전 화장실에 들어가 자신의 카메라를 촬영모드로 설정해 각 티슈에 넣고 구멍을 뚫었다. 오후 화장실에 들어간 교사가 기기를 발견했다. A군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학교는 (불법 촬영) 피해당사자일 가능성이 있는 여성 교사 두 명에게 가정방문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 가정방문의 충격으로 교직 3년 차 여교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3개월 진단을 받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두 교사에게 가정방문을 종용한 인물로 교감을 지목하면서 “교감은 ‘내가 학교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두 여교사를 성범죄 피의자인 학생의 가정에 보내는 위험한 상황에서 SPO(학교전담경찰관)의 동행 등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가정방문을 지시했다. 메뉴얼상 교사의 가정방문 시 학생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SPO 동행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교감의 행동은 업무상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제주교사노조는 “다른 여교사는 공무상 병가 요청도 하지 못하고 일반 병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사비로 신경정신과 의원에 진료를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6일 이 사건에 대한 조합원 제보를 받아 교육청과 학교 측에 피해 여교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피해교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15일이 지난 현재까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교의 교장과 교감은 피해 여교사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조치를 할 것 ▲피해 여교사에게 공무상 병가를 인정해 줄 것과 신경정신과 치료를 지원할 것 ▲피해 여교사가 원할 경우 비정기 전보 등 교육청 차원의 도움을 줄 것 등을 촉구했다.

제주교사노조는 “만약 이번에도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을 시에는 부득이하게 노조 차원의 추가 대응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성명서 전문]

제주시 A고등학교 학생의 불법촬영기기 범죄사건 관련 여성교사 가정방문에 대한 제주교사노동조합의 입장

다시 한 번,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를 촉구합니다.

- 교감은 ‘나는 보고받는 입장이라 가정방문 갈 수 없다’며 SPO 동행 협조도 없이 여교사 두 명을 성폭력 피의자인 남학생과 학생의 아버지만 있는 집에 가정 방문하도록 지시 
- 두 여교사는 가정방문 직전 차 안에서 “‘혹시나 가해 학생이든 아버지든 달려들면 서로     한 명이라도 빠져나와서 112에 신고하자’라고 다짐하기도 했다”라고 함
- 피해 선생님은 큰 충격과 공포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병명으로 3개월 치료를 요하는 진단 받아
- 언론 보도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여교사를 피의 학생의 가정에 방문하도록 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
- 제주교사노조는 이미 학교와 교육청에 해당 학교 교장, 교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및 피해 교사 지원을 요청하였지만, 요청 후 15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음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함
- 교육청은 재발 방지와 2차 피해 예방 및 피해 교사 지원을 위한 세심한 조치에 나서야

제주교사노동조합은 피해 교원이 받으셨을 큰 충격과 공포에 공감하며 더 이상 같은 일이 학교 현장에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사안에 임하고 있습니다. 

1. 지난 7월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교사의 생존권 보장을 외친 11차례에 걸친 연인원 수백만 명의 집회와 국회와 교육부, 교육청의 법률 개정 노력과 대응 방안 마련이 있었지만 학교 현장은 변함없이 교사들에게 가혹하고, 생존까지 위협하는 현실임에 절망감을 느낍니다.

2. 제주도에 있는 한 공립 고교가 학교 안 화장실에 10회에 걸쳐 불법 촬영 기기를 설치한 학생을 피해 당사자 일 가능성이 있는 여성 교사 두 명에게 가정방문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가정방문의 충격으로 교직 3년 차 여교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3개월 진단을 받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3. 두 여교사에게 해당 학생의 가정방문을 종용한 이 학교 남자 교감은 “내가 학교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두 여교사를 성범죄 피의자인 학생의 가정에 가정방문을 보내는 위험한 상황에서 SPO의 동행 등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가정방문을 지시한 것은 메뉴얼상 교사의 가정방문 시 학생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SPO 동행 협조를 요청해야 함을 살필 때 업무상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볼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학업중단 예방 기본 계획
-미인정결석 학생 관리 대응 절차 중 가정방문 절차-
▪ 가정 방문: 필요하면 거주지 관할 경찰서의 장에게 협조 요청 가능
※ 학생의 소재·안전이 확인되지 않거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에 협조 요청(사안이 급박한 경우 112신고, 그렇지 않을 때는 유선 또는 공문을 통해 사전 협조 요청)

4. 성범죄 대응의 가장 첫 조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이며 피해자의 2차 피해 예방이라 할것입니다. 해당 고교 교감의 이와 같은 대응은 본인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 여교사를 보호하지 않고 2차 피해의 위험에 노출되도록 한 것으로 학교는 물론 우리 사회 어떠한 직장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할 것입니다.

5. 또한 피해 여교사에 대한 학교 및 교육청 차원의 보호조치 및 지원도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이에 피해 여교사는 공무상 병가 요청도 하지 못하고 일반 병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사비로 신경정신과 의원에 진료를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6. 제주교사노조에서는 11월 6일 이 사건에 대한 조합원 제보 이후 교육청과 학교 측에 피해 여교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및 피해교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15일이 지난 현재까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제주교사노조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다시 한번 해당 학교와 교육청에 다음 사항을 요청합니다.
    1) 해당 학교의 교장과 교감은 피해 여교사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
    2)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조치를 할 것
    3) 피해 여교사에게 공무상 병가를 인정해 줄 것과 신경정신과 치료를 지원할 것
    4) 피해 여교사가 원할 경우 비정기 전보 등 교육청 차원의 도움을 줄 것
만약 이번에도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을 시에는 부득이하게 노조 차원의 추가 대응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밝힙니다.

7. 이 사건으로 제주를 비롯한 전국의 교사들은 강력 범죄에 해당하는 성폭력 사건에서조차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고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일해야 하는 데 대해 충격과 더불어 큰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노조는 전국의 교사들의 마음을 담아 간절한 심정으로 교육당국의 철저한 사안 조사와 2차 피해 예방 및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합니다. 

2023.11.22.
제주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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