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89) 제4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30명 전원 무죄

제주4.3 재심 전담 재판부 직권재심 모습.
제주4.3 재심 전담 재판부 직권재심 모습.

일제강점기를 벗어나자마자 제주에 몰아친 4.3의 광풍은 7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웃과 친지 등에게 외면받은 후손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한(恨)으로 남아 있다.

28일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2부(강건 부장)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43번째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30명) 전원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2021년 3월 특별재심·직권재심이 시행된 이후 군사재판 직권재심 명예 회복자는 누적 1241명이며, 일반재판(40명)을 포함하면 직권재심으로만 총 1281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대상자 2명은 1차 군법회의(내란죄)에, 나머지 28명은 2차 군법회의(국방경비법 위반)에 회부된 제주4.3 희생자들이다. 

합동수행단은 희생자 결정 순서를 중심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해 왔으며, 군사재판 직권재심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대상자 대부분이 1~2차 군법회의때 사형·무기징역형 피해를 받았다. 

2000년 국가기록원에서 기적처럼 ‘수형인명부’가 발견돼 군사재판의 절차적 위법성이 확인됐음에도 당시 사형·무기징역형이 선고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 때문에 이들에 대한 희생자 결정이 늦어진 것이 원인이다. 

각종 증언과 기록 등을 토대로 군사재판에서의 형량은 허무맹랑한 결과로 확인됐다. 큰 죄를 지을수록 높은 형량에 처해진다는 상식과 정반대로 줄 세우기에 불과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인 상황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 모둠을 나눠 ‘여기 모둠은 징역 15년’, ‘저기 모둠은 사형’ 식으로 이뤄졌다. 

4.3의 광풍은 당사자에게만 피해를 주지 않았다. 수많은 후손들이 필기시험에 합격해도 2차 면접에서 떨어지는 ‘연좌제’ 피해가 잦았다. 

70여년 전 당시 공무원이던 고(故) 강한규도 4.3을 피하지 못했다. 중산간으로 분류된 지금의 제주시 노형동에 살던 고 김한규는 마을 소개령이 떨어지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피신했다가 21세때 토벌대에 의해 연행됐다.  

고 강한규는 1949년 2차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사형 집행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아 ‘행방불명’ 상태다. 

농민이던 고 김기남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모두 연행됐다는 사실에 피신했다가 연행됐다. 1949년 2차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고 김기남은 같은해 10월2일 제주비행장에서 사형됐다. 제주비행장 4.3 유해 발굴 과정에서 고 김기남의 신원이 확인됐다. 

고 김기남의 유족은 “4.3으로 집안에 불화가 있었다. 친지들마저 저희를 ‘폭도의 자식’들이라며 가족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명예가 회복됐으면 한다”고 마음 속의 한을 털어놨다. 

19세 때 당시 조천중학원에 다니다 연행돼 2차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행방불명된 고 한일봉의 외조카도 4.3의 슬픔을 아직까지도 안고 있었다. 

외조카 고모씨는 “외할아버지와 외삼촌 모두 4.3으로 목숨을 잃었다. 외가에서 혼자 남았다. 외가 쪽 제사를 지내겠다는 친지가 있어 재산까지 분할했는데, 재산을 받은 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남편과 함께 벌초도 하고 제사도 지내고 있다.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고 감사하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꼭 무죄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4.3의 이어진 피해를 어루만지듯 합동수행단은 전원에게 무죄를 구형했고, 변호인도 무죄를 요구했다. 재판부도 잠시동안 평의를 거쳐 43차 직권재심 대상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3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12일)
김윤택, 송자정, 부은진, 고점각, 현공인, 양신생, 양제호, 문재민, 김규성, 정원종, 진재남, 오남규, 고정선, 이용표, 송병원, 강두일, 양승현, 김기윤, 고병화, 강한열, 김영수, 김중건, 강영훈, 고정용, 유명언, 강두인, 강두삼, 김복림, 이윤성, 강병훈

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두희, 김행수, 강철호, 김승교, 강공율, 현임범, 이태신, 김두규, 송인송, 고기평

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병규, 김덕현, 강희순, 황후길, 고행칠, 홍상형, 강재삼, 조진생, 현행주, 문창현

3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언종, 김영주, 홍신우, 양맹숙, 김봉언, 김병혁, 김재철, 정제옥, 허평식, 김덕중, 김시각, 고일봉, 김대규, 김규희, 김근익, 양도준, 양성언, 오국양, 오영하, 이찬형, 이한성, 오태년, 정경룡, 임명화, 고한주, 조천석, 이정호, 원응석, 윤공효, 양영수

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채희관, 김태병, 김태효, 김시범, 고찬일, 조창호, 고태휴, 김동하, 김원겸, 김사영

4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김태문, 김영구, 고용순, 김영찬, 김형진, 김영균, 김두행, 양희수, 한태복, 한창섭, 부영주, 고봉훈, 송병옥, 정기환, 김성하, 이보원, 고병률, 현서권, 소찬택, 정인식, 이성희, 김삼현, 강성수, 송대경, 김민종, 박남해, 홍천표, 양보하, 현재보, 고석구

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31일)
강상두, 고을송, 김인수, 강문택, 장한성, 현봉하, 김덕용, 서종권, 손경현, 장춘자

4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31일)
고용전, 임달부, 송공삼, 오창순, 문종각, 김성천, 김치민, 김성길, 김기규, 김형주, 고재찬, 양만학, 김순택, 양지순, 김혁조, 김두인, 이대성, 조두규, 현상시, 진경만, 오영백, 양태후, 홍용표, 김창해, 김봉수, 강군화, 강조정, 부윤호, 안최빈, 김윤석

42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1월28일)
김안국, 고두석, 정두영, 백우형, 김희만, 김병호, 김봉수, 장성학, 김태경, 이근우, 현귀보, 김수호, 오국보, 박두환, 부성우, 채평호, 강용생, 이완진, 현완일, 문두홍, 고의학, 강위경, 천두팔, 양승후, 김기풍, 김병용, 좌구형, 강여규, 양재섭, 김대길

4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1월28일)
현두생, 강한규, 고태호, 김기남, 김봉흡, 김재생, 이요심, 한일봉, 양근오, 고태규, 한칭목, 양의호, 송갑생, 송신생, 김동안, 부영호, 허달희, 양재희, 강원효, 김윤명, 홍남기, 강태평, 김자학, 박성찬, 김창영, 오순보, 김봉호, 허남홍, 허남섭, 허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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