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라체육관서 영결식 엄수
이날 오후 국립제주호국원 안장

“나의 친구이자 동료인 성철아! 나는 지금도 너의 사고 소식을 받아듣일 수가 없구나. 단지 우리는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에 충실하기 위해 달려갔을 뿐이었다. 이 세상 남겨진 가족은 우리에게 맡기고 그곳에서 편하게 잠들기를 빌게.”

창고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5일 한라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엄수됐다.

이날 오전 10시 임 소방장의 운구 차량이 영결식장으로 들어서자,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보고, 1계급 특진 추서, 육조근정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고인꼐 올리는 글, 헌화 및 분양 순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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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5일 한라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엄수됐다. ⓒ제주의소리
5일 한라체육관에서 엄수된 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동료 장영웅 소방교가 추모사를 읽자 유가족들이 흐느끼고 있다. ⓒ제주의소리
5일 한라체육관에서 엄수된 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동료 장영웅 소방교가 추모사를 읽자 유가족들이 흐느끼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인과 친구이자 동료인 장영웅 소방교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읊자,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장 소방교는 “임성철 소방장은 나와 대학을 같이 다니고 창원소방본부에 같이 근무하다가 고향인 제주에서 근무하고자 퇴근하면 같이 살며 시험공부를 하던 친구이자 동기”라며 “예전부터 소방공무원으로 처음 몸 담았던 곳도, 다시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서 같은 센터에 같은 팀까지 근무할 수 있어 행복했고 어느 때 보다 든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밤도 어느 때와 다름없이 출동벨소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깜깜한 밤을 구급차를 타고 내 달렸고, 뜨거운 화재 현장에 들어가 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심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느꼈다”고 울먹였다.

장 소방교는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 했던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고 그때마다 너를 가슴에 품고 함께 가겠다”며 “임성철 소방장은 우리의 곁을 떠나 영면에 들었지만 그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임 소방장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는 장 소방교를 꼭 안으며 등을 쓰다듬었다.

5일 한라체육관에서 엄수된 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그의 아버지가 추모사를 읽고 있다. ⓒ제주의소리
5일 한라체육관에서 엄수된 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그의 아버지가 추모사를 읽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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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5일 한라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엄수됐다. ⓒ제주의소리

임 소방장 아버지는 고별사에서 “어릴 때부터 워낙 내성적이어서 운동을 시켰는데 택견 시범단으로 활동할 정도로 날아다니더니 대학 진로를 소방구급대원으로 정하고 공부해서 합격한 뒤 얼마나 좋아했는지. 이제는 과거로 남겨두게 됐다”고 흐느꼈다.

이어 “이제는 아버지는 너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게 됐구나. 대신 약속할게.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에게 잘하며 잘 살고자 한다”며 “아들의 희생과 청춘이 밑걸음이 돼 소방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안전하게 활동하게 된다면 저희 가족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임 소방장의 친구들과 동료들은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올리며 고인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임 소방장의 유해는 이날 오후 3시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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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임성철 소방장의 부모가 임 소방장의 영정 사진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제주의소리

임 소방장은 지난 1일 새벽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감귤 창고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주민을 대피시키고 화재 진압 작업을 돕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창고 밖에서 화재 진압이 이뤄지던 중 처마가 붕괴, 잔해물이 고인을 덮쳤다. 머리 등에 큰 충격을 받은 고인은 서귀포의료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친구이자 동료를 떠나보낸 어느 소방관의 슬픈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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