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미완의 행정체제 개편] ① 도민참여단 선호안-용역진 최적대안 일치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숙의토론 결과 '기초자치단체 부활-3개 구역안' 선호안이 확정됐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실시되는 주민투표안에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도민사회의 우려가 적지 않다. 숨가쁜 일정 속 '부실 연구' 논란을 해소하지 못했고, 한 달 사이에 선호도가 급격히 뒤집히는 여론조사 결과물도 불안감을 자아낸다. 불과 5.5대 4.5로 엇갈린 선택이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의문이 뒤따른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연구를 매듭짓는 과정의 문제점을 세 차례에 걸쳐 긴급진단한다. /편집자주

지난 7월 11일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제주형 행정체제 모형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선8기 제주도정의 핵심 공약이자 지난 10여년간 이어져 온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숙의토론 과정이 마무리됐다. 사실상 최종 대안이 확정된 것으로, 올해 안에 주민투표안이 확정되면 내년 4월 10일 총선 직후 주민투표 실시 일정을 정하게 된다. 

다만, 최종적으로 도출된 결과물이 당초 취지에 맞게 도민 총의가 모인 결과인지, 중앙부처를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가 뒤따르는 것도 현실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는 지난 5월과 8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숙의토론을 완료했다. 지난 10개월간에 숨가쁘게 진행돼 온 행정체제개편 용역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15억원이라는 연구용역 예산이 말해주듯 작업의 양은 방대했다. 자치행정 분야 전문가들이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도민사회의 의견을 합치기 위한 설문조사와 공론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됐다.

전문가토론회, 도민경청회, 지역별 순회 토론회, 도민 여론조사, 2030청년포럼 등 의견 수렴을 위해 적지 않은 품을 들여야 했다.

공론화 과정에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투입한 것은 자칫 '답정너'식 결과가 도출될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답정너'란 '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답을 하라'는 뜻의 신조어로, 행정체제 개편 숙의토론 과정이 자칫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도민참여단에 의해 최종 선택된 대안은 연구용역진이 제시한 최적안이 그대로 반영됐다.

도민참여단은 행정체제 계층 구조와 관련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기초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설치하고 시장과 군수, 시군 기초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시군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꼽았다.

행정구역의 개수와 관련해선 과밀집된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나눠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를 적용하는 '3개 구역안'이 최적 선호안으로 선택됐다.

이는 용역을 수행한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제시했던 최적안과 일치한다.

용역진은 공공연하게 '행정시장 직선제'보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당위성을 어필해 왔고, 구역안 설정에 있어서도 지역 단체들이 선호한 '4개 구역안'보다 비용추계가 적은 '3개 구역안'을 최적안으로 꼽았다.

단순 용역진이 제시한 대안과 도민참여단이 선택한 대안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폄훼할 이유는 없지만, 행정체제 개편 용역은 그 과정에 있어 꾸준히 부실함을 지적받았다는 점은 돌이켜볼 지점이다.

용역진은 행정체제 모델을 제시함에 있어 각 대안별 적합성을 분석한 결과가 작위적이라는 비판을 샀다. 명확한 기준 없이 대안별 점수를 매겨 특정안을 배제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토론회 과정에서는 민감한 자료를 입맛에 따라 수정하며 논란을 키웠다.

또 구역 설정 과정에서도 사실상 평가의 척도가 된 '기준 충족도 분석'의 미비점이 드러났다. 점수 배점의 근거가 명확치 않고, 비용추계도 자의적으로 이뤄졌다는 문제였다. 용역진은 지적이 이어지자 관련된 쟁점자료를 통째로 빼버리는 과단성(?)을 보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나 적정한 보완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초에 행정체제 개편 용역은 그 일정에 맞춰 올해 안에 마무리지어야 했다.

한 단계가 어긋나면 그 다음 단계까지 연쇄적으로 미뤄지는 살얼음판 일정이었기에 쫓기듯 과업을 진행했다. 부실연구에 대한 보완은 적어도 공개적으로 이뤄지진 않았다.

그토록 경계했음에도 결과는 '답정너'였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객관적 자료를 통한 대안의 당위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결국 휘뚜루마뚜루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는 결정적 시점에서 잠재적 위협이 될 가능성도 다분해졌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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