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미완의 행정체제 개편] ② 조사시기-방식 따라 선호도 결과 천차만별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숙의토론 결과 '기초자치단체 부활-3개 구역안' 선호안이 확정됐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실시되는 주민투표안에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도민사회의 우려가 적지 않다. 숨가쁜 일정 속 '부실 연구' 논란을 해소하지 못했고, 한 달 사이에 선호도가 급격히 뒤집히는 여론조사 결과물도 불안감을 자아낸다. 불과 5.5대 4.5로 엇갈린 선택이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의문이 뒤따른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연구를 매듭짓는 과정의 문제점을 세 차례에 걸쳐 긴급진단한다. /편집자주

숙의토론을 거쳐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도민참여단이 선택한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애초에 오영훈 제주도지사 공약의 핵심도 '권력의 분할'이었고,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위해 상위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 목표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은 '행정구역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에 쏠렸다. 현행 제주시-서귀포시 2개 행정구역안은 인구나 세수 형평성에 있어 제주시 쏠림 현상이 심해 조정의 필요성이 점쳐졌다. 최종 후보로 '4개 구역안'과 '3개 구역안' 등 2개안으로 추려진 배경이다.

'4개 구역안'은 제주시 동지역과 서귀포시 동지역을 중심으로 조천-구좌-성산-표선-남원을 '동제주군'으로, 애월-한림-한경-대정-안덕을 '서제주군'으로 묶는 방식이다. 경제효과성이 낮고 도농격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도시와 농촌의 특성을 그대로 살릴 수 있고, 행정편의성이 향상된다는 이점을 지녔다.

'3개 구역안'은 서귀포시 지역은 그대로 두고, 현재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국회의원 선거구를 그대로 준용해 수용성이 높고, 인구-면적이 고루 배분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반면, 기존의 생활권이 분리되며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두 가지 안 모두 장단점이 뚜렷한만큼 선호도 역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11월 25~26일 이틀에 걸친 제3~4차 숙의토론회에서 도민참여단 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3개 구역안'에 대한 선호도는 55%, '4개 구역안' 선호도는 42.5%로 나타났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숙의토론회에서 도출된 결과를 주민투표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20년만에 시도되는 행정체제 개편은 '기초자치단체 부활 + 3개 구역안' 적용 가능성이 높다.

복기할 대목은 불과 한 달 전인 10월에 실시된 도민 여론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행정체제 개편 용역진이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제주도내 18세 이상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46%)에서 '적합한 행정구역 수'를 묻는 질문에 '4개 구역안' 응답은 57.4%로, '3개 구역안'은 32.6%로 나타났다.

똑같은 질문임에도 10월말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4개 구역안' 선호도가 24.8%p 앞섰고, 11월 도민참여단 3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선호도가 12.5%p 높게 나타났다.

변화 추이를 분석하기에는 조사시기의 간격이 너무 짧았고, 결과는 까마득한 차이를 보였다.

결국 '3개 구역안'에 대한 선호도가 정말 도민들의 의견이 십분 반영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행개위 관계자는 "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는 달리 도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경우, 각 대안별 장단점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고, 숙의토론 끝에 도출된 결과라는 점에서 보다 신빙성을 갖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틀간 관련 교육을 받은 도민참여단이 일반 도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지식을 갖출 수는 있겠지만, 제주사회의 운명을 뒤바꿀만한 결정 권한과 통찰력이 주어졌냐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도민사회의 보편적인 정서 측면에 있어 도입 가능성이 더 높은 대안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다.

행개위의 여론조사와 별개로, 지난 9월 추석명절을 앞두고 KCTV제주방송, 뉴제주일보, 한라일보, 헤드라인제주 등 도내 4개 언론이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는 '행정구역을 몇개로 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 질문에 63.0%가 '현행대로 2개 유지', 20.1%가 '4개로 조정', 10.6%가 '3개로 조정', 2.5%가 '5개로 조정'이라고 답했다.

아무리 같은 방식, 같은 표본이 아니라 할지라도 행정구역 선호도 조사결과는 9월 '2개안', 10월 '4개안', 11월 '3개안'으로 널을 뛰었다.

숙의토론을 거쳤음에도 최종 선택된 '3개 구역안'이 도민들이 선택한 단일안으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흐름이다.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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