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의적인 '특별시 방식' 사무배분 대안, 중앙정치권 설득 가능성 미지수

민선8기 제주도정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중앙정치권과의 힘겨루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따른 사무배분 문제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자칫 제주도의 자의적인 '취사선택형 사무배분'이 걸림돌이 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는 지난 12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도민보고회'를 끝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최종 주민투표 권고안 제출만을 앞두고 있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용역을 수행한 한국지방자치학회는 숙의형 도민참여단에 의해 1순위로 확정된 '시군 기초자치단체 + 3개 행정구역' 모델을 중심에 두고, 막바지에 이르러 자치입법 설계 및 사무배분 방식을 제시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2006년 단일체제로 출범하면서 광역자치단체에 부과되는 '광역사무'와 기초자치단체에 부과되는 '기초사무'가 동시에 주어졌고, 제주특별법 특례를 통한 4700여개의 '국가사무'까지 운용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전제할 경우 이에 따른 사무배분 작업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광역사무'와 '기초사무'는 각각의 법에 따라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기초단체가 부활할 경우 사무를 다시 배분하던가, 법 체제를 뜯어 고쳐야 한다.

용역진은 시군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확정되더라도 모든 기초사무를 넘겨주지 않고, 특정 기초사무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니는 방식을 제안했다. 기존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에 도입된 '자치구 처리제한 사무' 개념을 제주에도 도입하는 식이다.

통상적인 자치구 처리제한 사무는 14개로, 이중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사무 △청소·생활폐기물에 관한 사무 △도로의 개설과 유지·관리에 관한 사무 △상수도사업에 관한 사무 △공공하수도에 관한 사무 △대중교통행정에 관한 사무 등 6개 사무는 기초단체로 넘겨주지 않고 제주도가 그대로 유지하자는게 용역진의 제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은 가뜩이나 중앙 정치권과의 절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실현 가능성을 더 떨어뜨릴 여지가 다분하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국회 일각에서는 단일 행정체제에 따른 특혜를 받은 제주특별자치도가 기초자치단체로 회귀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표출돼 왔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제주특별법이 계류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4개 시군의 기초사무를 광역사무로 단일화한 것은 특례의 핵심이었다.

가령 기초사무로 분류된 상하수도 업무의 경우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별 편차가 상당했다. 인구가 적은 남제주군·북제주군 주민들은 인구가 밀집한 제주시 주민들에 비해 30% 가까이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대중교통 서비스만 하더라도 제주도민사회는 시내버스 요금이 1000원을 밑돌던 때에도 시외버스 요금은 3000원을 웃돌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제주 전 지역의 시내버스화는 오직 제주도만이 시도할 수 있는 특례다.

생활폐기물 처리 사무는 전국 모든 지자체의 공통적인 골칫거리다. 제주는 광역폐기물처리시설 조성으로 이 문제를 타개했지만, 원론적인 기초단체 도입이 이뤄질 경우, 각 시군별로 폐기물 처리 방식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결국, 용역진이 제시한 '취사선택형' 사무배분이 중앙 정치권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제3자의 시각에서는 사무의 성격에 따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델로 비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현재 특별자치도는 제주만의 특권이 아니다. 이 같은 사무배분 모델이 받아들여질 경우 강원특별자치도나 출범을 앞둔 전북특별자치도 등의 지자체도 동일한 권한을 요구할 수도 있다.

'교부세 정률특례' 유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보통교부세는 지자체의 재정수입이 재정수요에 미치지 못할 시 미달되는 금액을 국비로 보전해주는 방식이지만, 단일 행정체제인 제주특별자치도는 전체 보통교부세의 3%를 일률적으로 받는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광역사무와 기초사무, 국가사무 등을 운용하는 제주의 특수성을 인정한 제도로,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교부세 일률 적용'은 포기하기 어려운 특례다. 다만, 자의적인 사무배분으로 인해 특례 유지 가능성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용역진의 사무배분 제안은 제주사회에 이상적일 수는 있어도,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용역진 스스로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추후의 과제는 도민사회의 몫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용역진 관계자는 "주민투표가 확정되면 추후 별도로 구성되는 '추진준비단' 등이 추진할 내용"이라며 "어느 정도의 걸림돌이 될지, 어느 정도 용이할지는 부딪혀봐야 알 것이고, 확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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