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90) 제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10명 전원 무죄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통일된 독립국가를 염원,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한 제주도민들의 명예가 70여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회복됐다. 유족들은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12일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1부(강건 부장)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대상자는 총 10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4.3 당시 농민, 어부, 학생 신분이었다. 

이날 직권재심 대상자 대부분에게 적용된 법률은 미군정 법령 제19호 위반. 오늘날 미군정 포고 제2호와 법령 제19호는 당시 미군정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처벌할 수 있었던 내용으로 해석되며, 실제로도 그랬다. 

변호인의 무죄 변론과 검찰의 무죄 구형, 재판부의 무죄 선고까지 한꺼번에 이뤄져 명예가 회복된 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대부분은 1948년 5월10일 치러진 이른바 ‘5.10총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옥살이하다 행방불명됐거나 목숨을 잃었다. 

당시 시대 상황은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광복의 기쁨도 잠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에 한반도가 크게 휘둘릴 때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통일된 독립국가를 희망한 국민들의 염원과 달리 미국과 소련은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했고, 서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UN에 한반도의 문제를 넘겼다. 

당시 UN은 임시 위원단을 설치해 위원단 감시 아래 총선거를 실시해 빠르게 통입 독립 정부를 수립한다는 결의안을 의결했지만, 미국과 소련의 패권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남한에 비해 북한의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어 한쪽이 총선거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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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UN는 선거가 가능한 지역만이라도 총선거를 실시해 정부를 세운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이는 국민들이 염원하던 독립적인 통일국가와 거리가 먼 민족 분단을 의미했다. 

당시 민족지도자들은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한반도 통일 독립국가에 대한 열망을 보이면서 협의했지만, 주요 지도자들이 암살되는 등의 이유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1948년 5월10일 남한만에서만 치러진 선거의 전국적으로 투표율은 90%를 훌쩍 넘겼지만, 전국에서 단 2개 선거구만 투표율이 과반을 넘지 못해 무효화됐다. 2개 선거구 모두 제주로, 당시 제주도민들의 통일된 독립국가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방증한다. 

제주4.3은 1947년 3월1일 3.1절 기념식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될 때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대상자들은 5.10총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1947년 3.1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남한 단독정부 수립 반대 등을 외치는 도민 목소리에 대해 이승만 정부는 제주를 빨간섬으로 규정했다. 7년에 걸친 4.3으로 당시 제주도민의 1/10이 목숨을 잃은 이유다. 

이날 명예가 회복된 10명 모두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에서 4.3 희생자로 결정된 피해자들이며, 전원이 특별재심 대상자다. 유족들은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명예가 회복되는 상황에서도 법정에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절레절레할 뿐 “할 말이 없다”며 발언을 아꼈고, 일부 고령의 유족들은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두희, 김행수, 강철호, 김승교, 강공율, 현임범, 이태신, 김두규, 송인송, 고기평

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병규, 김덕현, 강희순, 황후길, 고행칠, 홍상형, 강재삼, 조진생, 현행주, 문창현

3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언종, 김영주, 홍신우, 양맹숙, 김봉언, 김병혁, 김재철, 정제옥, 허평식, 김덕중, 김시각, 고일봉, 김대규, 김규희, 김근익, 양도준, 양성언, 오국양, 오영하, 이찬형, 이한성, 오태년, 정경룡, 임명화, 고한주, 조천석, 이정호, 원응석, 윤공효, 양영수

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채희관, 김태병, 김태효, 김시범, 고찬일, 조창호, 고태휴, 김동하, 김원겸, 김사영

4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김태문, 김영구, 고용순, 김영찬, 김형진, 김영균, 김두행, 양희수, 한태복, 한창섭, 부영주, 고봉훈, 송병옥, 정기환, 김성하, 이보원, 고병률, 현서권, 소찬택, 정인식, 이성희, 김삼현, 강성수, 송대경, 김민종, 박남해, 홍천표, 양보하, 현재보, 고석구

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31일)
강상두, 고을송, 김인수, 강문택, 장한성, 현봉하, 김덕용, 서종권, 손경현, 장춘자

4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31일)
고용전, 임달부, 송공삼, 오창순, 문종각, 김성천, 김치민, 김성길, 김기규, 김형주, 고재찬, 양만학, 김순택, 양지순, 김혁조, 김두인, 이대성, 조두규, 현상시, 진경만, 오영백, 양태후, 홍용표, 김창해, 김봉수, 강군화, 강조정, 부윤호, 안최빈, 김윤석

42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1월28일)
김안국, 고두석, 정두영, 백우형, 김희만, 김병호, 김봉수, 장성학, 김태경, 이근우, 현귀보, 김수호, 오국보, 박두환, 부성우, 채평호, 강용생, 이완진, 현완일, 문두홍, 고의학, 강위경, 천두팔, 양승후, 김기풍, 김병용, 좌구형, 강여규, 양재섭, 김대길

4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1월28일)
현두생, 강한규, 고태호, 김기남, 김봉흡, 김재생, 이요심, 한일봉, 양근오, 고태규, 한칭목, 양의호, 송갑생, 송신생, 김동안, 부영호, 허달희, 양재희, 강원효, 김윤명, 홍남기, 강태평, 김자학, 박성찬, 김창영, 오순보, 김봉호, 허남홍, 허남섭, 허남익

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2월12일)
이상지, 김오봉, 김병봉, 강병칠, 오흥수, 홍유아, 김만규, 임재옥, 고인성, 황덕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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