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제주지부 성명서 발표...“피해자 보호-회복 최우선” 

전교조 제주지부(전교조 제주)는 1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제주 A고교 불법 촬영 사건을 계기로 실효성 있는 성인지 관점의 성교육을 제대로 시행하라”고 제주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지난 10월 18일 제주 지역 A고교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기기가 발견됐다. 당시 화장실 칸 바닥에 놓인 티슈곽을 수상하게 여긴 교사가 촬영 모드인 스마트폰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스마트폰을 설치한 B군은 A고교 재학생으로, 다음 날인 19일 오전 경찰에 자수했다. 학교는 지난달 7일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B군을 퇴학 조치했다. 현재까지 B군은 학교 내 여자 화장실 3곳에 10회가량 불법 촬영 기기를 설치한 뒤 피해자들을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수만 수십명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후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제주지방법원은 12월 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B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교조 제주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구성원에 대한 성평등 관점을 유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교내 불법 촬영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편협한 관점(개인의 일탈임을 강조)을 버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장기적인 성인지 관점의 성교육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불법 촬영은 젠더 폭력에 기반한 디지털 성폭력이다. 성별 고정관념은 성차별을 강화하여 그릇된 성 가치관을 형성하고 이는 젠더 폭력과 맞물려 원치 않는 접촉, 디지털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성폭력과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전교조 제주는 “교육감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를 위한 ‘도교육청 성평등(성폭력) 전담 기구’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교육감은 해당 사안을 ‘개인의 일탈 수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 “기존에 짧은 주기로 교체되는 ‘성인식 개선팀’에 있는 적은 인원의 장학관과 장학사에게 성폭력 사안 대응 및 성교육 등의 총괄 업무를 맡기는 관행부터 빨리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제주는 “교육청은 학교 공동체 구성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교육 활동과 행정업무 지원, 확실한 피해자 보호와 상담·의료·치유 지원, 법률적 자문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신신 당부했다.


[전문]

디지털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 지난 10월 18일, 제주도 공립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학생, 여성 교직원 등이 이용하는 여성 화장실에 설치한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되었다. 해당 학교의 여성 화장실을 이용한 학생, 교직원 등의 모든 사람들이 피해 당사자로 예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학교 관리자는 피해 당사자일 수 있는 불법 촬영 학생의 담임교사에게 가정방문을 지시했다. 또한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피해자의 일상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앞장서야 할 학교 관리자는 이 일을 축소하여 은폐를 시도하였다. 가장 안전하고 보호받아야 할 학교에서 디지털 성폭력이 발생했다. 누구를, 어느 곳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학교 관리자는 그 누구보다도 학교 구성원의 안전을 위하고 성평등한 학교 문화를 조성해야 할 직업적 책무와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는커녕 2차 피해를 주도하며 위력과 위계로 부당한 업무 지시까지 시도하여 피해자의 회복을 막아서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안전하지 못한 학교 현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무엇보다 해당 사안으로 인하여 극심한 고통과 혼란한 상황을 겪고 계신 피해자분들에게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전한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제주도의 학교들이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학교가 되기 위해 지속해서 협의하고 행동할 것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지방경찰청은 디지털 성범죄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협업을 강화하여 공동 대응하라!
10월 18일 해당 사안이 발생한 이후 제주도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아무런 입장 표명이나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은 사안이 발생한 2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불법 촬영 학생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도 2주가 지난 다음에야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의 지지부진한 사안 대응에 더하여 설상가상으로 제주도 교육감은 사안 대응과 관련한 전교조 제주지부와의 면담을 통해 “나한테 따지지 말고 경찰에 가서 말하라"고 말하며 디지털 성폭력의 특성과 수사기관과의 협업에 대한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발언을 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재빠른 수사가 관건이면서 얼마만큼 공조체계가 갖춰져 수사가 진행되느냐가 사안 조사 및 해결, 피해 회복 등 우리 모두의 일상 회복의 시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지방경찰청은 사안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지금이라도 자치단체장인 도지사와 교육감, 경찰청장이 만나서 이와 관련한 공조체계를 갖추고 제대로 된 수사와 피해 회복 지원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이런 범죄가 발붙일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도민의 대표이자 도정을 책임지는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책무이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1. 제주도교육감은 피해자 보호 조치 외면한 학교 관리자를 직위 해제하라!
고등학교 여성 화장실 불법 촬영 사안을 은폐하고 축소하며 2차 피해를 가하는 학교 관리자를 직위 해제하라. 성폭력의 1차적 조치는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이다. 해당 학교 관리자는 피해 교사를 보호하지 않고 불법 촬영 학생을 가정방문하도록 지시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책임도 다하지 않았다. 또한 사안이 위중함에도 학교 구성원들(교직원, 학생, 학부모)에게 그 즉시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한 얘기가 다른 데로 번져가지 않도록 입단속만을 시켰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고, 학교 구성원들에게 단 한차례의 사과의 말도 없었다. 관리자는 자신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을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피해 회복과 일상 회복의 출발점이자 시작은 해당 학교 관리자의 직위해제이고 엄중한 사안 조사에 따른 징계조치이다. 피해자 보호 조치를 외면한 학교 관리자를 당장 직위 해제하라!

1. 해당 학교 피해 학생과 교직원들의 보호와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총괄적으로 지원하라!
도교육청은 학교 공동체 구성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교육 활동과 행정업무 지원, 확실한 피해자 보호와 상담·의료·치유 지원, 법률적 자문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학교에 있었던 구성원 모두는 피해자이며 이 사안은 학교 공동체에 심각한 충격과 트라우마를 초래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의 보호와 피해 회복을 위해 현재 도교육청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불법 촬영 관련 학부모 요구 사항 상당 부분이 불가하다고 답변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 제도와 여건상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이 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지사와 제주지방경찰청장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1. 도교육청 성평등 전담 기구 마련에 신속히 나서라!
제주도 교육감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를 위한 ‘도교육청 성평등(성폭력) 전담 기구 마련'을 신속히 해야 한다. 성평등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조건이다. 교육감은 해당 사안을 ‘개인의 일탈 수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불평등한 권력 구조로 되어 있는 학교 구조와 조직문화의 문제이며 교육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기존에 짧은 주기로 교체되는 ‘성인식 개선팀'에 있는 적은 인원의 장학관과 장학사에게 성폭력 사안 대응 및 성교육 등의 총괄 업무를 맡기는 관행부터 빨리 바꿔야 한다. 제주도 교육청은 성폭력 사안 대응과 성평등 교육과 관련하여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청이 교내 불법 촬영 및 디지털 성폭력 사안 대응의 컨트롤 타워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강력하고 지속적인 교육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1. 실효성 있는 성인지 관점의 성교육을 제대로 시행하라!
교육청은 교내 불법 촬영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편협한 관점(개인의 일탈임을 강조)을 버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장기적인 성인지 관점의 성교육을 제시해야 한다. 불법 촬영은 젠더 폭력에 기반한 디지털 성폭력이다. 성별 고정관념은 성차별을 강화하여 그릇된 성 가치관을 형성하고 이는 젠더 폭력과 맞물려 원치 않는 접촉, 디지털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성폭력과 연결된다.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성교육 시행계획’에 명시한 계획과 같이 학교 구성원에 대한 성평등 관점을 유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원해야 한다. 도교육청이 성인지 관점의 성교육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선 성인지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성인지 관점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강사풀을 운영하여 학교 성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성평등한 학교 문화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제주지방경찰청은 학교 구성원들이 지원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젠더폭력 근절·안전한 노동환경·성평등한 교육 현장을 위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에 힘쓰기를 요구한다. 

2023. 12. 12.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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