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제주의 미래] ②사용종료 매립지, 어떤 미래 그려낼 수 있을까

30년 넘게 제주시민 쓰레기를 한 몸으로 받아낸 봉개 매립장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오랜 시간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운영된 쓰레기 처리시설들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다. 

도내 최대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봉개동 매립장은 올해 사용종료에 앞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센터 폐쇄만 앞두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사용종료 검사를 거쳐 이상이 없으면 봉개 매립장은 공식적으로 ‘폐쇄’ 된다.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매립장은 봉개동 일대 주민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었다. 중간중간 시설 사용연장 등을 두고 마찰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수십 년간 고통을 감내해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제주시는 ‘혐오시설’인 봉개 매립장을 시민 건강과 휴양 및 정서 생활을 위한 ‘친환경 거점’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지난해부터 ‘봉개 매립장 사후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 중이다. 

과거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전경
과거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봉개 매립장 사업대상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봉개 매립장 사업대상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용종료 이후 매립장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기본 방향을 잡고, 고통을 감내해 온 주민들이 바라는 점을 녹여내 어떻게 50만 제주시민을 위한 시설을 만들 것인지 구상하는 내용이다.

봉개 매립장이 새로 탈바꿈하게 될 대상지는 복토 공사가 끝난 매립지 1~4공구와 북부소각장, 음식물자원화시설, 재활용선별장, 쓰레기 처분시설 등 47만9261㎡ 규모다. 도내 최대 매립장이었던 만큼 사업부지도 거대하다.

쓰레기와 그 냄새로 가득한 매립장에 시민들을 위한 시설을 어떻게 조성할까 싶지만, 실제로 사용종료 매립장을 시민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는 다양하다. 

물론 주변을 오염시킬 우려에 따라 사용종료 시점부터 30년간 활용 범위가 제한되지만, 충분히 시민들을 위한 시설로 만들어낼 수 있다. 활용 가능 범위는 △수목 식재 △초지 조성 △공원 △체육시설 △문화시설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이다. 

이에 대부분 매립장들은 공원이나 도시숲, 수목원으로 활용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사용종료 매립장 181곳 가운데 45곳, 24.9%가 이에 해당된다. 소규모 매립지의 경우 나대지야 야적장이 많다. 체육시설도 눈에 띈다. 제주지역의 경우 노형동 ‘미리내공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리내공원은 1979년 11월 쓰레기 매립지로 선정된 이후 1980년 9월부터 1992년 7월 31일까지 매립이 이뤄진 곳이다. 약 12년 동안 7만5452㎡ 면적에 쓰레기 1494㎥가 묻혔다.

비위생 단순매립 방식으로 매립된 쓰레기에서 나오는 침출수와 매립가스 등으로 인해 주변이 오염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오염된 땅을 되살리기 위해 제주시는 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66억원을 들여 매립지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매립지 정비사업에 따라 매립장은 환경오염방지 시설인 차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복토 과정을 거쳐 인조잔디 축구장과 그라운드 골프장, 테니스장, 국궁장 등이 조성됐다. 현재 미리내공원은 전지훈련 장소이자 시민 생활체육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1980년 9월부터 1992년 7월 31일까지 매립이 이뤄진 노형동 매립장에 조성된 미리내공원 축구장. 전지훈련차 미리내공원을 방문해 축구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제주의소리
1980년 9월부터 1992년 7월 31일까지 매립이 이뤄진 노형동 매립장에 조성된 미리내공원 축구장. 전지훈련차 미리내공원을 방문해 축구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제주의소리
매립장이었던 제주시 노형동 미리내공원 경사면 옆으로 조성된 궁도장. ⓒ제주의소리
매립장이었던 제주시 노형동 미리내공원 경사면 옆으로 조성된 궁도장. ⓒ제주의소리

타 지역 사례로 서울의 경우 1978년부터 1993년까지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매립한 272만㎡ 규모 난지도 매립장에 다양한 공원을 조성했다. 두 개의 쓰레기 산은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착공된 공원화 사업에 따라 각각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두 공원과 함께 △평화의공원 △난지천공원 △희망의 숲 등이 조성됐다. 공원에는 풍력발전기, 어린이놀이터, 운동장, 게이트볼장, 골프장, 광장, 데크 등 시민 여가생활을 위한 시설들이 설치됐다. 

또 대구의 경우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시민 생활쓰레기 410만t이 18m에 달하는 거대한 높이로 쌓였던 달서구 매립장에 조성된 ‘대구수목원’이 있다. 

대구시는 각종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흙으로 매립장을 덮고 그 위에 조경토를 쌓는 등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공사를 진행해 산림청 등록 1호 공립수목원을 완성, 생태를 복원했다. 이후 환경부 선정 자연생태복원 우수사례로 2회 연속 지정되기도 했다.

총 24만6503㎡ 면적에 1750종 45만여 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대구수목원은 현재 시민들과 관광객이 자주 찾는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부산의 경우 1993년 매립을 끝낸 뒤 2017년 조성된 ‘해운대수목원’이 비슷한 사례다. 

경기도는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매립한 안산 시화 매립장 45만㎡에 습지정원, 잔디마당, 어린이정원, 기후정원 등을 갖춘 ‘세계정원 경기가든’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목원, 공원과 달리 경북 포항시는 1981년부터 1993년까지 사용한 북구 양덕 매립장을 체육공원으로 새 단장했다. 17만8000㎡ 규모에 운동장, 체육관, 리틀야구장, 3면 축구장 등을 마련했다. 

이처럼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를 가득 품은 다른 지역 매립장의 환골탈태는 제주 봉개동 매립장의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활용 용도가 제한적이지만, 어떻게 구상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시민들과 관광객이 즐겨찾는 명소가 될 수 있다.

휴식공간이자 관광명소로도 탈바꿈할 수 있는 ‘혐오시설’ 봉개동 매립장의 미래 초석을 다져나갈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월드컵공원 조성을 위한 서울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계획도. 사진출처=서울시청.
월드컵공원 조성을 위한 서울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계획도. 사진출처=서울시청.
대구광역시 달서구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된 대구수목원 전경. 사진=대구시청.
대구광역시 달서구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된 대구수목원 전경. 사진출처=대구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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