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제주의 미래] ①쓰레기 처리 ‘지역→광역’ 이동, 저무는 봉개동 시대 

1992년부터 제주시민의 쓰레기를 품어온 봉개동. 매립장과 소각장, 선별장에 이어 올해 상반기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센터까지 가동을 중단하면, 30년 넘는 세월 시민들의 쓰레기를 처리해 온 봉개 환경처리 시설 역사의 마침표가 찍힌다. 제주시가 사후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면서 봉개 매립장의 미래가 새롭게 그려지는 가운데 [제주의소리]가 변화된 미래를 준비하는 봉개 매립장 시대의 역사와 비전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30년 넘게 제주시민들이 내놓은 쓰레기를 품어온 봉개 매립장 시대가 끝난다. 생활 쓰레기부터 음식물, 재활용품, 대형폐기물 등 쏟아지는 쓰레기를 한 몸에 받아낸 역사도 함께 묻는 것. 

봉개동에서 책임지던 쓰레기들은 광역처리 시설로 모두 옮겨갔다. 매립과 소각은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맡는다. 재활용 선별과 대형폐기물도 동복리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처리된다. 

음식물쓰레기의 경우 아직 서귀포시 색달동 광역음식물처리시설이 준공되지 않아 봉개동에서 처리 중이지만, 올해 상반기 모두 기능을 이관하면서 폐쇄될 예정이다. 

제주시는 현재 미리내공원인 노형동 매립장이 가득 차면서 1989년 11월 타당성 조사를 거쳐 1990년 12월, 회천동(행정동 봉개동) 일대를 매립장 후보지로 확정했다. 당시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에 부딪혔지만, 우여곡절 끝 확정됐다.

주민 희생을 바탕삼아 1992년 도내 최대 규모로 막을 연 봉개동 시대다. 봉개동 매립장은 바닥에 비닐을 깔고 배수로를 갖춰 폐수를 침출수 처리장에서 정화시키는 등 현대식 환경 처리시설로 마련됐다.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과거(사진 왼쪽) 모습과 현재 복토 공사 완료 후 사용종료 승인 상태의 매립장 제1공구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과거(사진 왼쪽) 모습과 현재 복토 공사 완료 후 사용종료 승인 상태의 매립장 제1공구 모습. ⓒ제주의소리
과거 회천(봉개) 쓰레기 매립장에 쌓여 있는 압축쓰레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과거 회천(봉개) 쓰레기 매립장에 쌓여 있는 압축쓰레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최초 2000년대 초까지였던 매립장, ‘4차 연장’ 끝 폐쇄된 역사

제주환경시설관리소에 따르면 봉개 매립장은 1990년 11월 24일 폐기물 매립시설 조성 사업이 승인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1991년 11월 위생매립장 조성 공사를 시작, 1992년 8월 1일부로 제1공구 매립이 시작됐으며 용량은 49만1000톤(t)이었다.

이어 1996년 10월, 58만3000t 규모 제2공구와 2000년 12월, 48만8000t 제3공구 매립이 개시됐다. 쓰레기를 매입하던 중 2001년 8월 폐기물 위생매립장 조성 공사는 마무리됐고 2009년 11월부터는 용량 31만8000t의 제4공구 매립이 시작됐다. 

이 사이 봉개 매립장은 2011년까지 사용하는 ‘1차 사용 합의’를 이뤘으며, 2010년 3월 제주시는 폐기물 처리시설 전체 면적인 57만6911㎡를 도시계획시설로 최초 결정했다. 

이후 사용종료 기간이 가까워졌지만, 매립 여유 공간이 남게 되자 2011년 제주시는 봉개동 주민들과 협의해 포화 시기로 예상되는 2016년까지 연장 사용키로 하는 ‘2차 합의’를 맺었다. 매립장을 이설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주민들과 갈등을 빚어온 제주시는 봉개동에 매해 10억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는 당근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매립후보지를 확정하지 못할 경우 별도 추가 지원을 통해 사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도 달았다. 

그러나 제주시가 폐기물처리시설 신설 과정에서 유력 후보지로 봉개동을 포함시키자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사용 기간 연장도 모자라 대단위 광역폐기물처리시설을 추진하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이 격화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빠진 제주시는 부지 내 신재생에너지 타운 조성을 비롯한 주민숙원사업을 추가하며 2016년 6월 가까스로 ‘3차 합의’를 맺었다. 구좌읍 동복리 광역매립장 조성 이전인 2018년 5월까지 사용한다는 조건이다. 

합의와 함께 제1공구와 제2공구는 증설 공사가 시작됐다. 합의 5개월여 뒤엔 제3공구와 제4공구 103만6000㎥가 가득 찼고 2018년에는 증설한 제1공구 매립이 완전 종료됐다.

이후 순조로운 시간을 보내는 듯했던 봉개 매립장은 동복리 광역매립장 준공이 늦춰지면서 또다시 연장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해진 기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주민대책위원회가 반입을 막지 않고 ‘유예’하면서 쓰레기 대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었기에 제주시뿐만 아니라 제주도 역시 직접 협상에 뛰어들었고 이에 동복리 광역매립장 준공 시점인 2019년 10월까지로 잠정 연장 운영하는 ‘4차 합의’가 이뤄지면서 위기를 넘겼다. 

2019년 10월에는 2단까지 쌓아올린 제2공구가 가득 차면서 모든 공구의 매립이 완전히 끝났고 비슷한 시기 동복리 매립장도 준공됐다. 이에 제주시는 이듬해부터 매립장 최종복토공사에 착수, 준공하고 2023년 모든 공구의 사용종료 신고를 수리한 뒤 활용방안을 세우고 있다. 

2014년 1월 24일 제주도청 앞에서 봉개동 폐기물처리시설 확충계획 전면 철회를 촉구하며 집회를 연 봉개동쓰레기 매립장주민대책위원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4년 1월 24일 제주도청 앞에서 봉개동 폐기물처리시설 확충계획 전면 철회를 촉구하며 집회를 연 봉개동쓰레기 매립장주민대책위원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봉개 매립장 전경. 
봉개 매립장 전경. 

# 우여곡절 속 끝난 매립, 하지만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연장?

봉개 매립장이 운영 중이던 1990년대 후반에는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가 시작되면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바꾸는 지렁이사육장이 운영됐다. 1999년 6월에는 음식물자원화시설도 설치, 운영됐다. 

2006년 1월에는 하루 50t에서 100t으로 처리용량을 늘리는 증설사업이 완료됐다. 음식물쓰레기 퇴비화는 수거와 파쇄, 선별을 거쳐 △톱밥 혼합 △스팀 건조 △고속 발효 △후숙 △포장 등 순서로 이뤄졌다. 100t을 처리하면 약 30t의 퇴비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음식물자원화시설 역시 매립장 못지않게 우여곡절을 겪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끝에 운영 중이다. 매립장 연장과 함께 음식물자원화시설은 2011년→2016년→2018년으로 두 차례 사용 기간이 연장됐다. 

그러나 새로운 광역음식물처리시설 준공에 앞서 봉개 매립장 사용 기간이 끝나면서 2018년 8월 ‘3차 합의’가 진행됐다. 이로써 2021년 10월 31일까지로 연장에 성공했지만, 소송에 휘말리고 준공 시기가 늦춰지면서 ‘4차 합의’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주민들은 약속을 지키라며 2019년 8월 봉개동 시설 입구를 막아서는 등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후 희생을 감내한 주민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물러서면서 2021년 10월에는 제주도-제주시-주민대책위 3자간 ‘4차 합의’가 이뤄졌다. 사용종료 기간은 2024년 1월 11일까지다. 

하지만 또 색달동 광역음식물처리시설 준공이 지연되면서 봉개동 시설 연장 사용은 불가피해졌다. 제주시는 부득이한 경우 6개월 범위 내 협의를 거쳐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재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연장 사용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센터에 진입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 하루 평균 110톤~170톤의 제주시 음식물 쓰레기가 이곳으로 모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센터에 진입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 하루 평균 110톤~170톤의 제주시 음식물 쓰레기가 이곳으로 모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봉개 매립장 내 재활용품 선별장 가동 당시 모습. 현재는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봉개 매립장 내 재활용품 선별장 가동 당시 모습. 현재는 폐쇄됐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매립→‘소각’ 처리, 분리수거 활성화에 ‘재활용 선별장’도 설치

제주시는 매립장 운영에 이어 쓰레기소각장을 짓고 2002년 9월부터 시범 가동했다. 면적 2만7424㎡, 하루 200톤 규모 쓰레기 처리 용량으로 만들어진 북부광역폐기물소각장은 매립장 남쪽에 들어섰다.

쓰레기봉투에 담는 ‘가연성’ 쓰레기를 파쇄한 뒤 모래와 섞어 고온으로 태우는 방식의 시설을 갖춘 북부 소각장은 2003년 4월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초창기 쓰레기 반입률이 적어 가동률이 평균 60%에 그쳤으며, 고장이 잦고 정비작업이 수시로 이뤄지기도 했다.

물론 소각 과정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소각열’을 음식물쓰레기 건조공정에 필요한 연료로 사용하는 등 경유 사용을 줄이고 예산을 절감하기도 했다. 고장과 노후화에 따른 정비가 잦은 소각장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 대형 소각장이 들어서면서 2023년 2월 폐쇄됐다.

버려지는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 자원 순환화를 극대화하고 매립 제로를 실현키 위해 마련된 ‘리싸이클링센터’는 상대적으로 최근인 2012년 6월 본격 가동됐다. 1일 처리능력 60t 규모로 선별, 자원화 등 제주시민들이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해왔으며, 2023년 5월 반입을 종료하고 다음 달 폐쇄됐다. 

이처럼 봉개 매립장은 일반 쓰레기부터 음식물, 재활용, 대형폐기물 등 시민들이 생활 속 버리는 다양한 쓰레기들을 처리해왔다. 동쪽 끝 구좌읍에서부터 서쪽 끝 한경면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쓰레기들이 몰려들었다.

주민 희생을 바탕으로 제주시 전체 쓰레기를 오롯이 받아낸 봉개 매립장은 이제 모든 시설 폐쇄를 눈앞에 두고 새로운 친환경 거점공간으로 환생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매립장 시대를 마무리하는 봉개동이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열어갈지 주목된다. 

2020년 11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들어선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2017년 3월부터 601억원을 투입해 하루 500톤 처리 가능한 소각장과 242만㎥ 규모의 매립장을 갖췄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들어선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2017년 3월부터 601억원을 투입해 하루 500톤 처리 가능한 소각장과 242만㎥ 규모의 매립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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