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92) 제4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30명 전원 무죄

제주4.3때 오빠를 잃은 할머니가 치매를 앓으면서 한번씩 70여년 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볼 때마다 “오라방(오빠) 왔구나”라고 말한다.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2부(부장 강건)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4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전원(30명)에게 16일 무죄를 판결했다. 

이날 직권재심 대상자 30명 중 3명은 내란죄(1948년 1차 군법회의), 27명은 국방경비법 위반(1949년 2차 군법회의) 혐의를 뒤집어썼다. 1명은 징역 7년, 12명은 무기징역, 17명은 사형이다. 

4.3때 애월 광령에 살던 고 신형택은 1949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4.3희생자다. 위법한 군사재판 절차 속에서도 스스로 ‘무죄’를 항변했지만, 날조된 공소사실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1949년 벌어진 2차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 중 일부는 사형이 집행됐다는 기록이 있지만, 나머지는 사형 집행 여부조차 알 수 없다. 유족들 입장에서는 가족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몰라 답답한 심정이다. 

1949년 6월28일부터 사흘간 총 345명이 군사재판을 받았는데,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사형 판결을 받았다. 249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되며, 96명 중 일부는 무기징역 감형됐다. 나머지는 사형됐는지, 감형됐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없어 행방불명 상태다. 

고 신형택의 외조카 강모씨는 현재 요양원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통곡했다.

강씨는 “한밤중에 누가 집에 찾아와서 외삼촌을 데려갔고, 그 이후로 행방불명됐다고 어머니께 들은 적이 있다. 외가 쪽에 남자가 없어 양자 두 분이 입적했는데, 호적 정리가 아직 잘 안됐다. 고령인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는데, 자꾸 저를 보고 ‘오라방(오빠) 왔구나’라고 말하신다. 이제라도 재심을 받게 돼 고맙다”며 울었다. 

1949년 2차 군법회의에서 징역 7년을 받아 마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인천형무소로 이감된 이후 행방불명된 고 양응휴의 조카 양모씨는 연좌제 피해를 언급했다. 

양씨는 “4.3이 몰아치자, 아버지는 해병대 3기로 입대해 7년간 군생활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역했는데도 아버지는 큰삼촌(고 양응휴)의 소식을 아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두 번이나 끌려가 고문을 당하셨다. 저도 연좌제 피해를 당했다. 군대에 입대했는데, 갑자기 부르더니 ‘이 빨갱이 XX들아’라고 욕하더라. 이제라도 큰삼촌의 명예가 회복돼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45차까지 이어진 군사재판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누적 4.3 피해자는 총 1301명이다. 1~5차 일반재판까지 포함하면 직권재심으로만 총 1351명의 4.3 피해자가 실추된 명예를 회복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3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언종, 김영주, 홍신우, 양맹숙, 김봉언, 김병혁, 김재철, 정제옥, 허평식, 김덕중, 김시각, 고일봉, 김대규, 김규희, 김근익, 양도준, 양성언, 오국양, 오영하, 이찬형, 이한성, 오태년, 정경룡, 임명화, 고한주, 조천석, 이정호, 원응석, 윤공효, 양영수

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채희관, 김태병, 김태효, 김시범, 고찬일, 조창호, 고태휴, 김동하, 김원겸, 김사영

4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김태문, 김영구, 고용순, 김영찬, 김형진, 김영균, 김두행, 양희수, 한태복, 한창섭, 부영주, 고봉훈, 송병옥, 정기환, 김성하, 이보원, 고병률, 현서권, 소찬택, 정인식, 이성희, 김삼현, 강성수, 송대경, 김민종, 박남해, 홍천표, 양보하, 현재보, 고석구

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31일)
강상두, 고을송, 김인수, 강문택, 장한성, 현봉하, 김덕용, 서종권, 손경현, 장춘자

4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31일)
고용전, 임달부, 송공삼, 오창순, 문종각, 김성천, 김치민, 김성길, 김기규, 김형주, 고재찬, 양만학, 김순택, 양지순, 김혁조, 김두인, 이대성, 조두규, 현상시, 진경만, 오영백, 양태후, 홍용표, 김창해, 김봉수, 강군화, 강조정, 부윤호, 안최빈, 김윤석

42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1월28일)
김안국, 고두석, 정두영, 백우형, 김희만, 김병호, 김봉수, 장성학, 김태경, 이근우, 현귀보, 김수호, 오국보, 박두환, 부성우, 채평호, 강용생, 이완진, 현완일, 문두홍, 고의학, 강위경, 천두팔, 양승후, 김기풍, 김병용, 좌구형, 강여규, 양재섭, 김대길

4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1월28일)
현두생, 강한규, 고태호, 김기남, 김봉흡, 김재생, 이요심, 한일봉, 양근오, 고태규, 한칭목, 양의호, 송갑생, 송신생, 김동안, 부영호, 허달희, 양재희, 강원효, 김윤명, 홍남기, 강태평, 김자학, 박성찬, 김창영, 오순보, 김봉호, 허남홍, 허남섭, 허남익

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2월12일)
이상지, 김오봉, 김병봉, 강병칠, 오흥수, 홍유아, 김만규, 임재옥, 고인성, 황덕칠

4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4년 1월16일)
고익중, 김경완, 고기형, 문창하, 김봉집, 김병임, 고재남, 홍민삼, 양경택, 오영홍, 하용현, 양대원, 김철호, 이은선, 오의창, 부원옥, 안두선, 오봉두, 오민선, 김원오, 김양기, 강덕용, 고자은, 김병욱, 오성도, 윤영주, 안응빈, 이무형, 이근생, 오재두

4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4년 1월16일)
김성탁, 양중빈, 김병주, 강오규, 홍일봉, 김원방, 양응휴, 박병규, 강성봉, 신형택, 김은권, 박상책, 김안등, 부치량, 신방수, 최봉규, 안길수, 문원봉, 양태교, 이영종, 김봉삼, 고승주, 최봉우, 윤상희, 현영호, 이성옥, 고인경, 박종호, 이맹사, 김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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