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신규 해녀 갈등 여파, 신규 해녀 유입 중단될까 노심초사
서귀포수협-서귀포시 등 갈등 봉합 노력 “해녀 유입 중단 안 돼”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해녀 간 갈등으로 어촌계 가입률이 낮은 신규 해녀들의 유입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폐쇄적인 어촌계가 문을 더 굳게 걸어 잠글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서귀포시 A어촌계에서는 원로 해녀와 해녀학교를 졸업한 뒤 새롭게 어촌계에 소속된 신규 해녀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해녀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됐다.

A어촌계는 ‘우수 어촌계’에 선정될 만큼 모범적인 곳이었지만,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고 끝내 6명이 마을 어장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어촌계 총회에 따라 해녀 6명의 ‘마을 어장 행사자 재계약’이 불발되면서다. 이들은 더 이상 A어촌계 구역에서 입어 활동을 못 하게 됐다. 

마을 어장에서 어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격 등은 정해진 어장관리규약에 따라 결정되는데 A어촌계는 ‘마을 어장 행사자 계약’을 통해 어업권을 부여해왔다. 

수산업법에 따르면 일정 수심 내 수면을 구획해 패류나 해조류 또는 정착성 수산동물을 관리 조성해 포획, 채취하는 어업은 ‘면허 어업’으로 어촌계나 수산업협동조합에만 부여된다. 

이를 통해 취득한 어업권은 어촌계 소속원이 이용할 수 있는 총유(總有)의 개념으로 쓰인다. 즉 마을 어장에서의 어업은 어촌계나 수협 조합원일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마을 어장에서 6명이 입어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A어촌계 소속 해녀는 총 13명 가운데 7명이 법환해녀학교를 졸업한 신규 해녀일 정도로 해녀 명맥을 잇기 위한 새로운 피가 많이 수혈된 곳이었다. 

신규 어촌계원을 유치해 지역을 활성화하는 등 공로로 해양수산부 ‘우수 어촌계’ 국비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 총 2억원 투입이 결정될 만큼 모범적인 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어촌계 운영 규정을 바꿔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사회에 힘을 보태고 어촌계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한 결과다. 

그러나 갈등에 따른 계약 중단 사태가 벌어졌고 조업을 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 A어촌계 해녀는 4명만 남게 됐다. 작은 어촌마을 해녀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는 숫자다.

물질하러 나가는 제주해녀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물질하러 나가는 제주해녀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다른 어촌계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해녀학교를 졸업해도 어촌계에서 회원으로 승인을 받아야만 실제 해녀가 될 수 있는데, 앞으로 어촌계들이 신규 해녀를 받는 데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서귀포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해녀학교 졸업생의 어촌계 가입률이 낮다는 지적이 따랐다. 박호형 도의원(일도2동)은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법환해녀학교 졸업생 156명 중 신규해녀 어촌계 가입은 총 47명으로 가입률이 매우 낮다”고 꼬집기도 했다.

박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환해녀학교 졸업생 가운데 어촌계에 가입한 신규 해녀는 32명 중 5명으로 15.6%에 그쳤다. 신규 해녀를 양성하기도 힘든 데다 어촌계에 가입시키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어촌계가 신규 해녀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결국 해녀학교는 주된 목적인 신규 해녀 양성보다 체험 활동에 치우치게 될 수도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해녀 어업시스템’의 명맥을 이어가는 숨비소리가 점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서귀포수협 관계자는 “갈등 여파가 다른 어촌계까지 퍼지면 해녀학교 졸업생을 받아달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지 않겠나”라면서 “A어촌계는 신규 해녀들을 적극적으로 받아준 곳으로 갈등이 더 번지지 않도록 잘 해결해야 해녀 명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다들 열심히 활동하면서 모범 어촌계로도 선정된 곳이라 안타깝다”며 “법이나 제재를 통해 조치할 수 없는 부분이라 여러 채널을 활용해 최대한 화해시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