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못 구해 문 닫을 위기, 영유아들 갈 곳 잃게 생겼다
가뜩이나 젊은 인구 없는데…지역 ‘소멸 위기’ 현실 바로미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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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섬, 제주 추자도의 유일한 어린이집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대로면 원아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맞벌이로 생계를 이어야 하는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지만, 보육교사가 구해지지 않으면서 이 사태가 벌어졌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제주 추자도 유일 어린이집인 추광어린이집은 현재 보육교사 공고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공고에도 지원자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추광어린이집은 원장을 포함해 3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등록된 원아는 총 14명으로 이달 열리는 졸업식에서 6명이 졸업하면 8명이 남게 된다. 

이대로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아이들 졸업과 동시에 보육교사 2명도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게 되면서 3월부터 원장 혼자 8명의 아이를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보육교사 1인당 아동 비율을 계산할 때 원장 혼자 8명을 보육할 수 없다는 점, 원장이 꾸역꾸역 남은 아이들을 모두 돌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및 보육의 질 저하 등이다.

이에 어린이집 측은 추자초등학교 병설유치원과 협의해 3~5세 유아반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전원시킬 계획을 세우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국 문제는 보육교사 수급이다. 

유아반 3명을 병설유치원으로 보낸다고 해도 어린이집에는 영아반 5명이 남게 되며, 원장 A씨가 원장 업무를 비롯해 행정, 보육 등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하기에는 벅차다.

2023년 12월 제주시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현재 추자도에 살고 있는 0~5세 영유아는 모두 23명. 이 가운데 어린이집을 다니는 어린이는 모두 14명이다. 

추자도 전체 어린이 인구 과반이 어린이집에 의지하고 있을 정도로 어린이집의 역할이 막중하지만, 보육교사가 구해지지 않는 문제로 당장 3월부터 갈 곳을 잃게 생겼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 대부분은 맞벌이로 생계를 잇는 가정이기 때문에 어린이집의 역할이 더 중요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21일 등교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추자초등학교. ⓒ제주의소리 김찬우 기자
어린이집 문제는 초등학교 문제로 이어진다. 영유아가 없으면 초등학교에 진학할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추자초등학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심지어 영아를 데리고 제주섬에서 추자도로 이주하려는 가정이 나타났지만, 정작 어린이집이 위기에 처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생겼다. 가뜩이나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어린이집 문제가 인구 유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 부모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나와 배우자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아이를 꼭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막막해졌다”며 “한 사람은 직장을 쉬거나 그만두고 아이를 봐야 할 상황이다. 이러면 누가 추자도에 들어오려 하겠나”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추광어린이집 관계자는 “보육교사가 구해지지 않으면 3월부터는 정말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며 “행정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해도 ‘어쩔 수 없다’거나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혼자 아이들을 돌보려 해도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 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데다 벅차다. 원장 업무를 병행하면 일과 시간에는 화장실도 못 간다”며 “또 무리하게 아이들을 돌보다 안전사고가 나면 안 되니 부모들에게 이 상황을 공유하고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백방으로 알아봐도 행정은 원칙적인 이야기만 하고 방법이 없단다. 만약 보육교사를 채용한다고 해도 이런 일이 또 안 생길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교사를 구해도 대체교사가 없으니 휴가도 못 보낼 상황이다. 섬 속의 섬이라는 특수한 경우임을 감안해서 보육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채용해 일할 수 있게 해주거나 마땅한 지원책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현재 법 제도상 보육교사를 채용해 파견하거나 물질적인 지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 마찬가지로 난감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교사만 채용된다면 보조교사나 인건비 지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자체가 없다 보니까 문제”라면서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으로 생각해 복지부에 예외조항 등 내용을 문의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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