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말 생크추어리의 민낯] ③ 불투명한 후원금 내역

국내 유일의 말 생크추어리로 유명세를 탄 비영리(임의)단체가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은퇴 후 버림받거나 도축 위기에 놓여있는 위기의 말들을 곶자왈 보호구역에서 돌본다는 취지인데, 이와 거리가 먼 자연환경 훼손, 각종 영리 활동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제주의소리]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의 이면을 조명하며 ‘말(馬)의 고장’이라는 타이틀 속 가려진 제주의 미흡한 퇴역 경주마 보호 체계의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후원자들이 도축 위기에서 구조한 말들. ⓒ제주의소리
후원자들이 도축 위기에서 구조한 말들. ⓒ제주의소리

우리나라 최초 곶자왈 말 보호센터로 방송 매체에 출연해 후원금이 쏟아졌던 동물 보호 시설에 최근 후원을 끊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원자들은 ‘깜깜이 운영’을 문제 삼으며 구조 마를 위한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그 내역을 상세히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제주의소리] 취재와 제보를 종합하면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에는 지난 한 해 적게는 수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 단위의 개인·단체 후원금이 모였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유명 연예인들과 팬들의 모금, 봉사가 줄 이었으며 동물보호단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한 후원 캠페인도 진행됐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소소하게는 천원부터 2~30만원의 슈퍼챗(후원금)이 모이기도 했다. 현재는 내려갔으나 최근까지 채널에는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명의의 후원 계좌가 명시돼 불특정 다수의 후원금이 모였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의 A 대표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큰 후원금을 보낸 이들 중에는 500만원을 보낸 연예인부터 1500만원을 후원한 개인이 있었다”며 많은 후원금이 모인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의 후원금 사용처에 의문을 제기하며 후원을 중단하는 개인·단체가 속속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부터 구조 마 정기 후원을 했던 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후원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 시민단체는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에 후원금과 말 관리 운영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가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A대표에게 보낸 말 구조비.

또 자신이 응원하는 연예인을 본보기 삼아 방문 봉사와 함께 300만원을 후원했다는 한 개인도 지난해 12월부로 후원을 중단했다며 후원금 사용처를 알 수 없어 답답했다고 제보해 왔다.

그는 “연예인이 구조한 말의 어미를 도축 위기에서 데려오기 위해 200만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후원금을 보냈다”며 “이외에도 구조 마를 보호하는 데 보태라며 수십만원씩 후원금을 입금했으나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제보자는 “팬들끼리 월 30만원씩 후원했으나, A 대표가 말 구조·보호와 무관한 고글, 모자, 옷 등 개인물품뿐 아니라 연예인이 오면 쉴 수 있는 카라반 구입을 요구해 와 이상함을 느끼고 후원을 중단했다”며 “A 대표가 자신과 친분있는 연예인의 팬들이자 연예인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후원금 사용처에 대한 짙은 의문을 품게 됐다”고 했다.

제보자와 그의 지인들은 문제를 인지했으나 혹여 해당 연예인에게 피해가 갈까 봐 문제를 키우지 않고 넘어갔다고 털어놨다.

제보자가 유기마 구조비 후원으로 받은 후원증서.

이밖에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는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할 시 해야 하는 사전 등록 절차도 빠뜨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모금할 경우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후원금 및 기부금품의 모집·사용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함이다.

사전 등록 없이 모금하는 경우 모집자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지자체의 반환 명령에 따라 1000만원 초과분을 기부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먼저 후원금 사용 내역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해 A 대표는 후원금 대부분은 50여 마리 말들의 먹이를 공급하는 데 사용한다고 했다.

A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사료와 건초 가격이 100% 인상됐다. 곶자왈에는 초지가 없어 자체적으로 마을 주민에게 4만평에 이르는 목장 용지를 임대해 건초를 생산하고 있다. 1개당 10만원 정도 선인 이탈리아 라이그라스 사일리지(다즙성 섬유질 발효사료)가 1년에 약 500개 드는데, 그 비용만 5000만원에 달한다. 겨울은 먹을 게 부족해 건초와 함께 급여하는 사료량을 2배로 올린다. 2만원 선인 사료 4~5포를 먹이면 하루 사룟값만 10만원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 모집에 대한 지자체 신고가 이뤄진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후원자들과 협의해 비영리(임의)단체 명의로 포크레인, 트랙터, 픽업트럭 등을 협의해 구입했다. 차량 등록증 등 증빙자료가 다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대표는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와 관련한 기사가 나간 직후 지자체에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 모집 신고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제주의소리]는 A 대표에게 전화와 SNS를 통해 후원금 모집 및 사용처 공개 의사를 물었으나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후원금과 회비, 각종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비영리단체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을 갖는다. 일부 비영리단체에서 튄 불똥이 전체 비영리단체로의 불신으로 확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설립 목적에 맞는 투명한 단체 운영과 회계 투명성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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