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군 우주해상전쟁시스템센터 고희근 박사

샌디에고에 있는 미해군연구소인 ‘우주해상전쟁시스템센터-SD’(SSC-SD/Space and Naval Warfare Systems Center San Diego/SSC는 SPAWAR로도 불림)에서 책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고희근 박사(50). 

재미한인 과학기술자협회 샌디에고 지부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고박사는 샌디에고 한인사회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미주 한국일보와 미주 중앙일보 샌디에고 판 양 신문에 인터뷰 기사가 실릴 정도. 작년 3월 그를 인터뷰한 미주 중앙일보(샌디에고)의 주영성 기자는 고박사를 “직장 내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과학자이자 지역 한인사회의 대소사에도 늘 앞장서 봉사하는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우연히 그를 소개한 기사를 읽다가 이 고희근 박사가 제주출신이라 하는 문구에 눈이 번쩍 띠여, 전화로 연락을 취한 후 지난 1월 20일 샌디에고를 직접 방문하여 만났다.  

▲ 샌디에고 한인타운에서 만난 고희근 박사
고박사는 제주시 출신이다. 제주시 이도2동 구 병무청 부근에서 살았다. 어릴 적 시민회관에서 공연을 끝낸 연예인들이 KAL호텔까지 걸어오던 장면을 자주 보았단다. 남초등교-제주중-제주일고(19회)를 다녔고 대학은 경북대 기계공학과(76학번)를 나왔다. 

미국에 오게 된 계기

그는 12.12 직후 친구를 면회하러 부산에 갔다가 거기서 제주를 제외한 전국계엄령 발표 소식을 듣는다. 대부분의 살림살이가 학교 실험실에 있는데, 학교는 해병대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8개월 동안 학교를 못나간 고희근씨는 결국 군 자원입대를 결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군생활이 미국에 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 군대에서 만난 동기중 하나가 '자신은 제대하자마자 미국에 갈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단다. 이 친구를 통해 미국생활에 대한 얘기와 미국 유학생활에 대한 실질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군 제대 후 고교 동기 중 유학 1호였던 대구대 강태종 교수를 찾아가 미국 유학생활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강교수는 제주일고-서울대 화학과를 나와 미네소타대를 다닌 인물.

미국 유학 얘기를 꺼내자, 집에서는 반대했다. 특히 형제 중 막내라 모친의 걱정이 심했다. 결국 타협선으로 ‘결혼’ 카드가 제시됐다. 당시 둘째 형수 남동생이 유타대학(University of Utah)에 재학 중이었는데 그가 현재의 아내(당시 유타주에 거주)를 소개했다. 편지만 주고받다가 김포공항에서 첫 상면하고 3일 만에 결혼했단다. 그리고 85년 유타대로 유학을 왔다. 모교인 경북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뉴욕대에 입학할 수 있는 찬스가 있었지만 평생 반려자가 된 부인을 소개받게 돼 유타주로 발길을 돌린 것. 이후 90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우주해상전쟁시스템센터’(SSC/SPAWAR)와 고박사가 하는 일

▲ 고희근 박사가 해군연구소 로고가 새겨 있는 지도에서 그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SD) 2007-08-29
SPAWAR는 미해군이 운영하고 있는 5대 연구소 중 하나로 해군함정에 설치되는 모든 IT 시스템을 개발하고 설치하며 이를 운영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연구소 직원은 2,500명에 달할 정도로 미국방연구소(ADD)와 비슷한 규모다. 특히 SPAWAR는 지휘관제, 통신, 컴퓨터 지능망, 감시정찰, IT 및 우주항공 시스템에 대한 라이프 사이클을 지원하고 이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해 조달·공급하며 이를 통해 미국의 국방전략의 실행에 있어 중대한 지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SPAWAR에서 근무하는 한인 과학자 중 최고참에 속하는 고 박사가 이곳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지난 1991년 유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곧바로 임용돼 지금까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연구소인 CED(Center for Engineering Design)에서 6개월 정도 일하다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 CED에 있을 때 SPAWAR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게 인연이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일이 풀린 셈. 유타에서는 그가 샌디에고로 간다 하니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몰랐다. 특히 날씨 때문에 그렇다. 고박사 스스로도 학생 시절에 아이들과 샌디에고에 있는 씨월드에 놀러온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고.

그는 이 연구소의 지휘·통제부서(Command and Control Dept)의 프로젝트 메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주 연구분야는 9·11이후 생긴 국토안보부(DHS,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의 요청으로 화물 컨테이너 보안 시스템을 구축(System Architecture-Cargo Security)하는 일이다. 9.11테러가 고층 빌딩을 노려 많은 인명을 앗아갔는데 이제 제2의 테러는 ‘컨테이너 테러’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는  것. 즉, 미국으로 유입하는 컨테이너를 통해 엄청나게 폭발력 있는 무기(소형 원폭 등)가 유입,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컨테이너 100만대가 미국으로 들어오는데 이중 겨우 2%만이 제대로 검사를 받는다고. 고 박사는 이 컨테이너의 출발에서부터 끝까지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테면 이런 방식이다. 컨테이너 내부에 센서를 부착, CO2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만일 사람이 컨테이너 내부에 있다면 CO2를 방출하기 때문에 포착된다. 이렇듯 고박사는 미국의 안보에 매우 중요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지에서부터 미국 내 소비시장까지 모든 과정을 체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 같은 나라에서 최초 생산단계에서부터 체크가 가능할까? 현지의 협력이 불가결한데? 이에 대한 고박사의 답은 이렇다. “물론 어렵다. 그래서 당근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면 쉽게 통관시켜주겠다는...무역에서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에 이러한 제안은 효과를 발휘한다.”

한인 코뮤니티를 위한 봉사활동
 
앞서 고박사가 재미한인 과학기술자협회 샌디에고지부 회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재미과학자협회는 본부가 워싱턴에 있는데 샌디에고 회원만 200여명이나 된다. 임기는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 까지 1년이다.

샌디에고에는 UCSD대학과 싸이언스팍이 있단다. 이 싸이언스팍은 생명공학이 중심이다. 그 외에 텔레커뮤니케이션이 샌디에고의 주력산업이다. 그래서 한국기업들도 다수 입주하고 있다. LG의 경우 핸드폰 디자인을 이곳에서 하고 있으며 미국에 수출하는 거점으로 삼고 있다. 삼성은 샌디에고 바로 남쪽에 인접하고 있는 멕시코에서 LCD 플라즈마 TV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고.

매년 협회 주최로 수학과학 경시대회를 개최하는 데 초등학교 4학년부터 국내로 치면 고교 2학년인 11학년 한국인 자녀 학생들이 대상이다. 작년 개최한 4월에는 150명이 참석했다. 물론 주요한 후원기업은 삼성과 LG다.  

고 박사는 커뮤니티 봉사활동에도 매우 열성적이다. 샌디에고 한인회(회장 장양섭)와 한미노인회(회장 김흥진)가 작년 커뮤니티 봉사사업의 주요 프로젝트로 선정한 ‘컴퓨터 강좌’의 운영을 담당하기로 자처한 것도 바로 이 같은 그의 봉사정신에 기인한다. 작년에만 봄과 가을에 기초반을 2회 운영했고, 올해에 들어서도 2월 1일부터 5월 3일까지 중급반을 운영할 예정이다. 

고 박사가 커뮤니티 봉사활동을 펼쳐온 것은 사실 훨씬 오래된다. 샌디에고 한인상공회의소의 웹사이트와 샌디에고 여성과학자협회의 웹사이트를 제작한 것이 바로 좋은 예다. 물론 한인과학기술자협회 샌디에고 지부의 웹사이트도 그가 제작했다. 특히 상의의 웹사이트는 기능성이 매우 뛰어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샌디에고 한인상공회의소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헤군기지에 대한 솔직한 견해

작년 9월 그는 해군기지 시찰차 샌디에고를 찾은 제주시찰단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도 참석했었다. 조심스럽게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견해를 물어 보았다. 이에 대해 고박사는 명쾌하게 3가지 측면에서 얘기해 주었다.

▲ 제주도 관계자들과 SD지역 인사들이 간담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SD)2007-09-19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물론 경제효과는 있다. 그러나 기지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경제효과가 별로 없다. 샌디에고에는 해군기지 말고도 함정수리공장, 여러 관련 연구소, 해병대 훈련소, 함대사령부, 해병 항공대 등 각종 관련 시설이 집적돼 있다. 그래서 경제효과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둘째, 환경적 측면. 환경적 면에서는 우려가 크다. 기지 주변 오염 우려가 있다. SONAR(수중 음파탐지기) 또한 해양포유동물(고래 등)에 주는 영향 크다(SONAR와 관련해서는  다른 꼭지를 통해 살펴 보겠다).

셋째, 사회적 측면인데, 기지 주변에는 범죄가 많다. 그래서 집값도 싸다.

작년 9월 샌디에고를 방문한 시찰단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나 갔을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일까.

"제주는 하와이 보다 좋은 곳"

마지막으로 제주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했다.

“제주만큼 좋은 데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제주출신이 아닌 가근한 이웃(문박사)들이 제주에 다녀오고 나서 하와이보다 더 좋더라고 입을 모읍디다. 샌디에고는 제주와 유사한 점들이 많습니다. 5번 프리웨이 가로수가 협죽도이며, 동백나무, 무궁화도 있어요. 샌디에고에서 서쪽으로 쭉 가면 제주도를 만납니다. 동일 위도 상에 있지요. 은퇴한 이들 중에 두 가족이나 제주에 소개하여 그들이 제주로 역이민 했습니다. 해외동포를 위한 실버타운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고 박사는 현재 눈에 넣어도 전혀 아프지 않을 아름다운 두 딸을 두고 행복한 가정을 이끌고 있다. 장녀는  현재 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데, Calpoly Tech의 의상생산관리학과에 다니고 있으며, 차녀는 고교 1년에 재학 중이다.

▲ 고희근 박사
벌써 미국에 온지 22년째다. 제주에는 자주 못 간다고 한다. 최근에 방문한 것이 5년전 쯤.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그의 제주사랑은 각별하다. 제주출신인 샌디에고 한미은행 지점장인 오영훈 씨와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송희권 박사 등과  자주 만나며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0만 제주인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을 말씀드렸더니 적극 공감하신다. 며칠 후 전화를 드렸더니 벌써 웹사이트 제작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셨단다. 웹사이트 주소까지 확보하여 조만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작업하시겠다고.  그가 중심이 되어 '세계 제주인 과학기술자'들의 네트워크가 조만간 구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 자랑스런 지구촌 제주인을 찾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이지훈 windje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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