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크루즈선박 공동활용 타당성 연구결과 공개 ‘힘겨루기’
“제주미래 결정할 중대사안, 도민들 힘 빌려서라도 공개했어야”

제주해군기지와 관련 정부 차원의 ‘크루즈선박 공동 활용 사업’ 타당성 여부가 윤곽을 드러냈고, 제주도 역시 이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민의의 전당’인 의회에서까지 함구로 일관, 제주도민의 알 권리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 왼쪽으로부터 고충홍 고봉식 신관홍 오옥만 현우범 의원.ⓒ제주의소리
17일 오후에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장동훈)의 행정자치국 소관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은 해군기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고충홍 위원. 고 의원은 “김태환 제주지사가 최근 ‘크루즈항이 안될 경우 중대 결심을 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 중대결심이란 것이 무엇이냐”고 공세를 폈다.

이에 박영부 국장은 “제가 답변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크루즈항 겸용은 국회가 부대조건으로 내건 사항이고, 관광활성화를 위해 관철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김 지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고봉식 의원은 “해군기지와 관련해서는 용역을 두 군데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물은 뒤 “해군본부가 제주대학교에 의뢰한 것과 기획재정부가 KDI에 의뢰한 것과 관련해 제주도는 어떤 의견을 제출했느냐”고 민감한 사안을 꺼냈다.

박 국장은 “7월말 용역이 마무리하면 그 후에 협의를 해나갈 생각”이라며 말문을 닫아버렸다.

이때부터 지난 7월11일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크루즈 공동활용 연구’ 예비타당성 조사에 따른 중간보고서 결과를 캐내기 위한 의원들의 질문공세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신관홍 의원은 “민군복합형 해군기지가 맞나, 민군복합형 기항지가 맞나”고 따져 물은 뒤 “업무보고 자료에는 ‘민군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지원이라고 표현이 됐다. 기지와 기항지는 개념의 차이가 엄청 큰데도 업무보고를 하면서 해군기지 건설지원이라고 하면 당연히 해군기지로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제주도정의 편향된 인식부터 꼬집었다.

신 의원은 이어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회의 때 큰 그림은 나온 것 아닌가. 어떤 내용이었냐”고 닫힌 박 국장의 입을 열기 위한 집중 공세를 폈다.

박 국장이 “기획재정부가 최종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공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면서 입을 다물자 신 의원은 “이 문제는 제주도민 모두가 궁금증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발표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제주도민을 무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래도 박 국장이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입을 열지 않자 “제주도의 입장을 정확히 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 예전에야 행정이 간다면 주민들이 이해하고 따라가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궁금증만 증폭시켜서는 안된다”는 충고로 질문을 마무리했다.

다음 공격수로 나선 것은 ‘송곳’ 질의로 정평이 나 있는 오옥만 의원. 오 의원은 “해군기지 찬반을 떠나 타당성 여부 자체를 궁금해 하는 도민들이 많다. 지금이 유신시대도 아닌데, 도민사회에서 원한다면 마땅히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밀도 아니고, 머잖아 공개될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며 거듭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 국장은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말로 고비를 넘어갔다.

이를 지켜보다 못한 현우범 의원의 질문 공세는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현 의원은 “11일 중간점검회의에 갔다 온 결과를 비밀에 부치고 있는데, 과연 몇급 비밀에 속하나”면서 “재경부가 뭐라 하더라도 제주도민에게 솔직하게 밝히는 게 제주도의 공무원으로서의 도리가 아닌가”라고 공세를 폈다.

현 의원은 또 “이는 제주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공무원으로서 힘이 달리면 도민의 힘을 빌어서라도 공개하도록 압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공무원 자질론’까지 꺼내 들었다.

이렇듯 의원들의 거센 공격을 받고도 박 국장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박 국장은 “비밀에는 속하지 않는데 사안의 민감도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발표하지 못하는 저의 입장도 이해해 달라”며 기획재정부의 ‘함구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결국 현 의원은 “물론 지금은 지사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개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업무보고가 끝난 뒤에라도 의회에서 강력한 공개 요구가 있었다는 것을 지사에게 반드시 보고하라. 확정되기 전에 공개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질의응답을 묵묵히 지켜보단 장동훈 위원장까지 “최종보고서가 이달말 제출되는 상황이라면 공개해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책에 대한 결과를 공유하려면 도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차후 결과에 대해서는 도지사와 국장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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