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읍 봉성리에 사라진 이발관, 지난 7월 ‘개업’ 마을경사이발사 안기만 씨 “하루 5명 손님 찾아오지만 행복해요”

▲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추억의 이발관이 다시 문을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슥삭슥삭’ 머리카락이 잘리는 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명하다. 목을 감싸 어깨위에 두른 보자기 위로 수북이 잘린 머리카락이 차곡차곡 쌓인다. 옆 자리에선 동네 아저씨가 ‘덥수룩’하게 며칠 묵힌 수염위로 잔뜩 비누거품을 바르고 면도하던 기억도 새롭다. 어릴 적 흔히 보던 동네 이발관 풍경이다.

제주시 대표적 중산간 마을인 애월읍 봉성리에 옛 정취를 떠올리게 하는 이발관이 문을 열었다. 간판도 ‘마을 이용원’(이발사 안기만, 54세)이다. 소박하고 정겹다.

중산간에 자리한 전형적인 농촌마을 '봉성리'. 이곳 봉성리에 이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려운 농촌현실은 동네 이발관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마을 인구수는 매년 크게 줄고 노령화로 이발관을 찾는 손님도 덩달아 차츰 줄었다.  몇 년 전부턴 휴업과 재개업을 밥 먹듯 반복해오던 이발관이 지난해부턴 영업난을 이기지 못하고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이쯤 되니 한 달 한번, 아무리 늦어도 두서너 달에 한 번씩이라도 머릴 잘랐던 마을 어르신들은 이발관을 찾아 시외버스를 타고 멀리 한림읍이나 애월읍 소재지로 먼 걸음을 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이발관이 사라진 것이 마을에 큰 고민거리가 되고 만 것.

발 벗고 나선 것은 강영식 이장과 주민들이다. 강 이장은 제주시내에서 이발관을 운영하다 쉬고 있던 안기만 이발사를 수소문 끝에 찾아내, 봉성리의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고 마을에서 이발관을 운영할 것을 설득했다. 결국 지난 7월 봉성리에 ‘마을 이용원’ 간판이 내걸렸다. 마을의 경사(?)였다. 이발관은 마을공동소유의 빈 건물에 자릴 잡았다. 전에도 이발관이 있었던 튼튼한 ‘돌집’이다. 물론 건물 사용료는 마을측의 제공으로 무상임대다.

봉성리 ‘마을 이용원’엔 이발관 상징인 ‘3색 램프간판’이 돌아가고 있다. 주인 안기만 이발사는 하루 5명 내외의 손님이 찾아오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는 “돈도 좋지만 그보단 사람 욕심이 더 많다. 지금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마을 이용원을 지키며 마을 주민과 함께 어울려 살고 싶다”고 짧은 소감을 밝힌다.

가죽혁대를 걸어놓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이발사 아저씨가 면도칼을 갈던 풍경, 샤워기가 아닌 물 조리개로 머릴 감던 기억, 동네 키 작은 꼬마들은 빨래판을 걸쳐놓은 의자위에 앉아 머릴 자르던 아련한 추억들이 봉성리 ‘마을 이용원’ 개업 소식에 머릴 스치게 한다.

강영식 애월읍 봉성리장은 “마을에서도 이발관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사라져가는 이발관이 우리 마을에선 오래도록 남아 있을 수 있게 하겠다”며 “이발관 개업으로 마을 공동체가 더욱 정이 살아있는 곳이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동네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제 우리 마을이용원에 3색 램프간판이 멈추지 않길 기원한다"고 말한다. 제주시 애월읍 중산간 마을 '봉성리' 마을이용원 안기만 이발사의 가위는 오늘도 '째각째각' 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움직인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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