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세계화의 새 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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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실험은 인류의 실험

미국은 매년 2월 세번째 월요일을 ‘대통령의 날’ 공휴일로 하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겨울 중간방학이라는 명목으로 일주일을 내리 쉬기도 하는데 백화점마다 큰 세일을 벌이는 날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금년 대통령의 날인 2월 16일 이전에 8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여 본인이 서명할 수 있게 되기를 단단히 바라고 있다.

오바마 새 정부가 야심차게 마련한 이 경기부양 예산의 대부분은 사회간접자본 건설, 신 에너지개발, 그리고 교육 의료 개선사업에 지출되며 일부는 세금환급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예산안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이 붙어 있어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 재정지출을 재원으로 시행되는 모든 사업에 미국산 자재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1930년 세계 대공황 초기에도 미국은 수많은 국내외 경제학자들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악명높은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제정하여 관세장벽을 쌓아올린 적이 있다. 이것이 필연적으로 무역전쟁을 낳아 세계교역을 더욱 위축시킴으로써 경기회복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 것이 뻔했던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바이 아메리칸’ 조항에 긴장

보호무역주의라는 비난 때문에 한발 물러선 상원은 지난주 그 조건을 완화한다며 이런 단서조항을 달았다. 미국산만을 사용함으로써 공사비가 25% 이상 비싸진다는 사실을 입증할 경우 외국산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고.

백악관은 바이 아메리칸 조항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저항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산안의 신속한 통과를 바라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 조항을 가지고 의회의 처리 속도를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바이 아메리칸’ 움직임은 건설공사 현장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정부로부터의 구제에 힘입어 연명하고 있는 은행들도 외국에 나간 대출을 줄이고 내국인과 내국 기업에 대출을 지원하라는 유형 무형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참신하고 유능하다는 티모시 가이트너 신임 재무장관마저도 중국을 향해 환율조작(currency manipulation)국이라는 포문을 뜬금없이 열어 대고 있다.

세계화는 상품과 자본의 자유스러운 이동과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에 의한 자원의 배분이 당사자들에게 이익을 가져온다는 믿음이다.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개발도상국에서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소위 ‘아웃 소싱’이라는 이름으로 컴퓨터 산업의 여러 소프트웨어를 인도의 기술자들에게 주문한다던가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된 상품을 대량 수입하는 바람에 미국의 중산층이 사라졌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주장이다.

워싱턴의 퓨 리서치 센터가 2002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8%가 무역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답했는데 작년에는 이 비율이 53%로 낮아졌다. 일본 71%, 영국 77%, 프랑스 81%보다 월등히 낮은 것이었다.

미국인들의 소득 불평등이 중국 등 가난한 나라와 교역을 늘렸기 때문인지 근거 유무와 무관하게 요즘 미국 내 분위기는 세계화 옹호자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10일 수정안이 상원을 통과해 2주 전에 하원을 통과한 법안과의 차이를 조정하는 절차를 금주 말까지 거치게 된다. 최종 서명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칸’ 조항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보일까?

CNN의 오래된 앵커 루 돕스(Lou Dobbs)는 오바마가 선거 유세 때에 한 말 - 미국 물건을 사자는 것을 어찌 보호무역이라고 하겠는가, 그것은 상식이다 - 을 뒤집으려 한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선거 때 공장 근로자들에게 한 약속보다 외국 정부와의 약속이 더 중요한가? 그들이 WTO에 제소하는 것이 무서운가? 그것이 우리 정부보다 상급기관이란 말인가”라는 유치한 주장을 미국의 TV화면에서 보게 됨은 매우 씁쓸한 노릇이다.

미국의 실험은 인류의 실험

오바마는 이성적인 이상주의자인 것 같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다 꺼진 줄 알았던 정치에 대한 희망의 부활을 목격했다. 그들은 대통령 한 사람을 잘 뽑음으로써 워싱턴 DC의 정치, 로비스트들과 이해 집단들에 의한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오바마를 선택했다.

이들을 또다시 실망시킬 것인가? 귀추를 지켜본다. 미국이 당면한 시장 자본주의의 생존실험은 인류가 당면한 실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대학교 산학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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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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