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역에 강풍특보가 발효된 2일 곳곳에 태풍에 버금가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2분께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순간 최대 풍속이 32.1m/s를 기록했다. 오후 1시4분에는 제주시의 순간 최대 풍속도 31.8m/s에 달했다.
중산간인 애월읍 유수암리에도 오전 10시32분 29.2m/s의 순간 최대 풍속을 기록하는 등 강풍경보가 내려진 제주 서부와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체전에 대비해 제주시 오라동에 지은 제주복합체육관은 강풍으로 건물 천장이 종잇장처럼 구겨진채 주변으로 날려 경찰과 소방당국이 주변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있다.
수십여미터 높이의 건물 천장 구조물이 통째로 뜯기고 날카로운 마감재가 주변 공원과 도로 곳곳에 날리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제주복합체육관은 제주도가 전국체전에 대비해 총사업비 150억원을 투입한 건물이다. 연면적 9914㎡에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게이트볼장과 배드민턴장 12면을 갖추고 있다.
제주시 도두동에서는 오전 9시20분께 지상에 설치된 가건물이 강한 바람에 통째로 날려 20미터 밖 건물을 덮치는 영화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가건물은 수산물냉동창고 건설을 위한 현장사무소로 지어졌으며 강풍에 북서쪽으로 수십여미터를 날아가 모 영어조합법인 담벼락을 뚫고 건물 안까지 밀려 들었다.
바람에 날린 가건물은 건물 마당에 있던 차량 2대를 충격하고서야 멈춰섰다. 마당에 차량이 없었다면 건물을 덮쳐 사람까지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피해자측 영어조합법인 관계자는 "순간적으로 바람이 불더니 저편 공사장의 가건물이 하늘로 치솟더니 갑자기 날아들었다"며 "담벼락까지 부수고 차량 2대를 파손시켰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동주민센터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았으나 가건물 해체시 2차 피해가 우려돼 정리 작업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굴삭기를 동원해 가건물을 누르는 임시처방에 나섰다.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들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강한 바람을 현수막이 막아서며 지지대 역할을 하던 신호등과 가로등 등이 줄줄이 넘어지고 있다.
오전 8시께 제주시 옛 세무서 사거리 신호등이 인도를 덮쳤고, 중앙로 분수대에서도 현수막에 가로등이 넘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대학교에서는 곳곳의 나무들이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119상황실에는 20여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활주로 주변에 최대 32m/s 강풍이 몰아치면서 오전 7시25분 서울에서 제주로 향하려던 아시아나 OZ8981편을 시작으로 줄줄이 운항이 중단됐다.
오후 3시 현재 결항편수는 제주출발 126편, 도착 128편 등 254편에 이른다. 14편은 회항했다. 이날 오후 7시까지 강풍경보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결항은 하루종일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제주도가 고기압과 저기압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그 사이로 기압차에 의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며 "내일(3일) 오전까지 바람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