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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 도급업자 2명-담당 공무원 4명 입건...관리 감독 ‘총체적 부실’

실패로 지목된 제주지역 소나무재선충병 1차 방제 비리의 실체가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과정에서 사업비 1억여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H도급업체 대표 송모(52)씨와 임원 김모(57)씨를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방제 작업 인부를 직접 고용한 것처럼 문서를 조작한 당시 제주도청 간부 고모(60. 퇴임)씨와 담당 계장인 강모(53)씨 등 공무원 4명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H업체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이뤄진 1차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에 참여해 제주시 연동과 도평, 유수암, 광령천 등 5개 사업지구에서 방제활동을 벌였다.

애초 제주도와 맺은 방제 물량은 1만4786그루에 사업비만 10억7000만원에 이른다. 반면 전수조사 결과 계약물량 중 1171그루가 모자란 1만2874그루만 제거한 의혹을 받고 있다.

도평-노형지구의 경우 계약 물량이 3873그루지만 전부 제거하지 않고 공정을 완료한 것처럼 소나무에 부착되는 GPS 정보를 조작해 5500여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유수암-소길지구(2678그루, 1억6000만원)와 광령천지구(3065그루, 1억7000만원)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4500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기는 등 3개 사업장에서 1억원을 편취했다.

공무원들은 사실상 도급형태로 방제 작업을 진행하면서 기간제 근로자 인건비를 집행한 것처럼 공문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리감독도 부실했다.

제주도는 각 사업지구마다 감독 공무원 2명과 준공 공무원 1명 등 3명씩 배치했다. H업체의 전체 사업장에 배치된 공무원은 15명(중복) 안팎이다.

경찰은 이들 공무원이 사업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사업비를 지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 지출도 관련 지침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이뤄졌다.

재선충방제 인건비는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행안부 예규 제247호)’에 따라 제주도에서 일용직 인부들을 직접 고용하고 노임단가 기준 8만~1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당시 담당 과장인 고씨 등 공무원 4명은 2013년 1월 이같은 예산집행기준을 무시하고 일당제가 아닌 고사목 제거 수량에 따라 1그루당 5만~5만5000원씩 지급했다.

이를 숨기기 위해 이면계약을 하고 사실상 도급 형태로 방제작업을 진행했다. 공사비 정산과정에서는 제거수량에 따라 총 지급액을 산정하고 인부별로 공사비를 나눠 지급했다.

사업자들은 인부 개인별로 지급된 공사비를 모두 회수해 일한 일수 만큼 하루에 9만~15만씩을 지급하고 남은 돈을 사업자 소득으로 챙기는 방식을 취했다.

경찰은 제주도와 사업자간 이면계약으로 2013년 4월부터 7월까지 공사비 지급 편차가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경찰은 “행위자들이 자신들 행위로 제주도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배임 혐의는 제외했다.

수사 과정에서 당시 제주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을 맡았던 현을생 현 서귀포시장도 소환해 허위공문서 작성과 직무유기 여부 등을 조사했으나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윤영호 수사 2계장은 “사업장에는 감리원이 배치되지 않았고 감독공무원들은 자동차로 5분정도 둘러보는 정도가 전부였다”며 “준공 공무원도 2~3곳을 둘러보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윤 계장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과정에서 100여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며 “공무원들의 업무상 배임과 직무유기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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