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보수단체 제기 4.3희생자 53명 제주도에 조사요구...절차도 무시

1.jpg
박근혜 정부가 끝내 제주4.3 희생자 재심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수단체들의 4.3희생자 재심사 주장에 행자부가 제주도에 사실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2월23일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소에 모셔진 희생자 53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청했다.

그동안 줄기차게 보수단체가 요구해온 제주4.3희생자 재심사를 위한 사전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보수단체는 4.3추념일 지정을 막기 위해 4.3희생자 1만4000여명 중 일부를 재심사해야 한다고 소위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다.

특히 보수단체는 4.3과 관련해 좌익활동에 가담한 53명의 희생자 위패를 철거하라는 주장을 줄곧 펴왔다. 또 '4.3진상조사보고서 가짜', '4.3평화공원은 친북.좌파 양성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6일 제주를 방문한 정재근 행자부차관은 "대통령이 제주4.3위령제에 참석하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위패를 정리해야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4.3중앙위가 4.3희생자 재심의 결정을 유보하며 희생자 재심의 논란이 사그라든 듯 했다. 

하지만 행자부는 뒤늦게 보수단체 주장 대로 지난해 12월 제주도에 4.3희생자 사실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행자부는 제주도에 53명의 희생자 재심사 대상을 조사해서 오는 29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4.3희생자는 4.3중앙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제주도가 결정할 권한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상 희생자 결정과 관련한 절차까지 무시한 셈이다.

게다가 희생자 결정과 관련해 보수단체들은 6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한 바 있다.

4.3단체와 유족들은 이번 사실조사 요구가 희생자 재심사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4.3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소송에서 패소한 희생자 결정에 대해 뚜렷한 근거 자료 제시 없이 마구잡이로 4·3중앙위원회의 재심의를 요구하고, 평화공원에 안치된 일부 위패를 철거하라는 주장이 관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4.3중앙위에서 적법한 심사에 따라 희생자가 결정됐다"며 "명백하고 실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