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촛불집회 만민공동회...선거문화 개선, 재벌·언론·교육개혁 등 '제안 만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거리로 나온 제주도민들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촛불의 동력을 한국사회의 다양한 구조적 병폐를 척결하는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0일 오후 6시부터 제주시청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 제8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서는 거리행진 후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구성되는 만민공동회가 이어졌다.

참가 도민들은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여기서 멈추지 말고 촛불로 모은 에너지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 표출을 넘어서 ‘탄핵 이후’, ‘촛불 너머’에 대한 고민과 제안들이었다.

애월읍 고성리에서 온 이승우씨는 “우리는 광장에 모여 민의를 전달하면서 정의가 바로 서는 경험을 했다”며 “이제 다시 정부가 어떤 부조리로 국민들을 화나게 한다면 다시 광장에 모여서 행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0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 제8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 제주의소리
선거문화 개선과 언론개혁 운동 필요성도 제기됐다.

제주시 화북동에서 왔다고 밝힌 한 50대 남성은 “선거 때만 되면 걱정되는 게 동문회, 향우회, 부녀회, 청년회 등 제주의 괸당문화”라며 “왜 우리는 흩어져있고 선거때만 되면 그들은 대동단결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라인이다, ‘김’사단이다 하는 조직에 휘말리지 말고 인물 됨됨이를 보고 정책을 검증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박근혜 당선과 같은 잘못된 선거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 이모씨는 “우리가 많은 걸 이뤄냈지만 앞으로 계속 싸워가야 할 상대는 강력하다”며 “재벌들에 대한 불매운동, 부패언론에 대한 수신료 거부 운동이 직접적으로 싸우는 것 못지 않게 지속적이고 무서운 처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천읍 대흘리에서 온 이현주씨도 마이크를 잡고는 “수신료 거부 운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a3.jpg
▲ 10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 제8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 제주의소리

교육 등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20대 여대생 이모씨는 “초중고 때 미친듯이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도 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됐고, 취준생을 거쳐 열정페이를 받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성적이 아닌 선택을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고,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씨는 최저임금 현실화와 사회안전망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며 “자기가 살기 어렵다고 정치를 외면하면 결국 자신의 삶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세월호 진상규명, 일본군위안부 졸속 협상에 대한 비판과 재협상 촉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규탄 등 다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만민공동회는 자유발언을 신청하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아 진행자가 애를 먹을 정도로 ‘후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