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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9일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다.

'3.1시위 70주년' 컨퍼런스...강우일 주교 "미군정, 제주도민 공산주의자로 해석 초토화전략 수립"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한국현대사 최대 비극인 제주4.3과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은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와 속죄라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9일 오후 1시부터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컨퍼런스’ 기조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아시아 평화의 상징으로서 제주 4.3 비극의 진정한 화해의 길을 기원한다’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강 주교는 “4.3을 연구하고, 기억해 어떻게 화해의 길로 나갈 것인지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국민 대다수가 4.3에 대해 모른다. 70년 전 한반도의 상황과 제주에서 일어난 일조차 오늘날 시민들은 잘 모른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저도)지난 2002년 제주교구장으로 오기 전 4.3에 대해 백지상태였다. 막연히 불행한 사건이 제주에 있었다는 희미한 인식만 있었다. 4.3이 미국과 직결된 사건이었다는 것을 몰랐다”고 반성했다. 
 
그는 “이후 4.3에 대한 자료를 보고, 도민들의 경험담 등을 들은 뒤 4.3 진상에 다가갈 수 있었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군대를 동원해 수만명의 국민을 합법적인 수사나 재판없이 학살하고, 제주를 초토화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국가가 용서받기 힘든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또 “(4.3 관련) 사실이 은폐되고, 모든 정보가 차단돼 오늘까지 왔다. 동시대를 살아온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죄책감이 든다"며 "타 지역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주에서 관광만 하지 말고 4.3평화공원을 방문하고, 기념관을 들여다보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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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9일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다.
강 주교는 “(4.3)당시 미군정은 제주 도민들을 공산주의자로 해석했다. 그렇게 제주는 빨갱이의 섬이 됐다. 미군정이 (제주에 대한)초토화전략을 수립하게 된 원인”이라며 “좌익세력의 뿌리를 뽑는다는 명분으로 군경이 움직였다”고 4.3을 분석했다. 
 
아울러 “국가를 올바르게 통치하는 길은 사회 현실과 문제점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해 현실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하는데서 시작된다. 과거의 실패와 불의에 대해서 원인을 올바르게 분석해 잘못된 것을 속죄하는 후속조치가 똑같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사에서 4.3을 기억하고, 한국과 미국 정치 지도자와 시민들이 함께 어떻게 화해의 길로 나아가야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동반자의 길을 걷길 기원한다”고 희망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제주도교육청과 세계섬학회, 제주대 세계환경과섬연구소, 제주주민자치연대가 함께 마련했다. 
 
강 주교의 기조강연에 이어 △제주 민족자결주의 운동의 전통 및 인식과 책임 : 미국, 유엔 그리고 제주사건 △제주 4.3 세계문명 교과과정과 제주4.3 세계평화아카데미 △세대간 소통을 위한 제주 4.3사례에 대한 예일대 메디컬센터와 제주대의 공동연구 △제주4.3 : 세계적 인식과 사회적 치유를 위한 심리학적 과정 등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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