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4) 농업회사법인 유진팡 ‘김순일’ 대표...“청정 제주 먹거리 만들 것”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김순일 농업회사법인 유진팡 대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겠다는 일념으로 제주를 알리는 6차산업인이다. ⓒ제주의소리
김순일 농업회사법인 유진팡 대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겠다는 일념으로 제주를 알리는 6차산업인이다. ⓒ제주의소리

“제주 바나나가 필리핀산보다 맛있습니다. 방부제 없는 친환경이기 때문이죠”

바나나, 파파야, 파인애플, 사탕수수 등 열대과일을 6차산업을 통해 제주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만든 김순일(54) 농업회사법인 유진팡 대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서 열대과일 농장을 운영하는 김 대표는 깨끗한 제주를 알리기 위해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며 다양한 작물을 재배·가공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의 건강한 농산물을 통해 청정 제주를 알리고 싶다는 6차산업인 김순일 대표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소재 농장에는 바나나를 비롯한 파파야, 파인애플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소재 농장에는 바나나를 비롯한 파파야, 파인애플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소재 농장에는 바나나를 비롯한 파파야, 파인애플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 대표가 열대과일 농장을 운영하게 된 것은 2012년 법인을 설립하며 남편이 바나나 묘종을 도 농업기술원에서 받아와 실험 재배한 것이 시작이었다. 

약품과 방부처리를 하지 않고 충분히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니 시중에 판매되는 것보다 향과 맛이 더 깊었단다.

김 대표는 실험 재배를 통해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소비자에게 얼마든지 선보여도 되겠다는 판단으로 2015년 600주를 식재, 2016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친환경을 고집하는 철학 때문에 몸에 해로운 약제를 뿌리지 않아 열대작물 특성상 해충과 거미줄이 많이 생겨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바나나가 제주에선 이미 실패한 적 있는 작물이라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이전 방식과 다르게 저온재배를 하고 재배 기간을 늘리는 등 영양과 품질관리를 위해 오래 걸리더라도 정성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또 재배시설의 문제해결을 위해 수년간 비닐하우스 건설을 전문적으로 해온 남편과 식물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온 김 대표가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삼각고 비닐하우스’가 탄생했다. 양옆을 밀폐하고 삼각 형태의 천장을 열어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는 원리를 통해 자동으로 열 교환과 내부 순환이 이뤄지게끔 했다. 해가 떨어지는 밤엔 순환 팬을 가동해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제주의소리
특허 등록을 마친 삼각고 비닐하우스 설명. 사진=열대과일농장 유진팡이야기 네이버 블로그. ⓒ제주의소리

삼각고 하우스는 해충 유입을 막고 작물 재배 효과를 입증, 2016년 특허가 등록됐다. 정식 명칭은 ‘환기용 삼각 탑루프를 가지는 비닐하우스’다. 특허를 출원하게 된 것은 다른 회사의 무책임한 모방 때문이라 했다.

김 대표는 “삼각고 하우스의 효과가 좋다 보니 모방하는 업체가 많이 생겨났다. 우리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다르게 건설하니 효과는 없고 농가만 피해 보게 돼 특허를 등록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기술을 지원받은 제대로 된 비닐하우스가 농가에 공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특허를 출원하게 된 것이란다. 10년 이상 노하우가 쌓인 결과물이기 때문에 쉽게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 대표 부부의 헌신과 33곳의 농가 조합, 직원 12명이 함께한 노력으로 회사는 2018년 무농약 농산물 취급, GAP 시설 인증을 받고, 지난해 ‘6차산업 인증업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가인증 스타팜’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유진팡의 다양한 제품군. 열대과일을 활용한 식초, 잼, 건조제품 등 무농약으로 재배한 제주 농산물을 담았다. ⓒ제주의소리

무농약, 친환경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으니 “과일은 껍질에 영양이 많은데, 몸에 좋은 성분 모두를 온전히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었다. 또 맛을 보면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고객분들이 더 잘 아시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양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식초다. 천연 발효 식초를 통해 건강한 제주 먹거리를 선보이고 싶었단다. 김 대표는 “몸을 개선해주는 건강한 재료이다 보니 이를 통해 제주를 알리고 싶었다. 3~6개월간 발효시킨 것으로 몸에 좋아 매일 먹어도 이상 없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생산, 제조에서 그치지 않고 열대작물 잼·식초가공 체험 등 관광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TV나 책에서만 보던 바나나를 눈으로 직접 보고 잼을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바나나잼 만들기 교육 시연중인 김순일 대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바나나잼 만들기 교육 시연중인 김순일 대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6차산업과 관련해 “제주농업 체질 개선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이렇게 체험을 병행하는 6차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객이 많은 제주의 유리한 조건을 바탕으로 제주의 제품과 체험 등을 경험토록 하면 농가 소득은 자연스레 오르고 농업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단다.

또 “제주 농가의 전체적인 성장을 위해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고 경쟁보단 협력을 통해 제주의 것을 알려 나갔으면 한다”며 “여러 농가가 뭉쳐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생산, 판매, 체험을 각각 분담해 전체의 힘을 키워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열대작물의 경우 보조사업을 받을 수 없어 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했다. “육지는 열대작물 지원을 늘려가는 추세인데 제주는 아직 움직임이 없다. 다양한 열대작물을 지원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열대작물을 시도하는 농가에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나나잼 만들기 체험을 진행 중인 김순일 대표. 유진팡 농장을 방문한 어린이는 호기심 가득한 맑은 눈으로 다양한 질문을 하며 체험에 참여했다. ⓒ제주의소리
바나나잼 만들기 체험을 진행 중인 김순일 대표와 체험객. 유진팡 농장을 방문한 어린이가 고모부와 함께 호기심 가득한 맑은 눈으로 체험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으니 “지금 농장에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아 제조공장을 만들 수 없다. 상수도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제주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통해 와인을 생산할 계획이다”라며 “또 와인 만들기 체험을 병행해 관광객이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끔 하고 저장고를 만들어 원할 때 먹을 수 있게 보내주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농가와 함께할 방안을 마련해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알리고 싶다는 김 대표는 농가 공터를 활용해 플리마켓을 열고 싶다고도 했다.

플리마켓을 통해 관광객 유입을 늘려 판매자로 참여하는 지역민·농가가 직거래를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청정 제주의 농산물을 유통케 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인 관광지만 볼 게 아니라 제주 먹거리를 함께 알리고픈 마음에서 생각했단다.

‘제주의 농산물, 건강한 먹거리를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는 김 대표는 2022년 관광농원 개원을 목표로 오늘도 열심히 삶을 일구고 있다. 제주를 알리고 지역 농가와 상생하겠다는 그의 소망이 주렁주렁 열린 농장의 바나나처럼 결실을 맺길 바라본다.

농업회사법인 유진팡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산간동로 8299 (호근동)
농장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원님로 399번길 31-7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