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上)]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전 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장

환경부가 지난 20일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최종 반려 결정을 내렸다. 2015년 11월 입지 발표 이후 숱한 잡음과 갈등을 빚어왔던 성산읍 후보지 내 제2공항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도민사회의 찬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지금, 전문가 특별칼럼을 통해 이번 환경부 결정의 의미는 물론 향후 제주도 항공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안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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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미지=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국토교통부가 용역기관을 선정하면서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본격 착수한 것은 2017년 7월 20일. 그로부터 꼭 4년이 되는 2021년 7월 20일, 최종 결과가 나왔다. 2014년 12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후 총 6년여에 걸친 사업기간 중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최장 시간이 소요된 중차대한 과정이었다.

제2공항 사업을 둘러싼 여러 쟁점 중 최고 핵심 이슈가 돼온 것이 ‘환경성’ 문제다. 따라서, 사업 추진측인 국토부로서도 사전타당성연구나 기본계획 수립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며 평가서 작업에 임했다. 초안 제출 및 공람을 거쳐, 본안 제출 후 환경부로부터 세차례 요청받아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왔다. 급기야 도민의견 수렴결과를 무시하고 기존의 합의도 어겨가며 결국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환경부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국토부가 그렇게 만 4년에 걸쳐 전략환경영향평가 작업에 매달려온 결과, 환경부로부터 받은 최종성적표는 ‘반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반려’와 ‘부동의’ 차이

환경부의 ‘반려’ 결정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부동의’에 비해 강도나 효력이 낮은 것 아니냐며 찬-반 양측 간 엇갈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앞길을 헤쳐나가려면 우선 이 문제부터 명확히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관련 법규정과 그간의 처리관행 및 통계, 그리고 환경부 및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 등을 통해 확인한 바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다. 

먼저, 관련 법규상 근거와 기준을 살펴보자. ‘반려’는 환경영향평가법 상 근거가 명확한 법적 행위다. 반면, ‘부동의’란 용어는 관련 법규에 안 나온다. 법령이 아닌 환경부 예규에 의한 ‘협의내용 결정’의 한 형태다. 그 점에서 ‘반려’와 큰 차이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17조에 의하면, 환경부장관은 다음 두가지 경우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할 수 있다.

1. 보완 요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요청한 내용의 중요한 사항이 누락되는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적정하게 작성되지 아니하여 협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2.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

제2공항의 경우, 일단 첫번째 사유에 해당한다. 거듭된 보완 요청에도 불구하고 △조류 서식지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방안 미흡 △다수의 숨골 훼손 불가피 등 입지 타당성 결여 등의 문제로 “협의에 필요한 중요사항이 재보완서에서 누락되거나 보완내용이 미흡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더 검토하고 협의할 여지도 없이 결함이 너무나 중대하다는 판정이다. 

환경영향평가법 상 두 번째 ‘반려’ 사유인 ‘허위작성’의 경우도 대단히 중대한 문제에 속한다. 실제 그런 사례가 없지 않다. 2020년 6월, 부산시의 대저대교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된 것이 확인돼 반려된 바 있다. 

이와 달리, ‘부동의’는 법령이 아니라,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업무 처리규정」이란 환경부 예규에 의거하고 있다. 이 규정 제17조(협의내용의 결정)에 의하면, ‘부동의’는 “당해 계획이 관련 법령에 저촉되거나 환경상 상당한 문제점이 있어 계획을 축소·조정하더라도 그 계획의 수립이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소송으로 치면, ‘부동의’는 법정 다툼 끝에 패소하는 경우이고, ‘반려’는 법정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문턱에서 각하 또는 기각당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각하(却下)는 소(訴)나 상소가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부적법하여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을 종료하는 것이다. 기각(棄却)은, 형식적인 요건은 갖췄지만 소(訴)의 내용상 결함이 커 쟁송으로 나가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다. 

‘반려’와 ‘부동의’의 효력도 그 연장선상에서 달라진다. ‘반려’된 경우, 반려 사유가 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결함을 해소하고 절차적‧형식적‧실체적 요건을 제대로 갖춰 평가서를 다시 작성-제출하면 된다. 반면, ‘부동의’의 경우 본안 쟁송에서 패한 것이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전과 같은 사업계획으로 환경영향평가서만 새로 작성해 제출하는 식으로는 안되고, 사업계획부터 새롭게 마련한 뒤 그에 맞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제출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의 경우, ‘반려’와 ‘부동의’ 둘 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공식적‧형식적으로는 환경부 장관의 ‘반려’ 조치로 공표됐지만, 그 근거가 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의견서는 내용상 명확히 ‘부동의’에 해당한다. 환경부 장관의 ‘반려’ 결정 발표문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검토의견의 요지가 고스란히 인용돼 있기 때문에 ‘반려’의 사유 및 내용 면에서 사실상 ‘부동의’의 효력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국토부 등 중앙정부 사업에 대한 ‘부동의’ 사례 전혀 없음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시행된 것은 2012년부터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된 것은 총 38건이다. 그중 ‘동의’를 받은 것은 단 1건이고, 거의 대부분(34건)은 ‘조건부 동의’였다. 나머지 3건은 ‘반려’였다. ‘부동의’는 전혀 없었다. 그동안의 기록 혹은 관행으로 보자면, ‘반려’는 국토부 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취하는 가장 강한 반대입장 표명 방식인 셈이다.    

이는 국토부만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모든 부처에 해당한다. 그동안 중앙 부처가 승인기관인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가 부동의한 경우가 7건 있었는데, 모두 지자체나 공기업 등이 추진하는 사업이었다. 정부 부처가 직접 추진‧시행하는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부동의 사례는 전혀 없었다.

이 점은 전략환경영향평가만이 아니라 일반 환경영향평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2020년말까지 10년간 환경부(본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결과를 보면, 총 338건 중 동의 0, 조건부동의 313건, 부동의 1건, 반려 17건, 취하 7건이었다. 환경부가 ‘부동의’한 사례는 (주)남부발전의 ‘강릉 안인풍력발전사업’(승인기관 산업부. 2019년 4월 협의완료)이 유일했다. 

  ‘반려’된 사업의 운명, 이후 결과 

이와 같은 배경과 사유로 ‘반려’된 제주 제2공항 사업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비슷한 경우의 다른 사례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점에서 많이 거론되는 게 흑산공항의 경우다. 제주 제2공항과 비슷한 시기에 국토부가 적극 추진해온 또다른 공항건설사업이자 오랜 갈등사안이다. 2015년 8월 흑산공항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환경부로부터 ‘반려’ 당했다. 국립공원 훼손과 철새 보호, 비행안전 등의 문제 때문이었다. 2개월 후인 10월에 국토부는 다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고, 한달만에 ‘조건부 동의’를 받아냈다.

흑산공항의 이 스토리는 ‘반려’란 결정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흔히 인용된다.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통시적으로 일반화하기 곤란한 특수한 예에 가깝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관가의 분위기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 당시 야당 의원의 지적에 의하면, 이전과 거의 같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평가기관들이 이전과 다른 긍정적 의견을 제출함으로써 ‘통과’되게 되었다고 한다. 그후 탄핵사태로 정부가 바뀌고, 흑산공항 사업은 다음 관문인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여지껏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흑산공항의 예를 들 때 주의할 것이 있다. 제주 제2공항과 같은 차원에서 비교하기 힘든 면이 많다는 사실이다. 우선 사업 규모에서 그렇다. 흑산공항은 사업비가 1,433억원(전략환경경향평가 단계에서 제시된 금액)으로, 제2공항의 30분 1도 안되는 소형 공항이다. 반면, 흑산도 주민들 다수의 지지를 받는 사업이란 점에서 제2공항과 다르다.

국토부가 극력 추진하다가 환경부로부터 제동당했던 또다른 사례는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이다. 설악산국립공원과 백두대간 야생동물 보호지역을 훼손하는 문제 때문에 2018년 7월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그후 국토부는 미시령터널 하부를 지나는 노선으로 변경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해 결국 2019년 4월 ‘조건부 동의’를 받았다.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안 된다면 사업을 접겠다”

제2공항의 경우, 일단 형식상으로는 환경부에서 밝힌대로 반려사유를 해소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작성-제출하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반려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몇 달만에 뚝딱 만들어진 문서가 아니다. 서두에 적었듯이, 꼬박 4년에 걸쳐 보완에 보완을 거듭하며 만들어낸 최종 결과물이다. 흑산공항의 경우처럼 평가서만 다시 작성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통하지 않는다. 애당초 보완 가능한 일이었다면 국토부에서 진즉에 그리했을 것이다. 

성산 제2공항의 경우, 반려사유를 해소하려면 적어도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의 경우처럼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입지를 새로 선정하는 작업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제2공항 사업의 추진 근거가 돼온 기존의 사전타당성 연구와 기본계획을 다 허물고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24일, 국토부와 비상도민회의 간 연속토론회 마지막 날, KBS가 도민들에게 생중계 하는 가운데 국토부의 공항항행정책관이 거듭해서 확약한 것이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의 동의가) 안 된다면 사업을 접겠다”고 역설한 것이다. 지난번 “도민의견 수렴결과”에 대한 합의를 위반한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이 약속마저 어긴다면 국토부는 더 이상 합의나 약속을 해선 안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집단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반려’된 제2공항, 앞으로 어떻게? 

환경부의 반려 결정이 나온 다음날 원희룡 지사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제주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것은 제주 홀대를 넘어 정치적 이용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라며 “다음 정부에서 제2공항 사업을 다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서 제2의 흑산공항의 길을 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가능성이 바이 없지 않은 길일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민들 다수의 의견은 그런 도지사의 생각과 정 반대다. 제주도기자협회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도민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전환점을 맞은 제2공항 사업에 대해 “현 정부에서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48.9%로,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률 40.2%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환경부 장관의 ‘반려’ 통보를 받아든 국토부 당국자들은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앞서 소개한 입장문 결론부에서 “국토부와 협력하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원희룡 지사와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제주도민 다수의 편에 설 것인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사업 리스트(2012년~현재).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갈등해결학 박사 ⓒ제주의소리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갈등해결학 박사. ⓒ제주의소리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전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국토교통부 위촉으로 「공항갈등포럼」 위원장,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제주도와 도의회가 공동 구성한 「제2공항 여론조사 공정관리위원회」 위원으로서 도민의견 수렴과정을 기획‧주관한 바 있다. 현재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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