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귀포신문 장태욱 편집국장

허용진 국민의힘 서귀포시당협위원장(사진 왼쪽)과 이정엽 도의원(국민의힘, 대륜동)
허용진 국민의힘 서귀포시당협위원장(사진 왼쪽)과 이정엽 도의원(국민의힘, 대륜동)

“제주4·3에서 피해를 본 모든 분들에게 우리는 역사가 다 하는 날까지 사죄를 드려야 합니다. 혹자는 우리가 보상금 많이 주겠다고 하고, 입법 시도도 우리가 먼저 했는데 왜 4·3희생자들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고 민주당만 지지하느냐고 한탄합니다. 그건 대단히 잘못됐습니다. 4·3사건 발발 당시 그 책임은 보수 우파에 있습니다. 잘못한 사람이 보상 좀 줬다고 그 원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이런 시각을 벗지 않으면 우리는 수구 꼴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그분들의 아픔에 100분의 1이라도 공감하기 위해서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줘야 합니다.”

허용진 국민의힘 서귀포시당협위원장이 5월 19일, 서귀포향토오일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허향진 도지사 후보 지지 연설회에서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보수적 정치이념을 계승한 국민의힘이 제주4·3 희생자에게 원죄가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힘의 정치적 실패에 대한 성찰이 묻어난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17대 총선이 치러진 이래, 제주도에서 보수정당은 단 한 석의 국회의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제주도에서 뭘 특별히 잘한 것도 없었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제주도에는 수많은 정치적 사건이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졌고, 그 여파로 제왕적 도지사의 전횡과 독주가 반복됐다.

김태환 전 지사는 정부와 야합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짓겠다며 마을을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우근민 전 지사는 근본도 없는 7대 경관 이벤트로 혈세를 낭비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성산에 제2공항을 추진하며 갈등을 버려뒀고, 버스 준공영제로 사업자의 배만 채웠다.

그런데 이런 파행적 상황에 도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성의 있게 대처한 적이 있던가? 해군기지와 제2공항에 따른 주민 고통과 갈등은 일부러 외면했고, 기초자치권 회복에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총선은 4월에 열린다. 제주4·3에 관한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면 4·3을 헐뜯는 수구세력의 망언이 쏟아졌다. 망언은 제주도민을 자극했고, 민주당 후보들은 특별히 보여준 것도 없는데 어김없이 당선됐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4일, 제2차 회의를 열고 제주4·3평화재단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정엽 의원(국민의힘, 대륜동)은 이날 4·3트라우마센터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에서 “4·3이 꼭 국가에 의한 피해자만 있느냐. 4·3은 무장세력, 제주도 사람이 얘기하는 ‘폭도’, 거기에 의한 피해도 많이 있다”라며 “왜 국가 피해를 받은 사람만이 희생자의 전부인 것처럼 이런 묘사를 쓰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정엽 의원은 공권력에 의한 피해를 너무 강조하지 말고 화합을 염두에 두자는 취지라고 했지만, 민간인 희생자의 아픔을 더할 수 있는 말이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당시 신고가 접수된 4·3희생자 수 가운데 군인과 경찰 등 토벌대에 희생된 사람이 1만955명, 무장대에 희생된 사람이 1764명에 달한다. 국가폭력의 희생자는 노인과 어린 아이까지 포함했다. 국가공권력이 도민에게 저지른 폭력은 그 수에서다 방법에서나 절대적이고 치명적이었다.

18·19대 총선에서 서귀포시 선거구는 당시 야권은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가 열렸다. 여당이던 강상주(한나라당) 후보와 강지용 후보(새누리당)는 최상이 구도에서도 패배했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를 돌아보고 지혜를 얻어야 한다.

허용진 위원장이 얘기했던 ‘책임’과 ‘사죄’, 거기에 답이 있다. 국민의힘이 살고, 서귀포 정치가 회복하는 길이다.

* 이 기사는 서귀포신문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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