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제주공약] ③관광청 신설

윤석열 정부 출범이 어느덧 해를 넘겼다. 당락을 가른 득표율 격차는 불과 0.73%p. 역대 최소인 24만표의 초박빙 승부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를 강조했다. 후보 시절에는 제주와 광주를 잇달아 찾아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취임 이후 통합과 협치에 대한 기대와 달리 보복과 사정당국의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여야간 정쟁으로 국민들에게 보고한 110대 국정과제와 민생법안은 뒤로 밀렸다. [제주의소리]는 신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제주지역 7대 핵심공약을 되짚고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윤석열 정부가 출범 2년 차를 맞았지만 지금껏 정부조직 개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제주 핵심공약인 관광청 신설은 개편안에 끼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관광청 신설은 2021년 10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제주에서 열린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처음 언급한 지역 대표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관광 관련 업무가 십여개 부처로 나뉘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복합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관광청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관광산업의 기여율이 2.8%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관광의 컨트롤타워가 될 관광청을 천혜의 환경을 갖춘 제주에 두도록 하겠다”고 공식 언급했다.

이후 인수위는 관광청 신설을 제주 핵심공약으로 선정하고 관광산업 고도화를 통한 재도약을 기대효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이를 홍보하며 지방선거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정부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관광청은 자취를 감췄다. 관광청 신설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외청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곧바로 국회에 제출돼 한달 만에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됐다. 그해 11월에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올랐지만 지금껏 계류 중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여야가 의견을 달리하면서 파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차원의 대안을 요구하면서 법안 처리는 결국 해를 넘겼다. 

이에 윤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처 내 직제 개편을 요구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공전을 거듭하자 부처별로 자체적인 역할 조정을 요구한 것이다.

관광청 신설을 위해서는 부처간 관광업무 조정과 함께 산하 기관에 대한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한국관광공사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와 국내 최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실질적 소유주다.

제주와도 연결돼 있다. 지역 대표 관광지인 중문관광단지의 사업시행자로 중문골프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도에 이어 제주컨벤션센터(ICC JEJU)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다만 2014년 본사를 서울에서 강원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강원도에 대한 이미지가 더 커졌다. 강원도는 올해 6월 특별자치도 출범까지 앞두고 있다. 

정부가 관광청 신설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공약 파기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지역 여론을 의식해 대통령실에 약속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제주도당 지도부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관광청 신설 검토를 지시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직 형태에 대해서는 오히려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당초 윤 대통령이 약속한 독립 외청과 달리 업무가 제주로 한정된 ‘제주특별관광청’ 신설로 의심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경우 국세청처럼 주무부처에서 떨어져 나온 독립 외청이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된다. 중앙행정기관의 행정사무를 관장하는 특별지방행정기관 형태라면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관광청을 ‘분산된 정부 부처의 관광업무를 하나로 아우르는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 소재지는 제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후 제주에는 제주지방국토관리청과 제주지방해양수산청, 제주지방노동위원회, 제주지방중소기업청, 제주환경출장소 등 7개 특별지방행정기관이 이전했다.

정부 업무를 제주가 떠안았지만 정작 국비 지원은 줄면서 예산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 관광청 공약이 지켜진다면 ‘돈 먹는 하마’가 아닌 진짜 ‘관광청’이 대한민국 관광1번지 제주로 와야하는 이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