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제주공약] ④ 조속한 제2공항 건설
| 윤석열 정부 출범이 어느덧 해를 넘겼다. 당락을 가른 득표율 격차는 불과 0.73%p. 역대 최소인 24만표의 초박빙 승부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를 강조했다. 후보 시절에는 제주와 광주를 잇달아 찾아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취임 이후 통합과 협치에 대한 기대와 달리 보복과 사정당국의 이미지가 부각 되면서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여야간 정쟁으로 국민들에게 보고한 110대 국정과제와 민생법안은 뒤로 밀렸다. [제주의소리]는 신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제주지역 7대 핵심공약을 되짚고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지역 핵심 공약이다. 2021년 10월 당내 경선 후보 자격으로 제주를 찾을 당시 ‘합당한 보상을 통한 신속한 사업 추진’ 입장을 밝혔다.
2022년 2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제주를 다시 찾았을 때도 제2공항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는 ‘해저터널보다 제2공항 건설이 우선’이라며 입장을 보다 분명히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해저터널 추진 논란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후보는 해저터널 공약을 철회하고 제2공항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났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조속한 제2공항 착공’을 7대 핵심공약에 포함시키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와 함께 공항 운영 수익 환원을 위한 제주공항공사 설립까지 약속했다.
제주공항공사에는 제2공항 여객터미널 상가와 면세점 운영권을 주고 여객과 주차시설에 대한 관리권도 부여해 사용료 수익을 얻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공항 주변에는 에어시티 지구와 스마트혁신 지구, 항공물류 지구를 구축해 공항복합도시를 조성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정부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연간 이용객이 3000만명에 달하는 기존 제주공항의 혼잡 및 안전 문제가 단번에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광객 추가 유치를 통한 관광산업의 재도약과 공항복합도시 조성을 통한 동서 균형발전도 기대 효과로 내걸었다.
제2공항은 2013년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가 ‘제주 항공수요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듬해에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조사결과를 토대로 2015년 11월 제2공항 후보지를 공식 발표했다. 2017년 정권이 바뀌었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제2공항의 조속한 건설을 약속했다. 다만, 도민들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철회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에 국토부는 2019년 9월 환경부에 제2공항 건설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반면 환경부는 보완과 재보완 요구를 거쳐 2021년 7월 최종 반려 처분을 내렸다.
환경영향평가법 제16조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계획을 수립하려는 행정기관은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환경부장관에게 협의를 요청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는 환경부의 반려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지난해 7월 용역이 끝났지만 지금껏 발표를 미루고 있다.
공교롭게도 제2공항 사업 추진 권한을 가진 국토부장관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다. 원 장관은 도지사 시절부터 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국토부는 향후 윤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환경부를 상대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위한 마지막 절차다.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받으면 검토 후 40일 이내 협의 결과를 국토부에 제시해야 한다. 환경부가 동의나 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하면 협의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국토부는 이후 항공정책위원회를 열어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을 심의하게 된다. 이어 국토부장관이 기본계획안을 수립·고시하면 제2공항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

환경부가 부동의(재검토)하거나 재차 반려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중요한 사항이 누락되는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적정하게 작성되지 않을 경우 협의를 중단할 수도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계획이 국가환경정책에 부합하지 않거나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규모나 시기의 조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정권이 바뀐 만큼 환경부가 협의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할 지는 도통 예측하기 어렵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는 환경부의 반려 처분을 통해 제2공항 건설 논란을 차기 정부로 넘겼다.
윤석열 정부는 새해 예산안에 제주 제2공항 사업비로 173억원을 편성해놓고 있다. 현 정부의 추진 의사가 확고하지만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해를 넘기면서 제2공항 논란은 후보지 발표 이후 8년째를 맞게 됐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제주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 찾기가 윤석열 정부가 지금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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