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 절대보존지역 훼손 등 무허가 행위 고발 조치 결정
조사면적 3264㎡ 대비 19.4%인 634㎡ 물리적 충격으로 훼손

관광 잠수함에 의해 훼손된 문섬 수중 암반. 사진=녹색연합.
관광 잠수함에 의해 훼손된 문섬 수중 암반. 사진=녹색연합.

제주 서귀포 문섬 일대 연안 연산호 군락이 관광 잠수함에 의해 훼손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문화재청이 훼손 사실을 인정하고 잠수함 운영 업체를 고발 조치하기로 의결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이하,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 허가조건 위반 여부 등 검토’ 안건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문화재위원회는 “운항에 따른 마찰 최소화를 위해 세부적인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과 “절대보존지역 훼손 등 무허가 행위에 대해 관계 법령에 따라 고발 조치할 것”등 내용을 문화재청에 주문했다. 

잠수함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된 곳은 해당 잠수함이 운항하는 서귀포시 문섬 일대 연안이다. 잠수함이 문섬을 타고 내려가며 벽면과 바닥을 긁어 암반과 산호 군락을 훼손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녹색연합은 2021년 10월과 11월, 지난해 4월과 5월 등 폭 150m, 깊이 35m에 달하는 관광잠수함 운항구역 일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녹색연합은 조사 결과를 통해 수중 암반이 충돌로 긁히거나 무너지면서 지형 훼손이 발생했고, 수심 20m에 있는 길이 25m, 폭 6m의 중간 기착지 지형이 의도적으로 훼손된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잠수함에 의한 천연기념물 문섬 일대 훼손뿐만 아니라 잠수함 ‘중간기착지’ 인위적 현상 변경 의혹, 운항 구간 내 법정 보호종 산호충류 서식 현황, 허가받지 않은 제2중간기착지 확인, 절대보존지역(F구간) 훼손 등을 주장했다. 

관련해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정밀조사를 통해 잠수함의 불법 운항과 문섬 일대 연산호 군락 훼손 등 사실을 확인했다.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훼손 관련 추가 정밀조사 결과보고서에 담긴 운항구간별 훼손 지점 현황.<br>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훼손 관련 추가 정밀조사 결과보고서에 담긴 운항구간별 훼손 지점 현황.

지난해 10월부터 2달여간 진행된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훼손 관련 추가 정밀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잠수함 운영 허가면적 약 6000㎡ 중 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10.6%인 634㎡가 물리적 충격으로 훼손됐다. 조사면적인 3264㎡ 대비 훼손 면적 비율은 19.4%다.

중간기착지와 제2중간기착지에서는 잠수함 무게에 짓눌려 돌이 다져진 평탄화 현상으로 추정되는 훼손이 확인됐다. 해당 구역은 잠수함의 운영 방향과 일치했으며, 절대보존구역인 F구간에서도 훼손된 사실이 파악됐다. 

조사가 이뤄진 구역에서는 법정보호종인 해송, 긴가지해송, 밤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만드라미 등 9종이 서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중 천연기념물인 해송은 42개체, 긴가지해송은 27개체로 파악됐다.

이에 녹색연합은 수심 7m~25m로 정한 조사구역뿐만 아니라 수심 25m 이하에도 상당한 훼손이 있다며 조사하지 않은 구간을 포함한다면 운항허가면적 3000㎡ 대비 훼손 비율은 2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잠수함 운항 구간 수심 10~35m 사이 암반 훼손 지역 곳곳에서 해송과 긴가지해송이 발견됐고 중간기착지에도 해송류가 확인됐다”며 “돌출된 암반에 서식하는 해송류 훼손을 고려하면 조사 결과보다 상당한 수준의 해송류가 이곳에 서식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에 담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의견은 상당히 충격적”이라며 “천연기념물 문섬을 보존하는 기관의 역할을 하지 않고 관광잠수함 업체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의록에서 제주도는 지자체 의견을 통해 “절대보전구역은 잠수함 운항이 허가되지 않은 구역이나, 이는 허가 받을 당시 운항구역도와 현장여건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서귀포지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한 바,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속적인 문화재 활용 측면을 고려”해야한다 고 밝힌 바 있다.

녹색연합은 “잠수함이 운항된 지난 35년 동안 문섬 일대는 상당히 훼손됐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천연기념물 문섬의 훼손을 알고도 최초 운항허가 시점인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운항을 멈추도록 한 적 없다. 이는 행정이 면죄부를 직접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광 잠수함은 ‘잠수함 운항 시 마찰면 최소화’를 조건으로 운항을 허가받지만, 전체 운항허가 면적의 20% 이상, 실제 운항 노선의 대부분 구간에서 암반과 산호 군락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관련해 녹색연합은 관광 잠수함 현상변경허가 재심의를 요청, 차기 문화재위원회에 녹색연합의 의견 진술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천연기념물 문섬 훼손은 잠수함 운항방법을 개선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서 “문화재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관광 잠수함 운항허가를 재심의하고, 천연기념물 문섬 보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녹색연합.<br>
사진=녹색연합.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훼손 관련 추가 정밀조사 결과보고서에 나타난 훼손면적 비율.<br>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훼손 관련 추가 정밀조사 결과보고서에 나타난 훼손면적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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