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전환평-기본계획’ 검증 4차 브리핑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지하수를 함양하고 농경지 침수 재해를 막아주는 숨골을 일부러 폄하, 보전 방안보다 훼손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초 사업 예정지 내 숨골이 8개밖에 없다고 주장하다가 다시 조사해 153개로 수정하고, 등급을 나눠 가치를 깎아내리는 등 사업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구실을 찾고 있다는 비판이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13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제주본부 교육실에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을 검증하는 4차 브리핑을 열고 숨골의 보전가치와 용수 공급 관련 문제를 지적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가 지하수를 함양하고 농경지 침수 재해를 막아주는 숨골을 일부러 폄하, 보전 방안보다 훼손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표에 나선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가 지하수를 함양하고 농경지 침수 재해를 막아주는 숨골을 일부러 폄하, 보전 방안보다 훼손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표에 나선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 송아지가 빠질 만한 구멍만 ‘숨골?’

국토부는 2019년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사업 예정지에 숨골이 8곳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 185개의 숨골이 발견됐고, 국토부는 뒤늦게 재조사에 착수, 153개가 발견됐다고 수정했다. 

도민회의는 “국토부는 시민사회가 찾은 숨골은 숨골이 아니라며 ‘송아지가 빠질 만한 구멍이 있어야 숨골’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국토부가 찾은 8곳의 숨골에서는 구멍이 아예 없었다. 또 숨골은 빗물이 땅속으로 빠지는 곳이기 때문에 형태는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도민회의 주장대로 국토부가 발견한 8개 숨골에서는 송아지가 빠질만한 커다란 구멍이 있어야 함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담긴 사진에는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도민회의는 “국토부는 숨골을 공동조사하자는 제안을 무시하고 드론으로 측량해 153개 숨골을 발견했다고 본안에서 밝혔다”며 “관련해 환경부는 숨골의 보전가치와 파괴할 경우 지하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검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 의견에 국토부는 숨골을 분류하기 위한 평가표 양식을 만들었고 등급을 매기려 한다”며 “이는 숨골의 보전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등급으로 쪼개 가치를 평가절하, 파괴해도 되는 정당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숨골의 보전가치를 제시하고자 했다면 숨골이 어느 정도 지하수를 함양하는 데 기여 하는지, 숨골을 막으면 유역 내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먼저 기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가 지하수를 함양하고 농경지 침수 재해를 막아주는 숨골을 일부러 폄하, 보전 방안보다 훼손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가 지하수를 함양하고 농경지 침수 재해를 막아주는 숨골을 일부러 폄하, 보전 방안보다 훼손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이미지와 같이 숨골의 형태는 다양하다.  출처=지질학회지 55(2). 제공=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이미지와 같이 숨골의 형태는 다양하다.  출처=지질학회지 55(2). 제공=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또 국토부가 여전히 숨골의 구멍 크기가 20cm 이상인지 체크하는 등 지하수 함양량과 상관없는 구멍 크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숨골의 경우 구멍이 난 곳, 크기가 큰 바위로 메워져 물이 잘 빠져나가는 곳, 모래로 덮여있는 투수층 등 지형과 지질의 특성에 따라 지하수 함양량이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단지 크기에만 집착, 형태로 가치를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민회의는 국토부가 인공 숨골과 자연 숨골을 나눠 인공 숨골의 경우 보전가치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물이 잘 빠지도록 숨골까지 고랑을 판 곳이나 숨골 주변을 파놓은 곳을 모두 ‘인공’ 숨골로 규정, 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민회의는 숨골을 모두 메워서 막아 버리면 지형적 특성으로 지하에 거대한 지하댐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한꺼번에 많이 내릴 경우 흐름이 막힌 지하수가 역류, 심각한 재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환경부가 숨골을 메우면 나타나는 유역의 지하수 흐름 변화 등 영향을 검토하라고 했지만, 국토부는 지하수 유역을 축소,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도민회의는 “숨골이 막혀 지하수를 함양할 수 없게 되면 인공 함양한다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이는 항공기 매연과 타이어 분진 등 각종 오염물질이 섞인 빗물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오염에 대한 우려는 다루지 않고 있다. 또 지하수가 줄어들면서 염분 침투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지=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이미지=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제2공항 건설이 성산에 불러올 물 대란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제주의소리
제2공항 건설이 성산에 불러올 물 대란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제주의소리

# 용수 공급 위한 정수장 신설 시 ‘물 대란’ 초래할 것

도민회의는 제2공항과 배후도시가 건설될 경우 반드시 필요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 관정을 뚫는다면 성산 지역에 물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1월 고시된 제주특별자치도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성산정수장을 신설, 2040년까지 1만5000㎥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확충한다는 계획이 잡혔다. 

도민회의는 “삼다수가 논란 속에서 증산키로 한 지하수 사용량의 3배 수준의 정수장을 짓는 계획이 잡혔다”며 “결국 기저지하수나 담수층에 영향을 미치게 돼 해수 침투가 가속화, 농경지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민회의에 따르면 성산 지역의 경우 해수면이 상승하는 높이인 최극조위 상승률이 전국 평균 2배 이상으로 염지하수화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내륙 10km 지점에 예정대로 성산정수장이 설치될 경우 물을 뽑아 쓰며 지하수 수위를 낮추게 돼 결국 염수 내륙 침투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지하수에 바닷물이 섞일 경우 문제는 가뜩이나 농업용수가 부족한 성산 지역 농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도민회의는 제2공항에 필요한 용수 수요량 예측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2030년 기준, 일 용수사용량을 3043㎥로 예측해놓고 기본계획에는 2027㎥로 낮추는 등 산정 기준을 바꿔버려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배후도시 용수사용량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 검토의견에서 ‘용수 취수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영향(지하수위 변화, 지반안전성 등)에 대한 검토가 상위계획에서 이뤄졌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며 영향 검토가 미비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도민회의는 “결국 중산간에 정수장을 지어 물을 뽑아내 마구 쓴다면 해수 침투가 가속화, 성산 전체 지역의 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은 숨골의 보전가치를 살피기보다는 가치를 깎아내리고, 지하수에 대한 영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며 “이런 거짓 부실 보완에 대해 협의한 환경부의 심각한 직무유기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도민회의는 내륙 10km 지점에 예정대로 성산정수장이 설치될 경우 물을 뽑아 쓰며 지하수 수위를 낮추게 돼 결국 염수 내륙 침투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미지=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도민회의는 내륙 10km 지점에 예정대로 성산정수장이 설치될 경우 물을 뽑아 쓰며 지하수 수위를 낮추게 돼 결국 염수 내륙 침투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미지=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도민회의는 숨골이 막혀 지하수를 함양하지 못할 경우 염분이 강한 기저지하수가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지=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도민회의는 숨골이 막혀 지하수를 함양하지 못할 경우 염분이 강한 기저지하수가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지=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검증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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