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전환평-기본계획, 도민이 직접 검증한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 TF’

환경부가 조건부 협의 통과시킨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용과 국토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TF를 꾸려 검증에 나선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 TF’는 20일 브리핑을 갖고 문제점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환경부가 조건부 협의 통과시킨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용과 국토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TF를 꾸려 검증에 나선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 TF’는 20일 브리핑을 갖고 문제점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하고 국토부가 이틀 만에 기본계획을 고시한 것과 관련, 전문기관들이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민들이 검증에 나선다.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전문기관 검토를 거친 결과 부합성이 인정됐다고 밝혔지만, 정작 전문기관 5곳이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드러나는 등 논란을 자초했다. 

관련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20일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사무실에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 브리핑’을 열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밝혔다. 

도민회의는 지난 13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 TF’를 구성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 문제점, 의혹 등을 검증하고 도민에게 알리기로 결정했다. 

제2공항 검증TF는 부정적 의견을 낸 각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쟁점별로 시민 조사·분석과 의견,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문제점을 검증할 방침이다. 

이들이 검증할 예정인 주요 내용은 ▲환경부 협의 의견 무시한 국토부 기본계획 ▲기본계획 수요예측 ▲전략환경영향평가 부실평가 의혹 ▲제2공항 대안과 규모 결정 과정 등이다. 

검증TF는 먼저 환경부가 ‘협의내용을 기본계획 수립 및 실시계획 수립·승인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시 반영하라’고 한 주문을 국토부가 무시했다고 말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 결과가 지난 6일 발표된 이틀 만인 8일 공개된 기본계획안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 부풀려진 항공수요 예측? “인구-정책 변화, 관광수용력 반영 안해”

국토부는 기본계획을 통해 인구와 GDP, 코로나 등 영향을 반영한 2055년 제주도 항공수요는 3969만5000명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관련해 검증TF는 인구 구성과 정책 변화, 관광수용력 우려 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항공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 근거는 관광객이 급증하던 시기의 경향을 반영한 것뿐이며, 일시적인 현상일 뿐 지속가능하지 않음에도 이를 근거로 삼은 것은 중대한 오류라는 것이다. 

또 인구 관련 변수에서 가장 중요한 노령화 등 인구 구성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화되는 노령화로 75세 미만 인구가 2020년 4834만여 명에서 2050년 3568만여 명으로 줄어들며 내국인 관광객 감소가 불가피한데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기본계획상 항공수요 예측은 내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국제선 수요는 2040년을 기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되면서 검증TF는 항공수요가 늘어날 만한 요인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증TF는 내국인 기준 2050년 항공수요 예측이 3290여만명이었는데 불과 5년 뒤인 2055년에 3430여만명으로 140만명이 증가했다며, 제2공항 건설 당위성을 위해 고의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해 사전타당성과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2045년 이후 수요가 멈추거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반면, 기본계획에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관광수용력에 대한 우려와 정책 변화 경향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기 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관광객 증가 경향만 반영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검증TF는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항공기 이용 관광객만 계산, 관광수용력으로 통용되는 수준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왜곡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2055년 기준 연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1916만 명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제주 관광수용력으로 통용되는 1990만 명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초과할 경우 제주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검증TF는 연간 200만명 이상 입도하는 선박 이용 관광객이 포함될 경우 관광수용력 한계는 이미 통용 수준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관광수용력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이를 넘어서는 규모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관광수용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상충한다는 것이다.

검증TF는 “지난 2019년 환경부가 ‘보완의뢰서’를 통해 인구감소 추세와 노령화, 적정 관광용량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수요예측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 항공수요예측의 타당성을 평가하라고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환경부 지적을 반영한 타당성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 ⓒ제주의소리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 검증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박찬식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 ⓒ제주의소리

# 규모 적정성 평가 없는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TF는 조건부 협의로 통과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규모의 적정성조차 검토하지 않은 엉터리 부실평가”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환경부는 공항규모 적절성과 제2공항 신설 필요성 등 추가 자료를 요구해왔다. 국립생태원의 경우 ‘사업규모 축소나 시설 위치 변경 등 적극적인 계획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멸종위기종 및 숨골 관련 사업 입지계획 및 규모 조정을 검토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올해 사업 계획상 부지면적을 2019년 제출된 기본계획에서 밝힌 규모인 500만㎡보다 큰 550만㎡으로 설정했다. 현 제주공항 면적인 350만㎡보다도 한참 큰 규모다. 

검증TF는 2055년 항공수요 예측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현재 기본계획상 제2공항 규모는 불필요하게 환경을 훼손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과잉시설’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공항의 현재 수용능력을 고려할 때 추가로 필요한 용량은 연 800만명으로 운항횟수로 따지면 연 6만회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본계획대로 제2공항을 건설한다면 예측한 최대 항공수요를 50% 초과하게 된다.

검증TF는 “환경적으로 중요하니 영향을 고려해 입지계획과 사업규모를 재검토하라는 검토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채 계획을 통과시킨 것은 적정성을 평가해야 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를 부정한 부실평가며 환경부의 직무유기”라고 일갈했다. 

또 검증TF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사전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권고안 중 정부 측 위원 권고안만 수록되는 등 형평성을 상실한 부실평가라고 지적했다. 주민 측 위원 7명의 권고안과 강영진 위원장의 권고안을 아예 빼버렸다는 설명이다. 

이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최근 해외 공항개발 경향을 반영한 공항 인프라 개선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 현 공항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나타났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제2공항 건설을 결정했다며 비판했다. 

즉 제주공항을 최대로 활용한다는 전제로 제2공항 규모를 결정하기로 돼 있었으나, 제주공항 용량증대를 위한 개선방안을 검토하던 중 인프라 및 시스템 개선과 보조활주로 등을 통해 전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용역결과가 나오자 이를 은폐하고 애초의 방침과 달리 자의적으로 제2공항 규모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 현 제주공항 단기대책 2단계 용역은 어디로?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현 공항의 수용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단기대책은 2단계로 나뉜다. 1단계의 경우 연간 여객 3200만명 수용을 목표로 이미 완료됐다. 

단기 2단계는 연간 여객 3651만~3940만명을 목표로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55년 항공수요와 거의 비슷하게 추진될 예정이었다. 

검증TF는 “이 같은 상황에서 단기 2단계 사업은 제2공항 건설에 따른 중복투자, 매몰비용 등을 이유로 축소되기 시작하더니 사라졌다”며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가 2019년 2단계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평가 용역을 발주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중요한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며 “기본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앞으로 기본계획의 모든 내용을 세분화, 자체 분석과 분야별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문제점을 검증할 것”이라며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수렴 과정에 적극 대처하고 집단민원과 법적 대응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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