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사, 송악산 사유지 매입 예산 삭감 '부동의'에 협상 결렬

김경학 도의회 의장과 오영훈 제주지사
김경학 도의회 의장과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제1회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한 막판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19일 새벽까지 추경예산안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관건은 '송악산 사유지(중국 신해원 투자자) 매입' 예산 삭감 여부다.

제주도의회는 한 때 제주도의 요구를 80% 수용하는 선에서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영훈 지사가 '송악산 사유지 매입' 예산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결국 결렬됐다.

제주도는 1회 추경예산안으로 본예산 대비 4128억원이 늘어난 7조4767억원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일반회계 3304억원, 특별회계 824억원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5.8% 증액됐다.

1회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연말 심의 의결한 본예산안 중 오영훈 지사가 조건부 부동의한 사업에 대해 보조금심의위원회를 거쳐 삭감한 내용을 추경안에 반영한 것은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행정시와 읍면동 예산 대신 70% 이상 제주도 본청 예산이어서 민생예산이 아닌 '오영훈 지사 공약 추경'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도의회는 상임위 심사를 거치며 10% 이상인 430억원을 삭감하며 집행부를 압박했다. 특히 농수축경제위를 제외하고 나머지 상임위는 증액없이 예산을 삭감했다. 

특히 행자위는 옛 송악산유원지 부지 내 사유지 매입하는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사보류했고, 복지안전위원회는 오영훈 도정이 전국 최초로 도입하려 했던 아동건강체험활동비 53억원, 환경도시위원회는 제주대학교 버스회차지 매입 예산 75억원 등을 삭감했다.

제주도는 도정 운영을 위해 송악유원지 부지 내 사유지(중국투자자 소유) 매입비와 '아동건강체험활동비', 제주대 버스회차지 매입, 제주국제조각페스타, 서귀포시종합사회복지관 위탁사업비 등을 원안대로 살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의회 예산심의권 보장, 행정시와 읍면동 예산 증액 등을 집행부와의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자치위원회는 18일 의원간담회를 열고 이번 회기에 송악산유원지 사유지(중국투자자 소유) 매입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토지 매입비 151억원은 자동 삭감된다. 

오영훈 지사가 송악산 사유지 매입 예산이 삭감될 경우 '부동의'하겠다는 입장을 제주도의회에 알리면서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은 결렬됐다.

제주도는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송악산 사유지 감정평가비용과 계약금을 사용할 수 있는 지 법적검토를 받고 있다. 만약 가능하다면 도의회가 송악산 사유지 매입 예산안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예결위는 일단 차수변경을 하고 19일 낮 12시에 4차 회의를 열 계획이다. 

12시 전까지 최종 협상안을 제주도가 의회에 제시하지 않을 경우 예결위는 회의를 열고 정회를 한 다음 전체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도의회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증액없는 '삭감', 추경예산안 '부결', 심사보류 한 후 다음 회기에서 처리하는 방안 등 3가지다. 

추경에산안을 증액없이 삭감만 하면 오영훈 지사 동의 없이도 처리 가능하다. 검토되고 있는 3가지 방안 중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부결시키는 방안도 있다. 우근민 도정 당시인 2010년과 2011년, 원희룡 도정 때인 2014년 본예산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제주도의회가 민주당 도정의 추경예산안을 부결시킨다는 게 정치적인 부담일 수 있다. 

마지막 카드는 예결위에서 추경예산안을 '심사보류'한 후 다음 회기인 417회 임시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이다. 회기를 바꾸는 부분이여서 법적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양경호 예결위원장은 "새벽까지 제주도와 추경예산안과 관련해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되지 못했다"며 "일단 제주도에서 추가 협상카드를 제시하는 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만약 최종 협상에서도 극적 타결을 이루지 못하면 증액없는 삭감, 부결, 심사보류 등 3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전체 의원총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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