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유일 유리병-1회용컵 재활용업체 가보니
개인 실천 뒷받침할 순환 체계 고도화 절실

당신이 반납한 일회용컵, 이곳에 모입니다

제주의 유일한 빈병 수거업체는 제주시 오라2동에 위치한 한라자원이다. 제주 전역에서 1일 평균 20~25톤의 유리병이 이 곳으로 쏟아진다. 재활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파쇄하고, 색상별로 분류한 뒤 이물질을 제거한다. 유리냄비, 사기그릇, 내용물이 그대로 남은 용기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많은 과정이 19명 직원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은 트럭에 실려 군산에 위치한 유리병 제조업체로 운반된다. 이 과정에서 제주의 파쇄된 유리병들은 C등급을 받는다. 2~3mm로 일정하고 깔끔하게 분쇄해야 A등급을 받아 수익성이 높아지지만 수작업으로는 역부족이다.

제주의 유일한 빈병 처리업체인 한라자원에는 연간 7500톤의 유리병이 쏟아진다. ⓒ제주의소리
제주의 유일한 빈병 처리업체인 한라자원에는 연간 7500톤의 유리병이 쏟아진다. ⓒ제주의소리

양광호 한라자원 대표는 “컨베이너 벨트 등 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혐오시설로 찍혀 확장할 수 있는 부지를 구하기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많이 들고, (다른 지역에 비해)경쟁력이 뒤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이 곳에 모이는 제주의 유리병은 연간 7500톤에 이른다. 재활용율을 높이고 싶어도 시설 고도화가 우선과제다. 장비와 시설을 지원해주겠다는 업체도 있었지만, 적절한 부지 선정에 애를 먹으면서 중요 공정을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의 유일한 빈병 처리업체인 한라자원에는 연간 7500톤의 유리병이 쏟아진다. ⓒ제주의소리
제주의 유일한 빈병 처리업체인 한라자원에는 연간 7500톤의 유리병이 쏟아진다. ⓒ제주의소리

구좌읍에 위치한 대한실업은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제도를 통해 모인 컵들을 처리하는 제주도 유일 업체다. 기존에는 농업 폐비닐을 주로 처리했지만, 작년 12월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에 맞춰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을 수거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모은 총량은 7톤. 이 기간 모은 플라스틱컵을 압축해도 4개 피스(pcs)분량이다. 보통 1개 트럭에 26개의 피스를 싣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셈이다. 아직 수거량이 부족해 수익성이 나지 않는 단계다.

컵보증금제에 동참자가 늘어나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곽준석 대한실업 과장은 “수거업체들의 경우 수거비용이 많이 들어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선 수거가 잘 되는 게 핵심이다. 수거하는 분들의 수익성이 매우 낮은 현실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제도를 통해 모인 컵들은 구좌읍에 위치한 대한실업으로 모아져 압축 처리된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제도를 통해 모인 컵들은 구좌읍에 위치한 대한실업으로 모아져 압축 처리된다. ⓒ제주의소리

개인과 업체들에게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철저한 재활용을 요구하지만 정작 이를 수용할 시스템은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자원 순환 체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날 현장을 확인한 제주 사회적경제 환경실천 협의체 구성원들은 개인의 실천을 뒷받침할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꽃마리협동조합 이소진 대표는 “한 곳에서는 부지 확보가 안돼 자원순환율을 더 높일 수 없고, 한 곳에서는 수거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자원순환이 단절된 모습”이라며 “개인에게 제로-웨이스트를 외치지만 정작 시스템은 단절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미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기후위기대응위원장은 “일회용 사용 자제가 우선이긴 하겠지만, 이미 사용된 자원이 매립되거나 소각되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수거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정착시키고 매장에서 모아진 일회용컵을 수거하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제도를 통해 모인 컵들은 구좌읍에 위치한 대한실업으로 모아져 압축 처리된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제도를 통해 모인 컵들은 구좌읍에 위치한 대한실업으로 모아져 압축 처리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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