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73) 제3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30명 전원 무죄

제주4.3 1~2차 군법회의 피해자 2530명의 이름 등이 기재된 수형인명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 1~2차 군법회의 피해자 2530명의 이름 등이 기재된 수형인명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에 휩쓸려 사형된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됐다. 33차까지 이어진 직권재심에서 사형된 4.3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 첫 사례다. 

27일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1(강건 부장판사)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33차 직권재심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직권재심을 통해 명예가 회복된 누적 4.3 피해자는 총 941명으로 늘었다. 

30명 중 7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내란죄, 나머지 23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를 뒤집어쓴 4.3 희생자들이다. 

각종 고문에 따른 허위 자백과 날조된 허위 증거, 스스로 변호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불법적인 절차의 제1~2차 군법회의(군사재판) 피해자 2530명은 수형인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다.

수형인명부가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되면서 4.3 진상규명은 큰 진전을 이뤄졌다. 수형인명부를 토대로 4.3 당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한 군사재판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희생자 결정이 이뤄졌다. 

사형 선고를 받은 피해자들은 군사재판 피해자들 중에서도 4.3 희생자로 가장 늦게 결정됐다. 저지른 죄가 커 사형됐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지만, 사형된 피해자들도 무고한 양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날 군사재판을 통해 사형 선고를 받은 피해자들은 1949년 2월27일 화북에서, 1949년 10월2일 제주비행장에서 각각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33차 직권재심 대상자 30명 중 무려 14명이 사형 선고를 받은 희생자들이다. 

1949년 1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내란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고(故) 강윤규도 화북에서 총살당한 희생자다. 

강윤규의 아들 강모씨는 선고 앞서 “1948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아버지가 무장폭도라는 누명을 써 총살됐다. 화북에서 총알 2발로 참형됐다. 당시의 군법은 사람을 죽이는 법이었다.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해 고인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자식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무죄 선고를 호소했다. 

1949년 2차 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아 대구형무소에서 수감 중 한국전쟁 발발 이후 행방불명된 고(故) 홍표반의 손녀는 “아버지는 아직도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 홍표반의 아들과 며느리도 법정을 직접 찾았으며 이들을 대표해 손녀 홍모씨가 발언했다. 

홍씨는 “할아버지는 김녕에서 목수로 일했다. 4.3 때 다른 사람 집을 짓다 2살과 4살이던 어린 두 자녀를 보려다 잡혀 가셨다. 할아버지는 가족을 사랑했을 뿐 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 4살짜리 아이는 늙어서도 ‘아빠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며 지금도 조천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있다”며 통곡했다.

거짓진술로 인해 오빠를 잃은 유족의 기구한 사연은 법정을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당시 애월리에 살다가 1948년 1차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인천소년형무소에 수감된 고(故) 이한형은 만기 출소 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한국전쟁 발발 이후 이뤄진 예비검속으로 인해 현 제주국제공항 부지에서 목숨을 잃었다. 

고 이한형의 여동생 이모씨는 “당시 동네에 유명한 일제 앞잡이가 있었다. 일제 앞잡이가 오빠의 동창을 찾아가 ‘거짓진술해야 너와 나 둘 다 살 수 있다’고 말했고, 거짓진술로 오빠가 누명을 뒤집어 썼다. 4.3이 모두 끝난 뒤 오빠의 동창이 집에 찾아와 ‘내가 살기 위해 거짓진술했다’며 우리 가족에게 사과했다.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하소연했다. 

합동수행단의 무죄 구형과 국선변호인의 무죄 변론, 유족 진술이 끝나고 재판부는 33차 직권재심 대상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4차 직권재심(2023년 1월31일)
홍기범, 박영휴, 고태유, 송권숙, 송근상, 오경운, 김용학, 양상원, 고순현, 고정금, 진희인, 문재언, 현옥성, 고형진, 김평문, 김희선, 김복선, 오태완, 문병화, 김대보, 김찬문, 김석부, 김인부, 김용식, 현상봉, 고덕권, 박창계, 정상규, 홍인봉, 홍술생

25차 직권재심(2023년 4월4일)
양찬식, 김태현, 강성도, 임태효, 양병인, 양병옥, 오화인, 김태생, 강위현, 윤병혁, 김공림, 김필림, 김병민, 김주순, 김주찬, 김계택, 현덕홍, 고병수, 김창근, 이정우, 양승열, 강연수, 김청자, 한중봉, 고중권, 고예봉, 김만중, 강길하, 강길운, 박기우

26차 직권재심(2023년 4월4일)
최일빈, 이근택, 강병익, 이기동, 김두수, 강갑선, 현창희, 현광희, 양홍순, 고병우, 김여식, 이천옥, 이효근, 윤장순, 김병언, 문완기, 강동진, 윤평하, 강윤희, 박기숙, 김기태, 김동옥, 양봉옥, 김문수, 김두규, 김전중, 오인표, 조달흥, 김기생, 현문주

27차 직권재심(2023년 4월18일)
송희중, 강화춘, 김경옥, 신희수, 한흥용, 한정생, 김일규, 양집중, 한석찬, 고인필, 홍사만, 김희순, 강병우, 한석칠, 문정섭, 한영홍, 고을협, 고성오, 이동은, 고상범, 신경식, 정병하, 강신천, 강신갑, 이동화, 고화춘, 김여수, 양군부, 김병일, 김병극

28차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김표임, 현상섭, 강후선, 오달록, 고경옥, 현만선, 고만원, 김환필, 변기화, 한문권, 강응호, 오응언, 고형호, 강상주, 강수희, 김정용, 김봉옥, 김팽옥, 김상구, 문재선, 김원오, 오현옥, 문주선, 오능주, 강자봉, 오성용, 강천상, 양제추, 양덕칠, 정영수

29차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박유준, 강운하, 서상흡, 서명영, 고성인, 오영화, 김백합, 김재기, 변규순, 김기하, 백영수, 이도일, 김창수, 김영천, 김임생, 한유생, 김대환, 고경옥, 김중화, 김유생, 김정하, 김승우, 김승련, 박경주, 이찬식, 고천옥, 백일현, 한석두, 김시협, 김대진

30차 직권재심(2023년 5월30일)
이동오, 문규림, 송기직, 김시량, 양승홍, 홍순택, 박명기, 현일우, 이상돈, 강철문, 고갑금, 고달하, 김계화, 이영두, 변병노, 김경성, 김도덕, 김병국, 김달오, 전두화, 강응조, 강응태, 양신봉, 양남봉, 김봉임, 양성호, 현귀찬, 문태준, 강우정, 문창관

31차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문만수, 문선택, 오창선, 김인식, 김성언, 현일화, 김매월, 윤태진, 부장림, 김형옥, 이정숙, 양병규, 강상호, 김상곤, 김석주, 강문옥, 현채운, 김순옥, 박태순, 박태경, 김상후, 고사송, 양지휴, 양재휴, 문시옥, 김상필, 고완종, 정재삼, 정유삼, 김병은

32차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이동신, 김병길, 강재옥, 양태운, 강병수, 김창종, 송창립, 고순학, 김상국, 양상순, 홍순병, 이태순, 고두정, 정영익, 고성봉, 이팽로, 고형관, 김시옥, 양군선, 양군봉, 김홍영, 한치욱, 김영희, 김이오, 이대봉, 문성영, 박홍기, 이윤옥, 신두옥, 한인수

33차 직권재심(2023년 6월27일)
이한형, 김판동, 한수생, 강재옥, 이찬봉, 오달만, 강윤규, 고계봉, 이계봉, 김계문, 강계생, 홍표반, 전기련, 전석규, 김창련, 김봉련, 이응배, 고태원, 임숙자, 오창송, 고정하, 강문규, 김재순, 김평택, 이용민, 김주용, 진경호, 양완희, 김문순, 김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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