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74) 제3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30명 전원 무죄

위법한 절차에 따른 군사재판 제주4.3 피해자에 대한 34번째 직권재심 법정. 다른 직권재심 사건에 비해 법정을 찾은 유족이 유독 적었다. 무관심한 가족들의 불참이 아니라, 70여년 전 비극으로 한 집안에 여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다. 

27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1(강건 부장판사)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34차 직권재심 대상자(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34차까지 이어진 직권재심을 통해 명예가 회복된 누적 4.3 피해자는 총 971명으로, 다음 군사재판 직권재심으로 1000명을 돌파한다. 

34차 직권재심 대상자 5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전원 내란죄) 피해자며, 25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전원 국방경비법 위반) 피해자다. 군경에 끌려갈 당시 이들은 만 15~42세로, 농사를 짓거나 학교에 다니던 선량한 양민이었다. 

이날은 평소보다 유독 재심 법정을 찾은 유족들이 적었다. 10명을 밑돌 정도였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궂은 날씨 탓일까 싶었지만, 재심 대상자들의 이름에서 돌림자가 보였다. 

또 살던 지역이 같거나 비슷한 시기 군경에 의해 끌려갔다. 대부분의 언도일자도 같았다. 

3형제를 포함한 형제 사이는 물론, 부자나 남매, 부부, 삼촌과 조카 등 다른 가족과 함께 4.3 피해를 겪은 사례다. 이날 직권재심 사건에서 가장 사이가 먼 대상자가 사촌형제일 정도였다. 

합동수행단이 직권재심을 위해 피해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가족관계 등이 확인되자 일부러 한꺼번에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이 여러번 법정에 방문하지 않도록 한 배려다. 

이전에도 형제나 부자, 사촌형제 등이 함께 피해받은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30명 전원이 각각 가족관계로 얽힌 경우는 처음이다.  

이로인해 여러명의 4.3희생자의 유족이 같았다. 아버지의 재심 겸 삼촌의 재심이었고, 막내 동생이 형님 2명의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 법정을 찾았다. 

또 중년의 고모씨가 자신의 외할아버지 고(故) 박두신의 재심을 위해, 고령의 박모씨가 자신 아버지 고 박두철에 대한 재심을 위해 법정을 찾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레 같이 앉았는데, 박씨는 고씨의 외삼촌이었다. 4.3때 박두신·박두철 형제가 함께 고초를 겪으면서 그들의 외손자, 아들이 각각 유족 자격으로 법정을 찾은 셈이다.

박두신의 외손자 고씨는 “어머니도 외할아버지가 어디로 끌려가셨는지, 어느 지역 형무소에서 수감 생활했는지조차 몰랐는데, 오늘 법정에서 관련 내용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두신은 4.3때 내란죄를 뒤집어써 목포형무소에 끌려갔다가 대구형무소로 이감된 이후 한국전쟁 발발 이후인 1950년 7월 군경에 인도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각종 기록과 증언 등을 종합하면 박두신은 군인에 의해 총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두신과 형제 사이인 박두철은 1949년 10월2일 당시 제주비행장에서 사형됐다. 

박두철의 아들 박씨는 “아버지와 큰삼촌, 작은삼촌, 외삼촌 등이 4.3으로 희생됐다. 정말 운좋게 제주비행장 터인 제주국제공항에서 유해를 수습했다. 아버지의 원한을 풀어달라”고 하소연했다. 

고 김병인·김병선 형제의 막내동생 김모씨는 “아버지가 60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셨는데, 형들이 살아있었다면 더 오래 살아계셨을 것 같다. 또 정상적인 재판이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저도 연좌제에 시달리면서 정말 억울했는데, 내가 살아있을 때 재심 절차를 밟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고령의 어머니 대신 재심 법정을 찾은 강모씨는 “어머니가 80 중반의 나이로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강씨는 고 고성룡·고갑룡 형제의 재심을 위해 법정을 찾았다. 강씨의 어머니는 고성룡의 딸이자 고갑룡의 조카다. 

이날도 합동수행단은 무죄를 구형했고, 변호인도 무죄를 변론했다. 가족들의 한을 풀어달라는 유족들의 진술까지 모두 마무리되자, 재판부는 30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4월4일)
양찬식, 김태현, 강성도, 임태효, 양병인, 양병옥, 오화인, 김태생, 강위현, 윤병혁, 김공림, 김필림, 김병민, 김주순, 김주찬, 김계택, 현덕홍, 고병수, 김창근, 이정우, 양승열, 강연수, 김청자, 한중봉, 고중권, 고예봉, 김만중, 강길하, 강길운, 박기우

2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4월4일)
최일빈, 이근택, 강병익, 이기동, 김두수, 강갑선, 현창희, 현광희, 양홍순, 고병우, 김여식, 이천옥, 이효근, 윤장순, 김병언, 문완기, 강동진, 윤평하, 강윤희, 박기숙, 김기태, 김동옥, 양봉옥, 김문수, 김두규, 김전중, 오인표, 조달흥, 김기생, 현문주

27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4월18일)
송희중, 강화춘, 김경옥, 신희수, 한흥용, 한정생, 김일규, 양집중, 한석찬, 고인필, 홍사만, 김희순, 강병우, 한석칠, 문정섭, 한영홍, 고을협, 고성오, 이동은, 고상범, 신경식, 정병하, 강신천, 강신갑, 이동화, 고화춘, 김여수, 양군부, 김병일, 김병극

2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김표임, 현상섭, 강후선, 오달록, 고경옥, 현만선, 고만원, 김환필, 변기화, 한문권, 강응호, 오응언, 고형호, 강상주, 강수희, 김정용, 김봉옥, 김팽옥, 김상구, 문재선, 김원오, 오현옥, 문주선, 오능주, 강자봉, 오성용, 강천상, 양제추, 양덕칠, 정영수

2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박유준, 강운하, 서상흡, 서명영, 고성인, 오영화, 김백합, 김재기, 변규순, 김기하, 백영수, 이도일, 김창수, 김영천, 김임생, 한유생, 김대환, 고경옥, 김중화, 김유생, 김정하, 김승우, 김승련, 박경주, 이찬식, 고천옥, 백일현, 한석두, 김시협, 김대진

3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5월30일)
이동오, 문규림, 송기직, 김시량, 양승홍, 홍순택, 박명기, 현일우, 이상돈, 강철문, 고갑금, 고달하, 김계화, 이영두, 변병노, 김경성, 김도덕, 김병국, 김달오, 전두화, 강응조, 강응태, 양신봉, 양남봉, 김봉임, 양성호, 현귀찬, 문태준, 강우정, 문창관

3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문만수, 문선택, 오창선, 김인식, 김성언, 현일화, 김매월, 윤태진, 부장림, 김형옥, 이정숙, 양병규, 강상호, 김상곤, 김석주, 강문옥, 현채운, 김순옥, 박태순, 박태경, 김상후, 고사송, 양지휴, 양재휴, 문시옥, 김상필, 고완종, 정재삼, 정유삼, 김병은

32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이동신, 김병길, 강재옥, 양태운, 강병수, 김창종, 송창립, 고순학, 김상국, 양상순, 홍순병, 이태순, 고두정, 정영익, 고성봉, 이팽로, 고형관, 김시옥, 양군선, 양군봉, 김홍영, 한치욱, 김영희, 김이오, 이대봉, 문성영, 박홍기, 이윤옥, 신두옥, 한인수

3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27일)
이한형, 김판동, 한수생, 강재옥, 이찬봉, 오달만, 강윤규, 고계봉, 이계봉, 김계문, 강계생, 홍표반, 전기련, 전석규, 김창련, 김봉련, 이응배, 고태원, 임숙자, 오창송, 고정하, 강문규, 김재순, 김평택, 이용민, 김주용, 진경호, 양완희, 김문순, 김용문

3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27일)
김권잠, 김권신, 오창진, 오창규, 김학률, 김학립, 김학로, 이창수, 이태원, 이인현, 박재찬, 박재민, 안태석, 안태룡, 김창희, 김영진, 김재인, 김재훈, 변계화, 변인택, 안자선, 양세옥, 김평림, 김서, 박두신, 박두철, 김병인, 김병선, 고성룡, 고갑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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