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지사, 제주도 출입기자단 간담회 "빠르면 다음주 중 국토부 의견 전달"
"국토부, 주민투표 거부...법적 구속력 없는 道자체 투표 갈등 심화 우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에 따른 도민의견 제출을 앞두고, 사실상 고시에 수긍하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주민투표와 관련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 지사는 27일 오전 9시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기본계획)고시 이전과 고시 이후의 자치단체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크기가 다르다"며 "빠르면 다음주 중 제주도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단체장으로서 제2공항 사업은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공항 관련 법이나 제주특별법에 명시돼 있는 법률적 사항을 검토해봤을 때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점에 따라 다른데, (기본계획)고시 이전은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더 작고, 고시 이후 상대적으로 많다고 보여진다"며 "저의 입장은 권한의 크기가 큰 과정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우선 기본계획이 고시된 이후 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에서 추가적인 대응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고시를 앞두고 진행된 도민의견 수렴 결과 역시 수합된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 지사는 "의견 수렴 결과를 분석해보면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유형이 가장 많았고, 찬성, 반대, 검증 요구 등의 유형으로 나뉘어졌다"며 "이러한 유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최종 의견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종합적으로 의견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제주도의 의견이 정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 지사는 시민사회단체와 반대 주민들의 검증 요구 사안을 △수요 예측의 적정성 △조류 충돌의 위험성 △법정보호종 보호 방안 △숨골의 가치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 등 5가지로 분류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국토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던 △공항시설 활용방법 △시설 배치에 따른 의견 △오폐수 처리에 대한 의견 등 보완돼야 할 내용을 포함시켜 이르면 다음주 중 국토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주민투표와 관련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오 지사는 "제2공항 사업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주민투표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진행할 수 있지만, 이미 국토부는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한 바 있다"며 "주민투표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이 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 자체적으로)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민투표를 하더라도 과연 도민들이 승복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가 있다. 오히려 찬반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민투표의 주체 문제에 대해서도 선관위에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도민의견을 그냥 전달하는 수준에 그쳐 오 지사가 주창해 온 '도민결정권'이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제약됐을 뿐, 앞으로의 과정에서 충분히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행정적으로도 그렇게 가는 것이 맞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특히 오 지사는 "쉽게 생각하면 5가지 검증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면 공항 해야하지 않겠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점을 찬성하는 분들도, 반대하는 분들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이 과정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겨냥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원 장관과의 만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한 오 지사는 "장관의 행보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제2공항 갈등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직 도지사, 주무부처 장관이시지 않나"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갈등 해소 방안이나 공항 확충 문제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과정에서 당연히 단체장과 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심지어 총리도, 기재부 장관과도 이야기를 나누지만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장관은 보기 어렵다"고 에둘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