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29) / 서귀포시 도순공동목장
방목문화 사라지자 드넓은 초지가 곶자왈로 변해...법·제도가 목장 보존 걸림돌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 탐방 20번째 일정이 서귀포 도순공동목장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 탐방 20번째 일정이 서귀포 도순공동목장에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한라산 남쪽 중산간에 위치한 도순공동목장(이하 도순목장). 과거 방대한 면적에 조성된 초지는 방목된 가축이 크게 줄면서 점차 곶자왈로 바뀌었다. 서귀포시 도순동 주민들의 최대 고민도 도순목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21년 8월부터 꾸준히 추진 중인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탐방이 9일 오전 10시부터 서귀포시 도순목장에서 진행됐다.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마을공동목장이 설립되던 1931년에 도순목장도 설립인가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도순목장은 도순마을회 소유로, 주민들이 도순목장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중이다. 과거 존재했던 축산조합도 마을회를 통해 도순목장을 임대해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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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처럼 우거진 도순목장 모습. ⓒ제주의소리

약 92.7헥타르(ha)에 이르는 도순목장은 산록남로 제3산록교 인근에 위치했으며, 산록남로로 부지가 나뉘었다. 산록남로를 중심으로 한라산 쪽 방향이 전체 목장 부지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과거 20여 농가가 임대해 소와 말 등 방목해 왔지만, 고령화와 축산산업 변화 등을 이유로 15여년 전부터 임대 없이 도순마을회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현재 1개 농가가 도순목장에 소 20여마리를 4계절 내내 방목해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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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순목장 탐방 모습. ⓒ제주의소리

수십년전부터 방목 가축이 서서히 줄면서 방대한 초지가 변화하면서 곳곳에 나무 등이 자라기 시작해 현재는 ‘제주 곶자왈’과 같은 숲으로 바뀌었다. 소들이 풀을 뜯어 먹는 지역만 초지의 형태가 유지된 정도다. 

다른 목장처럼 도순 마을주민들도 목장 활용 방안이 고민이다. 목장 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있어야 하지만, 이렇다 할 수익 없이 매년 부담이 늘고 있는 세금 등의 압박을 받으면서 이동통신 3사의 안테나 시설 설치를 통한 임대료로 목장 운영 유지비용을 겨우 채우고 있다. 

법상 제한으로 상하수도 시설이 없는 도순목장에 축사는 설치가 가능하지만, 관리사 등을 지을 수 없어 도순 마을 주민들의 고민도 크다. 

도순목장에서는 서귀포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범섬과 제주월드컵경기장, 서귀포항은 물론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 송악산, 산방산 등까지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저멀리 펼쳐진 푸른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방목된 가축들이 풀을 뜯어먹는 풍경은 앞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진귀한 목축문화의 모습이다. 

이상준 도순마을회장이 도순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상준 도순마을회장이 도순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상준(64) 도순마을회장은 한라산 영실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무장항일운동 ‘무오 법정사 항일항쟁’의 현장 법정사 등으로 이어지는 도순목장에서의 생태관광을 고민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 회장은 “수익 없이 마을목장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한때는 목축이 이뤄지지 않아 초지가 곶자왈처럼 바뀌면서 목장을 매각하자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라산 중턱에 위치해 초지법 등에 따라 활용 방안이 극히 제한됐다. 주민들이 고민한 수익 창출 방안 대부분이 현행법에 막히면서 다들 고민이 많다. 위법하지 않은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제도가 목장 보존에 되레 걸림돌이 된다는 토로였다. 

이상준 도순마을회장이 목장탐방 참가자들에게 도순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상준 도순마을회장이 목장탐방 참가자들에게 도순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 회장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순목장을 자랑하면서 생태관광도 언급했다. 

그는 “도순목장에서는 서귀포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또 한라산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며 “목장 부지 내에 많은 하천들이 있는데, 영실부터 도순천, 강정천까지 이어져 정말 아름답다. 생태관광지로 활용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은지, 주민들의 동의 여부 등이 필요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마을공동목장 보존·관리와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진행되는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도민 프로젝트 현장탐방은 2021년 8월 첫 탐방을 시작으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탐나는가치맵핑 현장탐방 프로젝트로 마을목장 보존 목소리가 커지면서 올해 제주도 차원의 마을목장에 대한 연구용역이 시작됐다.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마을목장 보존·관리 및 지원을 위한 법 개정이나 조례 제정 등 제도개선의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도순목장 탐방 모습. 참가자들 왼쪽 뒤로 범섬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도순목장 탐방 모습. 참가자들 왼쪽 뒤로 범섬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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