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몰린 공연, 현장티켓 배부 창구 '단 2곳'...대기자 줄 지어
30분 이상 본행사 지연...지연 원인으로 특정그룹 지목해 '공분'

현장티켓 발부 지연으로 공연 시작 10분 전까지도 빈 자리가 가득했던 2023 서귀포글로컬페스타 현장. ⓒ제주의소리
현장티켓 발부 지연으로 공연 시작 10분 전까지도 빈 자리가 가득했던 2023 서귀포글로컬페스타 현장. ⓒ제주의소리

서귀포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야심차게 준비한 '2023 서귀포글로컬페스타'가 미숙한 운영으로 관객들의 공분을 샀다. 온라인 상으로 주최측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지자 서귀포시는 뒤늦게 사과의 뜻을 표했다.

서귀포시는 지난 28일 오후 6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서귀포클로컬페스타(2023 SGF)'를 열었다. 서귀포시가 온전히 주관한 이번 SGF는 총 예산 12억원을 들여 정상급 케이팝(K-POP) 가수를 초청해 전국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케이팝 공연을 접하기 어려웠던 도민들을 비롯해 인기 스타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 위한 도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경기장 내 무대 앞 스탠딩 1000석, 플로어석 4000석, 일반 좌석 1만3000석 등 총 1만8000석을 마련했고, 최종적으로 예매율이 70%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판매된 티켓의 40% 가량은 도외 관광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주최측의 허술한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우선 현장에서 관람객이 몰릴 것을 미처 대비하지 못한 미숙함이 문제시 됐다. 1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음에도 티켓을 배부받는 창구가 단 2개밖에 운영되지 않아 대기줄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티켓 배부 시간이 지연되자 당초 예고됐던 입장 전 가방검사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고, 같은 좌석에 중복 예매된 사례들도 확인되지 않아 현장 혼란을 가중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 2시간 전부터 현장 티켓을 배부받기 위해 줄을 섰다는 A씨는 "보통 어느 정도 이상 규모가 있는 콘서트인 경우 사전에 티켓을 발송하곤 하는데, 이렇게 사람이 모여들 것을 예상 못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라며 "전국의 다른 공연장도 찾아다니곤 했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되는 사례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2023 서귀포글로컬페스타'의 미숙한 운영을 지적하는 SNS 게시물. 사진=트위터 갈무리
'2023 서귀포글로컬페스타'의 미숙한 운영을 지적하는 SNS 게시물. 사진=트위터 갈무리

실제 당초 예정됐던 공연 시작 시간은 오후 6시였지만, 이 때까지도 티켓 발부처의 줄은 길게 늘어져 있었고, 공연장 내부는 텅 비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객이 공연 시작 10분전에 촬영한 공연장 내부 사진에는 빈 의자가 가득했다.

결국 공연은 사전 예고 없이 30분 이상 지연돼야 했다. 자연스럽게 공연을 마치는 시간 역시 늦춰지면서 관객들이 대중교통 막차를 놓치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주최측이 사전 확인 없이 '공연 지연의 원인'으로 특정 아이돌 그룹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당시 "OO 그룹이 아직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해 공연이 지연되고 있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 그룹의 멤버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모든 멤버들이 공연장 내부에서 대기중'이라는 사실을 알리자 온라인 상으로 주최측을 성토하는 글이 일파만파 번졌다. 심지어 주최측은 공연과 함께 송출되던 라이브 방송 중 행사를 성토하는 댓글을 실시간으로 삭제하며 화를 키웠다.

참가자 B씨는 서귀포시 공식 계정에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공연 시간을 지연시키고, 2시간 내내 똑같은 서귀포시 CF나 틀어놓고, 그에 대한 핑계로 아티스트가 늦는다는 변명만 하는 등 서귀포시에 정말 크게 실망했다"며 "얼마나 허술하게 준비했으면 가장 기본적인 부분들을 놓쳤나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난 28일 2023 서귀포글로컬페스타 운영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서귀포시는 "특정 아티스트의 사정으로 공연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으며, 주최 측의 잘못된 정보 전달과 이와 관련된 댓글 삭제 등 여러가지 운영 미숙으로 인해 피해를 끼쳤다"며 "향후 유사한 문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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