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여론조사 '개편 필요성-구역안 모형' 등 18년 전과 판박이

2004년 9월 20일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계층구조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제주 행정개혁위원회 전체회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br>
2004년 9월 20일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계층구조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제주 행정개혁위원회 전체회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가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직전에 수행된 사전작업과 판박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는 답변과 4개 구역안 모형을 지지하는 답변 등의 결과값이 마치 '평행이론'을 떠올릴 정도로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면서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6일 공개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를 위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자 800명 중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86명으로 전체 60.8%로 집계됐다(관련 기사- 제주 4개로 분리 행정체제 구역안 ‘제주-서귀포-동제주-서제주’ 우세).

이중 적합한 행정구역 수를 묻는 질문에는 '4개 구역'이 57.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국회의원 선거구 형태인 '3개 구역'은 32.6%에 그쳤다. '4개 구역안'은 제주시 동지역과 서귀포시 동지역을 각각 '제주시', '서귀포시'로 두고, 제주섬 동쪽의 조천-구좌-성산-표선-남원을 '동제주군', 서쪽의 애월-한림-한경-대정-안덕을 '서제주군'으로 묶는 방식이다.

현 시점에서 도출된 여론조사 결과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의 근거로 활용됐던 18년 전 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흡사하다는 점에서 기시감을 부추긴다.

2003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제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는 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제주형 자치모형 개발 연구용역'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는 열흘간 표본추출된 설문응답자를 방문해 1대1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 '현재의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60.6%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난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0.8%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불과 0.2%p 차이다.

구역안의 모형을 묻는 질문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을 보였다.

제주연구원의 전신인 제주발전연구원은 2005년 1월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혁신안에 대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아래 제주시+북군, 서귀포시+남군 등 2개 통합시를 두는 안이 40.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곧 현 특별자치도 행정체제를 구성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복기할 대목은 이미 당시에도 4개 구역 행정체제를 선호하는 답변이 과반을 넘었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에 포함된 또 다른 모형은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군-서제주군' 구역안과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 구역안이었다.

이중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군-서제주군' 구역안은 30.7%,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 구역안은 25.9%의 선호도를 보였다. 구체적인 내용에 의해 선택이 엇갈렸지만, 4개 구역안을 선호하는 비율이 전체 56.6%에 달한 결과다.

공교롭게도 18년 전 4개 구역안을 선호한다고 답변한 비율과 오늘날에 이르러 4개 구역안을 선호하는 답변 비율이 거의 일치한다. 4개 구역안에 대한 선호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직전 56.6%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논하는 현재 57.4%의 차이가 0.8%p에 불과하다.

당시 조사문항은 설계를 달리했다면 얼마든지 결과 자체가 뒤바뀔 수 있는 구조였다. 돌고 돌아 18년 전으로 회귀하려는 현재 논의 구조는 곧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의 설계가 허술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오는 25일과 26일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숙의토론을 진행하고, 다음달 8일 공청회를 통해 구체적 실행방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12월 중순에는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마지막 여론조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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