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컵보증금 제도 사실상 ‘무력화’
일부 매장 라벨 제거 ‘단속도 한계’

정부가 커피전문점을 포함한 매장 내 종이컵 사용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운영 중인 제주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7일 환경부는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한다며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는 다회용컵 세척 시설에 부담을 느끼고 현실적으로 규제를 준수하는 것도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종이컵 허용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에 따라 식품접객업 매장 내 종이컵과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은 금지돼 있다. 이에 매장마다 다회용 컵을 사용해 왔다.

앞으로는 매장 내에서도 종이컵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문제는 제주(세종 포함)에서만 손님이 매장에서 종이컵을 들고 밖으로 나갈 경우 300원의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15조의2에 따라 재사용이나 재활용 등을 촉진하기 위해 자원순환보증금 제도가 적용되는 지역이다.

환경부는 2022년 12월2일 ‘1회용 컵 보증금대상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를 하면서 느닷없이 제주와 세종(동지역만 적용)만 시범 대상으로 못 박았다.

이후 제주는 가맹점 100개 이상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했다. 소비자로부터 300원의 보증금을 받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방식이다.

자영업자들의 반발 속에서 제도가 추진되면서 분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매장에서 보이콧을 선언하고 제주도가 과태료 처분으로 맞서면서 갈등이 커졌다.

급기야 정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의 전국 시행을 보류하고 매장 내 종이컵 사용마저 허용하면서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일부 매장은 라벨 사용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앞으로 제주에서도 종이컵 사용이 가능하지만 매장 밖으로 나가는 행위는 금지다. 매장 관계자는 이를 막고 컵 보증금 300원을 부과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다. 

일선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통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를 확인할 인력도 없고 공무원들이 개별 사안마다 확인 후 소비자에게 과태료 처분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고려해 컵보증금 제도 적용 대상을 도조례로 정하도록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식품접객업 매장 내 종이컵 사용을 허용해도 제주의 컵 보증금제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모니터링을 통해 추후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영세한 사업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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