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자율 시행 검토
‘제도 안착 성공’ 제주서 무더기 이탈 조짐

제주와 세종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범 운용된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환경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에 성과가 물거품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은 일반 쓰레기와 뒤섞여 버려지는 용기의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컵 1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부과하고 반환하면 이를 돌려주는 제도로, 지난해 12월2일부터 시범 운용됐다.
전국 가맹점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업소만을 대상으로 삼으며 시행 초기 형평성 논란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점주협의회 동참 이후 참여 매장이 급속도로 늘어나며 제도 정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대상 매장 440여 곳 중 미이행이 확인된 9개 매장에만 과태료 처분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점주와 도민들의 노력으로 반환되는 일회용컵도 꾸준히 늘었다.
31일 제주도에 따르면 월별 반환량과 반환율은 지난해 12월 5만682개(9.6%) → 올해 1월 8만1705개(16.7%) → 2월 9만5834개(23.4.%) → 3월 12만2593개(30.1%) → 4월 13만9366개(31.6%) → 5월 16만756개(30.9%) → 6월 39만8399개(38.4%) → 7월 70만1650개(53.3%) → 8월 81만6551개(63.6%) → 9월 79만3311개(68.3%) → 10월 71만1712개(78.3%) → 11월 44만4775개(78.4%) 등으로 매월 증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지자체별로 보증금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전국 시행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설상가상 환경부가 식당·카페 매장 등에서 일회용컵 사용 금지를 철회하는 등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뒤집으면서 제도 이탈 현상이 일어났다.
실제 이번 달에는 26일까지 24만8678개(63.8%)가 반환됐는데, 반환율이 가장 높았던 11월과 비교하면 19만6097개 감소했다. 불과 한 달 사이 반환율이 14.6%P 떨어진 것이다.

전국 확대 시행을 전제로 제도에 참여한 점주뿐 아니라 1년간 제도 안착을 위해 노력해 온 제주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영훈 도지사는 지난 9월 도정현안 공유티타임에서 “제주도민과 공직자, 점주들의 노력과 참여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반환경적 시도에 분노하며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제주와 세종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상당히 성공적으로 제도가 안착하고 있는데 보증금제 시행을 유보하려는 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환경적 정책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분을 냈다.
제주도는 설령 지자체 자율 시행이 현실화하더라도 도내 전 매장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지자체가 조례로 대상 사업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실현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올해 초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진전시키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매장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달부터 참여 매장의 카드수수료 지원을 두 배 늘렸지만 가속화하는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하다는 평가다.
제주도 관계자는 “환경부의 달라진 기조에 단속이 어려울뿐더러 시행령 개정 전까지는 대상 매장의 자율에 맡기는 수밖에는 없어 난감한 상황”며 “전국 확대 시행의 당위성을 정부에 꾸준히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정부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 환경 정책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환경부가 각 지자체에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자율 시행 의견을 묻는 등 이미 결정된 제도의 전국 의무 시행을 흔들고 있다”며 “시행령 바뀌지 않는 것 또한 정부의 개정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까지 전국적으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고 국가 차원에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로드맵의 일환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나온 것인데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하는 척하며 제도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규제로 얻는 편익이 큰 데도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책임에서 발을 빼겠다는 것뿐이다. 정부와 환경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결국 후퇴하는 정책의 대가는 국민이 치러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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