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는 안을 검토하면서 어렵사리 제도 정착기에 접어든 제주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 지역인 제주와 세종의 현장 의견, 운영성과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플라스틱 저감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돼 관계부처, 지자체,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은 지난달 25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국 확대 시행을 전제로 시범 시행에 참여한 제주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제도 정착기에 접어든 시점에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우려에서다.
지난해 12월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범 시행된 제주에서는 10%를 웃돌던 회수율이 8월 넷째 주 67.2%, 다섯째 주 70.3%, 9월 첫째 주 70.2%까지 오르는 등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접하고 (환경부)정책 방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도는 지자체 자율 시행에 대해 반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모든 매장으로 확대 시행하려던 계획도 동력을 잃게 됐다. 현재 제주도는 ‘전국 100개 이상 가맹점을 갖춘 식음료 매장’을 대상으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당초 올해 안으로 ‘모든 식음료 매장’으로 참여 매장을 넓힐 계획이었다.
예산 편성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 3월에는 모든 매장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제도 시행 자체에 설득력이 떨어지면서 고심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환경부의 입장이 발표되자 도내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제주시 노형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오정훈씨(44)는 “제주에서 일회용컵 회수율이 크게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점주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라며 “환경부는 제주와 세종의 특정 점주에 피해를 입혀 놓곤 이제 와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행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가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은 환경부가 애초에 제도를 시행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점주 이용훈씨(56)는 “제주도 내 시행 참여 매장은 몇 군데 되지 않기 때문에 라벨부착기, 무인회수기 등을 지원하는 게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전국 확대 시행할 시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환경부의 무책임으로 착실하게 제도에 참여한 점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