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 공동위원장 사퇴 의사 밝혀
4.3평화재단 사태 영향인 듯 ‘제주도 당혹’

8월30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위촉식 및 제1차 회의 모습. 왼쪽부터 오영훈 제주도지사, 강우일 주교.
8월30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위촉식 및 제1차 회의 모습. 왼쪽부터 오영훈 제주도지사, 강우일 주교.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지낸 강우일 주교가 돌연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공동위원장’ 직위를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제주의소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강 주교는 이날 제주도에 공동위원장 사퇴 의사를 전하고 관련 업무에 함께 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는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7대 핵심과제 중 하나인 도민참여형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제정하기 위해 구성한 범도민 기구다.

오 지사는 올해 8월30일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위촉식을 열어 강 주교를 자신과 함께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위촉된 위원들은 도내 저명한 각계 인사 35명이다.

제정위원회는 제주4·3이 지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계승해 인류 보편적인 평화와 인권도시 조성을 위한 도민 행동강령과 규범을 담은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제정할 계획이었다.

당시 오 지사는 “제주4·3은 화해와 상생이라는 숭고한 가치다. 제주도정은 4·3의 역사와 해결 과정을 세계와 공유하며, 새로운 평화와 인권의 기준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제주4·3은 체제와 이념이라는 가면이 인격을 훼손하고 파멸시킨 폭력과 재앙이었다.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헌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에 최근 불거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사퇴와 제주도의 일방적인 조례 개정 논란을 두고 강 주교가 심경의 변화를 느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초 제주도는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연내 도민 공감대 형성과 헌장 방향성을 설정할 계획이었다.

당장 내년부터 헌장 초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지만 제정위원회 심의 자체가 어려워졌다. 도민 소통과 참여를 가장 큰 가치로 내세웠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 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저희도 당혹스럽다. 내부 보고 등을 통해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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