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임명권 전환 '4.3재단 조례'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접수 9건 그쳐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소통회의실에서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br>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소통회의실에서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제주도지사가 행사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이 갈등 확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조례 입법예고 기간 중 접수된 의견이 9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례 상에 보장된 의견수렴 절차로 충분하다던 제주도정의 입장도 궁색해진 모양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일자로 공고한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는 2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22일자로 만료됐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 기간 중 공식적으로 접수된 의견은 총 9건에 그쳤다.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개인 및 기관에 의해 접수된 의견은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비롯해 조문의 내용을 문제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례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4.3평화재단 내부는 물론 도민사회까지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 의견수렴 절차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입법예고된 조례는 현재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으로 전환하고 이사회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는 공개 모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기존 이사회는 임원추천위에서 임원을 선임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단수 후보를 추천하면 도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다. 

조례 내용이 예고되자 4.3단체를 비롯한 도민사회에서는 이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도지사가 행사할 경우 4.3의 정치화를 야기하고, 4.3이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표출됐다.

그간 제주도는 법으로 보장된 입법예고 기간을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6일 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조례 개정 과정에서의 공론화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통상 조례를 제.개정할 때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충분히 더 토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도 입법예고 직후인 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성급한 절차를 지적하는 질문에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수렴을 통해 재단의 의견을 십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 지사의 공언처럼 입법예고를 통한 의견수렴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 기간 중 4.3재단은 이사장과 이사장 직무대행이 줄사퇴했고, 이사회 역시 내홍에 휩싸였다.

조례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통상적인 협의조차 없는 섣부른 입법 절차가 분란을 키웠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조례는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거쳐 제주도의회에 제출된다.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제주도의회에서는 '충분한 의견수렴 없는 조례는 통과시킬 수 없다'는 기류가 읽히고 있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4.3관련 인사는 "애초에 정답이 없는 문제였고, 어떻게 결론이 내려지든 갈등은 예상되는 사안이었다"면서도 "문제는 지금처럼 뭔가에 쫓기듯 진행해야 할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인사는 "4.3재단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조례 개정이 필요했다는 의견도 듣고 있지만, 제주도의 일방적인 입법 추진이 오히려 반발심리를 부추겨 역효과를 낳을 수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의견수렴이라는 것이 길수록 더 좋은 것이지만,' 입법예고 기간'이라는 절차를 지키는 것"이라며 "조례에 앞서 정관 개정을 통해 해결됐으면 좋았을 문제이지만, 이의 진전이 없었기에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조 국장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도 비공식적으로도 안 만나는 사람 없이 만나고 있다. 보다 폭 넓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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