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지사, 재단 이사장 임명권 두고 "지도감독 강화 차원"
"출연기관 해제시 예산 회수 법률해석" 에둘러 압박

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소통회의실에서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소통회의실에서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사 임명권을 제주도지사가 갖도록 하는 조례 개정에 드라이브를 건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4.3의 정치화' 등 일각의 우려에 대해 "소설 쓰는 방식의 논의"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4.3평화재단이 출자출연기관에서 해제될 경우 "그동안 투입했던 예산도 돌려받아야 한다는 법률 해석도 있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오 지사는 6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도청 소통회의실에서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4.3평화재단 운영 조례 개정안과 관련 "4.3평화재단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왔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지만, 출자출연기관으로서 다른 공기관과 똑같이 지도감독을 받아야 할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오 지사는 이번 조례 개정이 "민선8기 들어 처음 시도하고 있는 일은 아니고, 2018년부터 추진된 사안"이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하고 있지만 지도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고, 감사원과 도의회에서도 관련된 지적이 있어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조례 개정 과정에서 통상적인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오 지사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면서도 "재단이 자체적으로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가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4.3재단에 책임을 돌렸다.

특히 도지사가 이사장·이사 임명권을 가질 경우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그렇다면 모든 출자출연기관과 공기관이 그런 위험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아니냐"라며 "도지사가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지, 임원 추천이나 이런 과정에서 도지사가 개입할 여지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공개적인 방식을 통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이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항변했다.

오 지사는 "현행 이사회 추천 방식과 현행 절차로는 도민들이 기대하는 정도의 요구를 담아내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만해도 제주도에서 출연하는 예산이 36억원이 넘고 국가 재정까지 포함하면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4.3재단에 들어가는데, 세금이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 지도감독 책임은 집행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집행부 권한도 존중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번 논쟁이 일종의 자리다툼이 아니냐,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촌평에 대해서는 "이러한 논의를 할 때 소설을 쓰는 방식으로 논의를 이어가는 것보다는 법률과 제도에 근거해 논의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직언했다.

오 지사는 "실제 고민의 출발은 출자출연기관 관련법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라며 "출자출연기관이 안된다면 그동안 재단에 투입했던 예산도 돌려받아야 한다는 법률 해석도 있다. 이런 법률적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이라며 조례개정 필요성을 에둘러 압박하기도 했다.

오 지사는 "어느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국민적 동의와 법 앞에서의 평등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입법예고된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두고 강대강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조례는 현재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으로 전환하고 이사회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는 공개 모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사회는 임원추천위에서 임원을 선임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단수 후보를 추천하면 도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도지사가 행사할 경우 4.3의 정치화를 야기하고, 4.3이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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