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청년, 사라질 제주](상) 제주청년센터-제주더큰내일센터

센터 내 폭언과 갑질 논란, 정치 조직화 지적으로 논란인 제주청년센터와 민간위탁 이후 직원 대거 퇴사가 이뤄지며 운영 부실 지적이 일고 있는 제주더큰내일센터. 제주도 청년 정책 실현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기관의 운영 방향은 당초 계획과 많이 틀어져 있으며, 정체성마저 애매모호 하다. 지역사회 뿌리인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을 위한 기관들이 소모적인 논란에 휩싸이는 웃픈 현실이다. [제주의소리]는 세 차례의 기획보도를 통해 문제가 된 두 기관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살펴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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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 청년정책 입안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혁신 모델로 평가받으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도 떠올랐던 제주청년센터와 제주더큰내일센터.

청년들의 가능성을 제주의 내일로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두 기관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땐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톱니는 닳아 헛돌기 시작했다. 설립 초창기 취지와는 이미 멀어졌고 각종 문제가 발생하면서 우려의 시선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두 기관의 역사는 2016년 6월 제주도의회 김황국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도 청년 기본 조례’에서 출발한다. 청년 관련 논의가 없었던 제주에 김 의원은 청년정담회를 개최하는 등 청년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냈다. 

조례에 따라 제주도지사는 청년의 참여 확대와 능력 개발, 생활안정, 문화, 주거, 건강 등 내용이 포함된 ‘제주형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또 조례에는 △청년정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와 청년정책 연구 △제주도 청년위원회 구성 △청년 소통 교류 활동을 위한 거점 역할, 정책 발굴·연구·추진 등을 수행하기 위한 ‘청년센터’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제주청년센터는 이 같은 조례에 따라 청년 소통 교류의 거점이자 청년정책을 발굴, 연구, 추진하는 기관으로 2017년 12월 출범했다. 중간지원조직의 성격으로 청년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맡은 것이다. 

반면, 제주더큰내일센터는 청년센터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청년’을 위한 시설은 맞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취·창업을 돕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더큰내일센터는 2019년 전국 최초 청년혁신모델로 출범했다.

청년의 사회 참여와 네트워크 확대, 정책 연결을 통해 젊은 제주를 만들어가는 게 ‘청년센터’라면, 인재 양성 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제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큰내일센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도민들에게 두 기관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다. 대상자인 청년들마저도 관심이 없다. 활발하게 정책을 활용하는 ‘고활력’ 군을 제외하고는 두 기관이 어떤 곳인지 모른다. 누군가는 청년센터를 ‘정장 빌려주는 곳’으로 알 정도다.

 # 다양한 청년 정책 전달해 온 제주청년센터 

청년센터는 5년여간 동안 청년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 청년활동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네트워킹 공간 ‘청년다락’ 등 사회로 이끌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했다. 

청년 사회·진로, 기술·가정, 문화·여가 등 다양한 교육과 체험 활동을 제공하는 ‘청년학교’의 경우 지난해 1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청년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그 범위를 넓혀 온 공로로 지난 2021년에는 고용노동부 청년센터 운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통과 교류, 협업 활동의 중간지원 플랫폼이라는 소개처럼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해 온 공로다. 

반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교육과 정보공유, 커뮤니티 활동 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청년다락’의 경우 청년 참여 활동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내외부 지적이 잇따른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지역, 제주시 구좌읍과 서귀포시 대정읍 등 다양한 곳에 만들어진 ‘청년다락’은 지난해 2만181명, 올해 9월 기준 1만7984명이 이용할 정도로 활성화됐다. 

하지만 이용 유형을 살펴보면 올해 9월 기준 취업스터디가 48%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뒤이어 취미활동 22.8%, 기타스터디 21.5%며, ‘청년활동’ 유형은 0%다. 단체를 기준으로 하면 취업스터디 비중은 29.3%로 낮아지지만, 청년활동은 여전히 4.1%에 그치는 수준이다. 

항간에는 읍면지역 청년다락은 일반인 개방 이후 ‘찻집’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한탄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이 참여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단순히 공간 제공에 머무는 상황이다. 청년정책을 전달해야 할 센터가 복지제공 차원 기관으로 인식되는 순간이다.

청년조례에 따른 청년센터는 청년 소통, 교류, 활동 등의 거점이 되고 청년정책의 발굴, 연구, 추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이처럼 청년정책 전달체계 핵심으로 꼽히지만, 내부에서 빚어진 갈등과 충돌은 청년이 꿈꾸는 내일을 만들겠다는 포부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청년정책 참여율이 낮아 ‘사회진입안정지원금’ 프로그램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해야만 하는 웃픈 상황에서 힘을 합쳐 노력해도 모자랄 판인데 내부 불화는 어지럽기만 하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2013~2017년 4077명에 달하던 청년 순유입 인구는 2018~2022년 765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제주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유출 현상도 또렷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br>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2013~2017년 4077명에 달하던 청년 순유입 인구는 2018~2022년 765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제주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유출 현상도 또렷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 불화와 충돌, 부실 운영 비판 잇따르는 청년정책 핵심 기관들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출범한 이후 모든 직원이 바뀐 청년센터, 공기관 대행으로 추진해 오다 민간위탁으로 전환된 더큰내일센터는 청년의 ‘무관심’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정체성은 점점 사라지고 네트워킹-사회 참여와 취창업 지원이라는 ‘투트랙’도 뒷전으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제주 핵심 청년 기관 두 곳이 삐걱대면서 제주도가 추진하는 청년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심지어 청년센터의 경우 오영훈 지사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청년정책의 핵심인 ‘청년보장제’ 핵심지원기관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도내 모든 청년이 빠짐없이 제주형 생애주기 맞춤 정책을 누릴 수 있도록 청년센터를 중심으로 정책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이고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년 맞춤형 정책을 전달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지만, 내부 마찰음이 밖으로 퍼지면서 제대로 이뤄질 지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달 제주도의회가 제주도를 대상으로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청년센터가 내부 갈등과 파벌이 나뉘면서 운영 상태가 엉망진창이다”, “더큰내일센터의 민간위탁 이후 만족도가 떨어지고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등 운영이 부실하다”는 등의 지적이 잇따랐다.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는 두 기관의 문제점을 의원들이 지적한 것. 이 와중에 센터 관계자는 의원들의 지적을 반박하는 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반론권을 요청한다며 배포해 논란을 더 키우기도 했다. 갈등이 불거진 것은 맞지만 다른 것은 사실이 아니니 억울하다는 식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2013~2017년 4077명에 달하던 청년 순유입 인구는 2018~2022년 765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제주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유출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목적지를 잃고 표류하고 있는 제주도 청년 기관.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는 상황에서 냉철한 자기 객관화를 통한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따끔하다. 두 기관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지금, 7년여간 차곡차곡 쌓아온 청년정책 결과물이 점점 바래가고 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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